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러시아 정부가 서방의 제재 충격을 피하기 위해 거의 한 달간 문을 닫았던 러시아 증시를 다시 열었더니 주가가 예상을 깨고 급등하는 기현상을 나타냈다.
24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증시는 이날 오전 9시50분부터 오후2시까지 제한적으로 개장했다.
재개장의 조건이 다소 황당했다.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 국영은행 스베르방크, VTB은행 등 MOEX 지수를 구성하는 러시아를 대표 종목 50개 중 33개 종목에 대해서만 매매가 허용됐다.
그것도 외국인은 주식을 팔지 못하고 하고 공매도도 금지시켰다. 외국인은 아예 주식을 팔고 빠져나갈 수 없게 손과 발을 묶어버린 것이다.
매매주체는 러시아 현지인들만 참여했다.
결과는 개장과 함께 MOEX 지수가 11.8% 급등하는 기현상으로 이어졌고 공방 끝에 결국 4.4% 상승으로 마감했다. 거래가 마지막으로 이뤄졌던 지난달 25일 종가 대비 4.4% 오른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가 강화되자 주가 폭락을 막기 위해 지난달 25일 거래를 마지막으로 주식시장을 폐쇄했었다.
이날 러시아 증시 재개장을 지켜본 백악관은 ‘가짜 증시’라고 비아냥거렸다.
달리프 싱 미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가식적인 행동”이라며 “서방의 고강도 제재로 인한 심각한 타격을 감추기 위한 ‘포템킨 개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포템킨 개장'은 18세기 크림반도를 통치한 러시아의 그레고리 포템킨 총독이 예카테리나 2세 순방 때 전쟁으로 황폐화된 현실을 감추기 위해 가짜 마을인 ‘포템킨 마을’을 보여준 것을 빗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