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마사회 개혁과제 (2)] 농축산부는 KT와 온라인 마권 시스템 마무리 , 정기환 회장의 혁신비전 나와야

모도원 기자 입력 : 2022.03.25 07:20 ㅣ 수정 : 2022.03.26 09:49

코로나팬데믹 기간 마사회 매출은 8분 1토막, 불법 온라인 경마 신고건수는 두 배 가까이 폭증
경마선진국들은 온라인 마권 허용으로 불법 경마시장 줄여
농축산부 관계자, "온라인 경마 도입시 불법시장 확산 막기 위한 고민 필요해"
사감위 A위원, "전임 마사회장의 사회적 물의로 인한 여론 악화도 해소해야"
박준휘 한국형사정책 연구원 범죄분석 연구원 “온라인 마권 합법화하면 조세포탈 해결해 인프라 산업 재투자 효과도 기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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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체험 프로그램 모습 [사진=한국 마사회]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고사 위기에 처한 한국 경마 산업의 돌파구는 '온라인 마권'  합법화이다.

 

다행히 칼자루를 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축산부')는 태도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 해 온라인 마권 발행을 위한 마사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데는 농축산부의 반대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온라인 경마 허용시 사행산업 확대,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이 반대 근거였다. 

 

■ 농축산부 관계자, "온라인 마권 보안솔루션에 대한 KT와의 연구용역이 마무리 단계" / 사감위 A위원, "전임 회장의 사회적 물의로 인한 여론 악화도 온라인 마권 지연의 이유"

 

그러나 농축산부 관계자는 24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온라인 마권 발행을 허용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국회에서 온라인 마권을 논의 할 당시 바로 도입해서 운영할만한 시스템이 없는 상태여서 진행이 안됐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개인 계좌가 연결돼있는 마권 시스템에서 보안 솔루션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외부 기관에서 우려가 많았다"라며 "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디지털 시대의 전환에 맞춰 보안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연구 용역을 KT와 진행중이며 현재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경정, 경륜도 마찬가지지만 경마도 온라인이 도입되면 불법 시장이 확산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며 "불법 사설 경마를 줄이려고 온라인 도입한다는건 말도 안되는 논리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으로 영상을 제공하면 다 같이 둘러앉아 하우스 도박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번지는데 온라인 마권 도입이 기존의 불법 도박을 잡을 수 있다는 논리는 말이 안된다"며 "스포츠토토의 경우도 온라인 전환되면서 불법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케이스다" 고 말했다.

 

그는 "경마 영상을 온라인으로 제공함으로써 불법 시장에 이용되는 부분은 100% 막을 수 없지만, 최소한 워터마크 기능을 넣어서 로그인한 사람의 아이디가 화면에 삽입되는 기능이라던지 영상이 유출되면 어디서 유출 됐는지 추적할 수 있는 기능, 원천적으로 영상 캡처를 못하게 하는 기능, 핸드폰 영상의 미러링 송출을 차단하는 기술 등 유출 영상을 막는 보안 시스템을 갖춘 뒤에야 온라인 마권을 허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현재 마사회에서도 보안 시스템을 갖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의 A위원도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경륜, 경정의 온라인 사업을 허용하면서 온라인 마권 발행도 허용하려고 했는데 김우남 전임 마사회 회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여론이  악화된 것도 연기 사유로 보인다"면서 "농축산부가 칼자루를 잡고 있다고 보여지는 데 여론 등을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A위원은 "마사회는 장외 발매소가 많아서 온라인이 허용되면 관리 문제도 있는 것 같다"면서 "정기환 신임 마사회장이 확실한 혁신비전을 제시하는 등 노력을 해야 정부나 여론도 호의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농축산부가 온라인 마권 합법화 수순 밟으면 사감위 견해도 청취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연락은 없다"고 설명했다.

 

■ 박준휘 한국형사정책 연구원 범죄분석 연구원 "불법 경마 성행은 관리 감독 주체의 부재 문제"

 

농축산부 관계자는 온라인 경마가 불법시장을 키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지만, 불합리한 규제는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코로나 이전에도 국내 불법 경마 규모는 마사회를 주축으로 한 합법 경마산업에 맞먹는 규모였다.  코로나로 마사회의 오프라인 경마 매출이 수직하락한 이후, 불법 온라인 경마산업은 급팽창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가들이 일찌감치 온라인 마권을 합법화해 경마산업을 정상화시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결국 한국 정부는 온라인 경마가 사행성이 강하다는 원칙론을 고집함으로써 경마산업에서 '합법'을 죽이고 '불법'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마사회가 온라인 마권 합법화라는 개혁과제를 실현하는 것은 단지 생존의 문제만은 아니다. 불법시장에서 소비되고 있는 시장 수요를 합법시장으로 되돌려놓는 작업이기도 하다.   

 

박준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범죄분석·조사연구실 연구원은 23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불법 경마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접근성이다”라며 “시간과 장소에 구애하지 않고 언제든 배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불어 불법 경마가 야기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관리 감독 주체의 부재라는 점이다”라며 “배팅 금액이나 참여자 제한 등 적절한 규제 없이 무분별하게 행해지는 스포츠 배팅 참여가 결국 도박 중독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경마의 경우 온라인 마권 발매를 합법화시켜 정부가 주관한다면 기존의 불법 경마가 사법으로 흡수돼 불법양산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마권 발매 합법화는 경제적 접근도 필수다”라며 “불법 경마는 조세포탈이란 부작용이 있는데 만일 운영자들에게 불법으로 들어가는 수익을 국고로 돌린다면 다양한 사회 인프라 산업에 재투자하는 등 산업을 체계화시키는데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온라인 경마 금지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불법 경마 신고건수 95% 증가/ 합법 경마 총 매출액은 85%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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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년 경마 사업실적 [표=한국마사회]

코로나19 기간 동안 말산업 붕괴가 심각해짐에 따라 불법 경마와 합법 경마의 간극은 더욱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5개년 경마 사업실적에 따르면 2020년 합법 경마의 총 매출액은 전년도 7조원대에서 1조890억원으로 급감해 85%의 낙폭률을 기록했다. 이후 거리두기에 따라 제한된 관람객은 받은 2021년도 또한 1조47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하락세를 회복하지 못했다. 

 

반면 불법 경마는 동일한 코로나19 시기 온라인 플랫폼 위주로 크게 확산됐다. 한국 마사회에 따르면 국내 불법 경마 사이트 신고 건수는 2019년 1357건에서 2020년 2648건으로 급증했다. 전년 대비 95.1% 급증한 수치다. 불법 경마 사이트 폐쇄 건수 또한 2019년 5407건에서 2021년 1만118건으로 2년 만에 87.1% 늘어났다. 다만 폐쇄 건수의 증가는 온라인 불법 경마의 증가 뿐만 아니라 마사회의 불법 단속 시스템 개선에도 영향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불법 경마에 사람들이 유입되는 이유는 베팅과 참여자 나이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온라인으로 언제든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온라인 경마는 오프라인 경마보다 사람들을 모으기에 유리한 구조다. 다른 말로 불법성을 제한하는 어떠한 규제도 없기 때문에 음지에서 불법이 성행한다는 의미다. 

 

경마 업계는 이와 같이 정부 규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성행하는 불법 경마를 막기 위해서는 불법 경마의 가장 큰 경쟁력인 온라인 마권을 정부의 관리 감독 아래에 둬 적절한 규제 방안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대부분의 불법 경마는 온라인에서 이뤄져...조세포탈 규모 1조1023억원에 달해/온라인 경마 허용해 불법시장을 공적 영역으로 흡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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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뉴스투데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2019년에 발간한 ‘제4차 불법도박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불법 경마 규모는 6조8898억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합법 경마 매출액인 7조3572억원과 거의 동일한 규모다. 또 불법 경마는 대부분 온라인에서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사행산업의 불법 도박 단속 비율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추산할 경우, 불법 경마의 총 매출액 6조88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6조2819억원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대부분의 불법 경마가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마사회의 온라인 마권 발행은 불법 경마 참여자를 정부라는 관리 주체 아래 흡수시킬 수 있다는 평가다.

 

기본적으로 경마 마권의 매출 구조는 환급금(73%)과 세제금(16%), 수득금(11%) 등 3종류로 이뤄져있다. 환급금은 당첨자에게 지급되는 금액이다. 예를 들어 10명의 참여자가 경마에 배팅하고 1명의 당첨자가 나왔을 때, 9명 각자의 환급금 73%가 당첨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16%에 해당하는 제세금은 국고로 들어가게 되며 나머지 11%의 수득금은 일정 비율로 경주 개최비용과 축산발전기금 등에 사용된다. 

 

반면, 불법 경마의 평균 환급금은 88%에 달한다. 이 중 20%는 구매자에게 돌아가며 나머지 68%가 당첨자에게 지급된다. 

 

문제는 나머지 12%의 수익금이다. 합법이었다면 국세로 들아가야할 세금이 어떠한 과세 없이 불법 운영자의 수익금으로 돌아간다. 2019년 기준 해당 조세포탈의 규모는 1조1023억원에 달한다.

 

■ 경마제도 개혁으로 불법 경마 흡수한 '홍콩자키클럽’

 

해외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는 스포츠베팅을 합법화한지 오래다. 영국과 스페인, 호주 등은 일찍이 스포츠베팅 시장을 개방했고 미국과 독일은 정부의 관리 감독 아래 최근에야 스포츠베팅을 합법화했다.

 

특히 홍콩의 경우 경마제도 개혁을 통해 뛰어난 사업성을 이뤄낸 사례로 꼽힌다.

 

홍콩은 1841년 영국이 점령하며 경마가 시작됐다. 홍콩 경마에서 한국 마사회 역할을 하는 기관은 ‘홍콩자키클럽(Hong Kong Jockey Club)’이다. 홍콩자키클럽은 마사회와 같은 독점 경마시행체로 130억달러(약 12조7000억원, 2012/2013 시즌)의 매출을 자랑한다. 

 

홍콩도 한 때 경마를 도박이라고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2006년 홍콩 입법위원회가 도박세법을 개정하며 이와 같은 경마의 부정 인식은 뛰어난 사업성을 가진 시장으로 바뀌었으며 또한 불법 경마를 흡수하는 효과까지 가져왔다.

 

홍콩 정부는 환급금 등 경마제도 운영 권한을 홍콩자키클럽에게 이양했다. 이후 홍콩자키클럽은 환급금을 올리고 배팅 금액 일정 부분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리베이트’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개편 전 마권매출의 구성비율은 환급금 81%, 제세금 13.4%, 홍콩자키클럽 수익금 5.6%에서 제도개편 후 환급금 84%, 제세금 11.8%, 홍콩자키클럽 수익금 4.2%로 변경됐다.

 

이후 마권매출액은 60% 증가했고 제세금 총액 또한 42% 올랐다. 홍콩자키클럽 순이익은 28% 증가했다. 세율과 수익률을 모두 인하했음에도 매출이 늘어 실제 거둬들인 세금과 수익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불법 경마 규모도 크게 줄어 도박세법 개정 전 2005년 기준 약 1000억 홍콩달러(약 15조원)에 이르던 불법 경마 매출액은 현재 연간 500억~600억 홍콩달러(약 7조5000억~9조원) 수준으로 위축됐다. 불법 경마 인구와 수익 절반이 사법 시장으로 흡수된 것이다.

 

■ 싱가포르, 이탈리아, 프랑스 등 온라인 마권 허용으로 불법 경마 줄여

 

싱가포르 경마산업은 1842년 설립된 ‘싱가포르 터프클럽(Singapore Turf Club)’이 주관한다. 이 클럽의 목표는 선진 경마와 베팅 합법화를 통해 국가 재정을 최대한 확충하는 것이다.

 

1995년부터 전화 베팅 서비스인 텔레벳(Telebet)을 시작했고, 불법 경마가 기승을 부리던 2016년에는 합법사행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온라인 마권 발매시스템을 도입해 불법 경마 고객들을 합법의 테두리로 흡수시켰다.

 

2000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불법경마는 온라인 마권 발매시스템이 도입된 이후에도 증가세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

 

이어 온라인도박 관련 법률이 없어 불법 도박이 성행할 당시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회원국들 역시 서비스업체에 허가권을 발급하고 온라인도박 규제위원회를 설치해 온라인 베팅을 합법화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온라인 발매를 개시한 2008년부터, 프랑스에서는 온라인 발매를 개시한 2010년부터 합법과 불법의 세력이 역전됐다.

 

불법 도박의 기승에 시름을 앓던 독일에서도 2011년 4억5000만 달러(약 5362억 원)이던 불법의 규모가 온라인 발매를 시작한 직후인 2012년 2억1000만 달러(약 2502억 원)으로 두 배 이상 급감하는 등 불법의 기세가 현저히 꺾였다.

 

또 다른 경마 선진국 호주에서도 온라인 마권 발매시스템이 본장 및 장외발매소 방문자를 흡수하면서 전국적으로 2500여 개소이던 독립형 발매소 ‘TAB betting shop’의 수가 지속 감소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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