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감소세 언제까지···“기준금리·이사철·정책이 관건”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 3개월 연속 줄어들면서 언제까지 감소세가 지속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권에선 정부 규제나 기준금리 인상, 이사철 등 대출 시장 흐름을 좌우할 요인이 남아있지만, 차기 정부 금융 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월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1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에 이어 감소세가 지속됐다.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3개월 연속 줄어든 건 2004년 한은 통계 작성 시작 이후 처음이다.
가계대출 감소세가 이어진 건 정부의 대출 규제 영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폭증한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시행한 총량 증가 제한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또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증시가 부진을 이어가고 있어 빚투(빚 내서 투자) 행렬이 잦아든 점도 가계대출 감소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달 말 신용대출은 한 달 만에 1조9000억원 가까이 빠지며 전체 가계대출 감소세를 주도했다.
정부 규제 등의 요인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긴 했지만, 현재로선 이 같은 감소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 이사철 대출 수요 증가 등이 앞으로 가계대출 흐름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로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 경우 대출금리까지 뛰면서 가계대출 감소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 자체가 뛰며 대출금리 상승을 유도할 경우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늘어나 대출 수요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에서 가장 중요한 금리가 빠르게 올랐고, 앞으로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가계대출이 꺾인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대출 상환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봄 이사철에 따른 주택 자금 수요 증가는 가계대출 증가를 부추길 수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1060조1000억원)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782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73.8%를 차지한다. 지난달에도 신용대출은 감소세를 보였지만, 주담대 잔액은 전월 대비 1조8000억원 늘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대출 빗장을 풀고 있는 점도 지켜봐야 한다. 가계대출 감소세에 따라 대출 여력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총량 증가율 관리에도 여유가 생긴 만큼 예전보단 공격적인 대출 영업이 가능하게 됐다.
황영웅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통괄팀 차장은 “일부 은행들이 최근 우대금리 적용 등을 통해 가계대출 영업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추이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앞으로 가계대출 향방에 대해 차기 정부 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금융과 부동산 분야 규제 완화를 내세운 만큼 실행 속도나 범위 등에 따라 대출 시장에 변화가 찾아올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윤 당선자는 정부(금융당국) 주도 규제 보다는 시장에 맡기는 금융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약했다. 실수요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 상향 조정이 대표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기 정부가 LTV를 완화해 주면 대출 한도도 늘어나는 만큼 지금은 ‘일단 기다려 보자’는 심리가 있을 것”이라며 “금리 상승, 이사철도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지만 올해 가계대출 시장은 앞으로 정책 기조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차기 정부가 LTV를 상향해도 DSR을 풀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반감되는 만큼, 금융 규제에 대한 대대적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현재 적용되는 DSR 2단계는 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매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 총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LTV 규제 완화는 은행의 가계대출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금융당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총량 규제와 DSR 적용 확대 완화 여부에 따라 실질적인 영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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