금융지주, 당국 눈치에도 주주챙기기…줄줄이 배당 강화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금융당국의 대손충당금적립 요구 등 압박에도 국내 금융지주들이 분기배당 실시 등 강화된 배당정책을 펴기로 방향을 정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주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분기배당 정례화, 배당확대 등을 골자로 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표명했다.
지난해 은행권 최초로 분기배당을 시행했던 신한지주도 이번 주총을 계기로 배당 강화 기조를 분명히 했다. 앞서 신한지주는 지난해 10월 보통주와 전환우선주 1주당 각 260원의 분기배당을 결정한 바 있다.
■ 배당 코로나19 이전 회귀, 분기배당 정례화 시동
신한지주는 24일 열린 주총에서 분기배당을 올해 1분기부터 균등 지급하고 이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통상 연말 주식보유자를 대상으로 연 1회 배당을 해왔지만, 분기 배당을 정례화하면 주주들은 연 4회 자금을 융통할 수 있어 유용하다.
조 회장은 “은행권 최초로 분기 배당에 나선 데 이어 올해는 1분기부터 균등 지급을 정례화하겠다”고 말했다.
배당 규모도 확대했다. 신한지주는 주총에서 보통주 기준 배당 총액을 전년대비 2390억원 상승한 1조130억원으로 높이는 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에 현금배당을 나눈 배당성향은 전년보다 2.5%포인트(p) 오른 25.2%가 됐다. 신한금융 내부에선 배당성향을 중장기적으로 3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주주환원 정책 일환으로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주식 가치가 오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한 주당 배당금도 커진다.
이날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은 “차별적 경쟁력은 주주환원 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일관된 분기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님들과 시장의 기대에 충족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도 중간배당 기준일을 정관에 명시하는 등 중간배당 정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중간배당 관련 기준일을 6월 30일로 명시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중간배당에 대한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 배당을 받는 주주들의 불확실성을 덜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중간배당 정례화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달 9일 공시한 올해 주당 배당금 900원(중간배당 포함)도 확정했다.
KB금융은 같은 날 열린 주총에서 배당성향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26%로 복구했다. KB금융은 지난해 결산 보통주 주당배당금을 294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전년 주당배당금 1770원보다 66.1%,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210원보다 33.0% 늘어난 규모다.
나아가 KB금융은 중장기적으로 배당성향을 30%로 확대키로 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배당성향은 26%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는데 앞으로 배당성향을 포함해 총주주환원율을 높이도록 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 배당성향을 30%로 가져간다는 것에 대해선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기대를 모았던 분기배당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KB금융은 정관상 분기배당을 할 수 있다. 앞서 KB금융은 현금·현물배당을 위한 주주명부폐쇄를 결정하면서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1분기 배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주주명부 폐쇄 공시는 통상 배당을 위한 사전조치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다만 분기배당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오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관련 발표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하나금융도 이번 주총을 통해 함영주 회장이 새롭게 취임하게 되면서 앞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번 주총에서 언급되진 않았지만 하나금융도 분기배당 정례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구체적 안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 금융당국, 안전성 우려 여전…금융사, 주주 요구 우선
이처럼 금융지주들이 배당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높아진 주주 영향력 때문이다. 일정부분 금융당국의 관리와 개입이 있지만 엄밀히 이들 금융사들은 민간기업이다. 특히 비(非) 오너 집단인 만큼 CEO직 유지와 안정적 경영을 위해 실적만큼이나 주주 지지가 필요하다.
이에 최근 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주주환원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이자수익 기대치가 낮아진 데다 이달 초 정부의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으로 대손충당금 적립 압박까지 더해져 금융지주의 배당확대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대출 부실 우려를 막기 위해 은행에 대손충당금 적립을 요구했다. 금융당국으로서는 금융권의 손실 흡수 능력 확충이 목적인 만큼 배당 규모가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대손충당금은 회계상 자산에서 차감하는 비용으로 잡혀 충당금이 늘면 순이익이 감소하게 돼 배당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들이 일제히 제시한 배당성향 30%는 무리라는 평가다. 이에 손실 안정성 등을 고려해 배당성향을 코로나19 이전 수준(25~26%)으로 운영해줄 것을 당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25.7%이었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에 대한 우려로 배당 규모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점은 금융지주들이 지속적인 배당 강화 정책을 펼치는데 여전히 변수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