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2년간 우리은행을 이끌어 온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24일 만료되면서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연임 불발로 자리를 옮겨야 하지만, 우리금융그룹 내부 이동은 사실상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다. 일각에선 권 행장이 휴식을 가진 뒤 다른 조직으로 이직 또는 전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 행장의 임기는 우리금융 정기 주주총회(25일) 전일인 24일까지다. 우리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이원덕 우리금융 수석부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권 행장은 지난 2020년 우리은행장에 1년 임기로 취임한 뒤 지난해 주총에서 임기가 1년 추가됐지만, 이번엔 연임에 실패했다. 통상 시중은행장 임기가 2+1년인 것과 비교하면 1년씩 임기가 주어진 건 이례적이다.
그간 권 행장이 보여준 경영 능력에 따라 추가 연임을 점치는 시각도 있었으나,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장 교체를 택했다.
2년 만에 우리은행장을 내려놓게 된 권 행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장 중 행장 거취가 정해지지 않은 건 우리은행 뿐이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올 1월 지주 부회장으로 이동했고,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아직 임기가 남은 상태다.
권 행장이 우리금융 내부에 남아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우리금융이 올해 신설하는 2개의 사장직에도 박화재 우리은행 여신지원그룹 부행장, 전상욱 우리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보가 각각 선임됐다.
그룹 내 다른 자회사 CEO로 자리를 옮기려면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 추천 및 이사회 승인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금융은 주요 자회사 CEO 후보 추천을 마무리한 상태다. 권 행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의 임기가 올해부터 시작되는 걸 감안하면 한동안 자회사 CEO로 이동할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그룹 고문 등으로 활동하기엔 권 행장이 아직 젊은 편이다. 1963년생인 권 행장은 4대 시중은행장 중 박성호 하나은행장(1964년생) 다음으로 연배가 낮다. 허인 전 국민은행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1961년생이다.
이에 따라 권 행장이 우리금융을 떠나 휴식이나 재정비를 취한 뒤 이직 또는 전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은행장 등 권 행장의 경력을 인정받아 다른 금융사나 일반 기업에서 러브콜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지성규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최근 안마의자 회사인 바디프랜드 총괄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지 부회장의 임기 역시 이달 끝난다. 30여년간 몸 담은 금융업계를 떠나 바디프랜드로 전직한 걸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바디프랜드는 지 부회장의 국제적 감각과 디지털 전문성을 높게 사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권 행장이 지금까지 우리금융에 오래 있었던 만큼 (임기가 끝났다고) 바로 움직이는 건 본인 입장에서도 애매할 수 있어 보인다”며 “나중에 금융 관련된 쪽으로 자리를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측은 임기가 끝나는 행장 거취에 대해선 개인적 문제인 만큼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자회사 CEO 후보 추천이 다 이뤄졌고 임기가 새로 시작되니까 그쪽으로 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이건(거취) 완전히 개인적인 문제라 알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권 행장은 1988년 우리은행 전신인 옛 상업은행에 입행해 국내 및 해외 영업점에서 근무했다. 우리은행 경영지원부 부장, 홍보실 실장, IB그룹 대외협력단 집행부행장 등을 역임한 뒤 2018년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2019년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이사를 거쳐 2020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하며 친정으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