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유니메드제약, 2000억원 대 항우울증 제네릭시장 노크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2000억원 대 항우울제 시장 잡아라’
최근 국내에서 우울증 환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명인제약과 유니메드제약 등 국내 제약업체가 글로벌 제약사를 상대로 우울증 치료제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명인제약과 유니메드제약은 덴마크 제약업체 룬드벡(Lundbeck)을 상대로 용도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을 지난 11일 신청했다.
명인제약과 유니메드제약이 무효 심판을 제기한 대상은 한국룬드벡이 지난 2015년 출시한 항우울제 ‘브린텔릭스’다.
■ 국내 유통 항우울증 치료제, 性기능 장애 논란 중심에 서
국내에서 유통되는 항우울증 치료제 가운데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와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는 특히 일부 환자들에게 성(性)기능 부작용이 발생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성기능 장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제약업계는 SSRI와 SNRI가 아닌 새로운 물질을 사용한 신약 개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룬드벡은 ‘보티옥세틴’을 성분으로 한 항우울증제를 개발했다. 한국룬드벡은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고 이듬해 보티옥세틴을 주성분으로 한 브린텔릭스를 출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룬드벡은 브린텔릭스는 SSRI와 SNRI가 아닌 보티옥세틴으로 만들어 성기능 장애 위험을 줄였다고 밝혔다.
■ 명인·유니메드제약 "룬드벡 항우울제 성분 더 이상 특허 대상 아니다"
룬드벡이 보티옥세틴으로 특허를 받은 후 명인제약과 유니메드제약은 특허 효력이 없다며 특허청에 특허심판을 신청했다.
룬드벡이 보티옥세틴을 주 원료로 한 항우울제 관련 특허는 ‘조합된 SERT, 5-HT3 및 5-HT1A 활성을 가진 화합물 치료 용도’(특허번호 1536023)라는 것이다. 이 특허에 대해 유니메이드는 용도특허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유니메이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룬드벡은 임상시험을 축소시킨 것으로 보인다”면서 “위약(임상의약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유사한 약효를 갖는 물질)과 보티옥세틴 성분을 같이 복용하면 성기능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룬드벡 임상시험 대상자들이 SSRI와 SNRI를 복용하지 않은 다른 우울증 환자들에게 보티옥세틴을 투약했을 때에도 항우울증 효과가 있는 지에 대한 검증과정도 모호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룬드벡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브린텔릭스 관련 특허 존속 기간이 2028년 11월 12일이면 끝난다”며 “제네릭(복제약) 시장은 특허가 종료가 임박한 약에 다른 제약사들이 소송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명인제약과 유니메드제약 주장을 일축했다.
이는 경쟁업체가 승소하게되면 특허 종료 기간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9개월 앞서 우선 판매권이 부여된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한국룬드벡 관계자는 “(명인제약과 유니메드제약 등) 제네릭 제약사들은 물질특허와 관련해 성분 무효 심판이나 소송을 일반적으로 제기하지 않는다”며 “이는 논란이 되는 성분의 문제를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직 보건당국으로부터 룬드벡 본사에 관련 서류가 도착하지 않은 상태”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업체 현황을 파악한 후 대응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 2000억원대 항우울제 시장 놓고 업체 간 미묘한 신경전
제약업계는 룬드벡과 명인제약, 유니메드제약의 소송 가능성은 점차 시장이 커지고 있는 국내 항우울제 시장 잠재력에 따른 신경전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항우울제 시장 규모가 2000억원대인 가운데 브린텔릭스 시장 규모는 약 100억원 내외”라며 “브린텔릭스 규모가 비록 작지만 국내 중견 제약사 지난해 매출액이 2000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항우울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라고 설명했다.
또 국내 항우울제 시장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이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국내 인구 1000명당 항우울증제 하루처방량(DID)은 21.0 DID로 이른바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64.3 DID)의 3분의 1 수준이다.
국내 항우울제 DID는 OECD 평균보다 낮지만 국내 우울증 발병율은 36.8%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자살율도 1위다.
이에 따라 국내 항우울증 처방과 환자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업계 전문들은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