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경쟁력 좌우할 윤석열의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모도원 기자 입력 : 2022.03.16 06:55 ㅣ 수정 : 2022.03.16 07:01

엔비디아와 AI반도체 경쟁하고, 인텔과 차량용 반도체 패권 벌이려면 '몰입적 연구' 필수
윤석열 당선인, 최대 3개월인 현행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1년으로 연장 추진
전문가, "반도체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중간단계에서 '몰입적 일하기' 필요"
한국노총, 민주노총, 더불어민주당 등이 반대할 경우, 관련 법 개정 쉽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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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소감을 밝히는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노동공약 중의 하나인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가 국내 반도체 기업의 미래 경쟁력에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 '3나노 경쟁' 뿐만 아니라 AI(인공지능) 반도체, 차량용 반도체 등의 신 반도체산업 영역에서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몰입적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가 결합되는 AI반도체산업에서는 엔비디아, 인텔, 구글, 퀄컴 등에 맞서 원천기술 확보 경쟁을 벌여야 한다. 급성장하는 파운드리 부문인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인텔이 패권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 틀 하에서는 제 아무리 우수한 반도체 연구개발 인재라고 해도 인텔이나 엔비디아와 맞서 속도전을 벌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법적으로 근무시간에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현행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주52시간 근무제'를 제한적으로 보완한다. 정산기간(단위기간)을 정해두고 근로자가 업무의 시작·종료시간과 1일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제도다. 노사가 합의하면 현행 1일 8시간, 1주 40시간 등의 근로제한 없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산기간이 3개월인 경우 3개월 평균근무시간이 주당 평균근로시간 52시간을 넘지 않으면 된다. 하루에 20시간씩 이틀을 일했다고 해도 3개월 평균 근무시간이 주 52시간만 넘기지 않으면 된다. R&D 경쟁의 승부처인 '몰입적 연구'를 가능케 하는 제도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12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구개발직은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이 최대 3개월이다. 연구개발업무가 아닌 일반 직무는 최대 1개월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인력이 '몰입적 연구'가 가능한 기간은 최대 3개월이다. 하지만 3개월 동안 핵심적인 원천기술 개발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결국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최대 3개월로 못박은 게 치열해치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원천기술 경쟁력에 족쇄를 채우는 부작용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은 이와 같은 선택적 근로제의 정산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1년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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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성전자]

 

■ 전배근 반도체산업협회 실장, "3개월 선택 근로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연구개발 하기엔 짧은 시간 " / 김용춘 전경련 고용정책 팀장 "단순 노동은 현행 주 52시간제가 유용...게임산업과 반도체, 자동차 분야 연구개발에 선택적 근로제 확대 필요"

 

전배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책지원실 실장은 15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는 보통 1년의 기간을 두고 수행하는데 그 과정에서 실험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생긴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부득이하게 주 40시간 이상 근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배근 실장은 "선택적 근로제가 개정되면서 단위 기간이 기존 1개월에서 3개월로 늘었지만, 이마저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겐 연구개발을 진행하기 현저히 짧은 기간이라 선택적 근로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전 실장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에게 유리한 '일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실험 실습이 한참 진행돼야 하는 특정 시기에는 근무시간을 늘리고, 그 외에 과도한 근무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프로젝트 초기나 막바지에 이른 단계에서는 근무시간을 짧게 가져가는 것이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일반 반도체 칩보다 안전성 기준이 높기 때문에 관련된 검증과 테스트가 더 많이 요구된다.

 

“연구개발을 하는 근로자분들로서는 자신의 법적인 근무시간이 끝났다고 해서 실험을 멈춰버릴 수도 없다”며 “계속 검증을 하다 보면 특정 기간에는 근무시간이 몰릴 수밖에 없어 그 기간에는 퇴근을 할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법을 지키려고 퇴근을 할 경우, 실험에 대한 연속성을 가지기도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그는 이어 “테스트를 돌려놓고 다음날 확인하려는 생각에 일단 퇴근해버리면 그 사이에 생기는 돌발상황에는 대처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 팀장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장 근로자와 같이 노동시간에 비례해서 성과가 이어지는 업종의 경우 현재의 주52시간제가 유용하다”며 “그러나 IT나 스타트업은 시간을 투입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그대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때에 따라서는 집중 근무를 해야하고 때에 따라서는 적당한 휴식이 필요한 업종이다”라며 “게임산업이 대표적이고 그 외에 반도체나 자동차 분야의 연구개발에서 선택적 근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택적 근로제는 보통 시기에 따라 업무량 편차가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연구, 디자인, 설계 등의 업무에서 주로 이용된다. 6개월 이상의 중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근로자의 근로시간 관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스펙과 사양에 따라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3~4년까지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이 과정의 특정 기간에는 업무량이 과도하게 몰리는 기간이 있어 선택적 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늘려달라는 건의가 산업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한국노총, 민주노총 노동계는 물론이고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윤 당선인의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 확대'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할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현실적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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