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보험업계가 실손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과잉진료 의심 병원을 신고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최근 백내장 수술 환자를 모으기 위해 과장‧허위 광고를 낸 안과 병‧의원 55곳을 불법 의료광고, 불법 환자유인 등 혐의로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이 가운데 25개 병‧의원은 관할 보건소로부터 불법 광고 삭제 및 수정 등 행정조치를 받았으며, 나머지 병‧의원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의료법 제56조는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은 거짓이나 과장된 내용의 의료광고, 다른 의료인과 진료 방법을 비교하는 광고, 비의료인의 의료행위 등을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KB손보는 자체적으로 보험금 청구 과다 안과 병‧의원을 분석해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는 55곳을 추출했다. 이후 병‧의원들에 대한 현장 채증 및 홈페이지를 통한 위반사항 확인 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과장‧허위 광고, 불법 환자유인 등 혐의가 있는 안과 병‧의원을 관할 보건소에 신고했다.
DB손보 역시 실손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DB손보는 지난해 의료법 위반 여지가 있는 병원을 고소했다. DB손보는 시력개선 및 시술체험단 형식을 활용한 백내장 불법 의료광고를 통해 무분별한 백내장 다초점 렌즈 삽입술을 시행하는 43개 병원을 보건소에 신고 조치했다.
최근에는 의료인이 아닌 직원을 통해 진료 상담과 검사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안과 병원 11곳을 보건당국에 신고하기도 했다.
DB손보는 이밖에도 의료법 위반 여지가 있는 병원을 고소하는 등 과잉진료 근절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가 이처럼 병‧의원을 상대로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실손보험금 누수로 인한 손해율 악화를 막기 위해서다. 백내장과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으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KB손보가 지난해 청구된 비급여 실손보험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비 의료비 청구건수는 연간기준 3만9000여건으로 전체 비급여 진료 가운데 0.6%에 불과하다. 하지만 청구금액은 1035억원으로 7.1%에 달한다.
업계 전체로는 지난 2016년 780억원 수준이던 백내장 수술 지급 실손보험금이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백내장 수술은 치료 비용이 고가일 뿐 아니라 무분별한 수술에 따른 실손보험금 누수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백내장 증상이 없음에도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백내장으로 진단해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을 권유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보험설계사가 브로커로 개입하거나 병원 상담실장 등 코디네이터를 통해 환자를 진찰하고 검사를 진행한 뒤 의사를 통해 백내장 수술을 시행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백내장이 아니거나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경미한 증상임에도 시력개선을 목적으로 허위 진단서 등을 발급해 불필요한 수술을 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점식 KB손보 장기보상본부 전무는 "현행법상 백내장 환자를 유인하기 위한 불법 허위광고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 행위"라며 "이를 통해 보험금을 수령하게 되면 그 부담은 대다수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수의 선량한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의료 불법행위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서 (실손보험금 누수 문제를) 풀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면서 "고소‧고발 등 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