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테스트베드를 국가차원의 혁신 도구로 (上)
기업에서 혁신활동으로 만든 제품·서비스가 실험실 환경을 벗어나 실세계 환경에서는 제대로 작동할까? 공공기관에서 기획하고 제안한 정책이 실제 효과를 보이며 의도대로 적용 가능할까? 실제상황과 같은 엄격한 환경에서 제품·서비스를 테스트하여 불확실성을 제거 또는 최소화하려는 목적으로 수행하는 테스트베드, 실증사업이 각광받고 있다.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자율주행자동차를 비롯하여 첨단산업의 다양한 제품·서비스 성공을 위해 테스트베드, 실증사업은 필수이다. 이와 관련하여 테스트베드, 실증사업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튼튼한 차의 대명사 ‘볼보(Volvo)’, 1990년대 말, 모토로라에 이은 세계 제2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에릭슨(Ericsson)’과 같은 글로벌 기업을 보유한 나라 스웨덴.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위치한 인구 1천만명 남짓의 스웨덴은 국가의 혁신성을 나타내는 글로벌 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 2021)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1년부터 2021에 이르기까지 Top3에 들어와 있는 선진국이다(세계지적재산권기구 WIPO).
• ‘테스트베드 스웨덴’ 전략, 스웨덴 혁신역량 견인의 일등 공신
스웨덴이 세계최고 수준의 혁신역량 국가가 된 핵심요인은 기업, 연구자, 사용자들이 새로운 프로세스, 제품,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확인할 수 있는 풍부한 테스트베드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영국 NESTA).
스웨덴에 등록된 191개 테스트베드 중 약 40%가 실세계(real-world) 테스트베드(Level 3)이며, 이곳은 대부분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지역이다(2020년 기준).
이들 테스트베드는 주로 제품, 생산방식, 에너지, 운송, 환경, 건설, 보건, 자동화, ICT, 생명과학, 지역사회 개발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분포되어 있다.
스웨덴은 2016년부터 국가차원의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스마트 산업화 전략(Smart Industrialization Strategy for Sweden)」을 추진하고 있는데, 핵심 영역 중 하나가 ‘테스트베드 스웨덴’ 전략이다.
‘테스트베드 스웨덴’ 전략의 목적은 기존 테스트베드를 좀더 나은 방향으로 조정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테스트베드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 정책 개발을 통해 테스트 및 실증에 대한 제도적 장벽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자 노력한다.
• 테스트베드 활성화, 민간·공공과 함께 중소기업의 참여 중요
‘테스트베드 스웨덴’에는 민간·공공을 망라한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중 민간부문이 테스트와 실증시설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제일 크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주체라 할 수 있다.
RISE(Research Institute of Sweden, 스웨덴 국영연구소)는 공공부문 중에서 테스트베드에 대한 소유권, 운영, 참여 측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이다.
지난해 3월 RISE와 차머즈공과대학교(Chalmers University of Technology)는 스웨덴 정부의 지원하에 e-모빌리티 테스트베드를 구축한 바 있다. 해당 테스트베드에는 13억크로네(1690억원)가 투입될 예정이며, 볼보, 스카니아(Scania), CEVT(China Euro Vehicle Technology, 중국 유럽 차량 기술센터) 등이 산업계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국가 혁신 기관인 비노바(Vinnova, 스웨덴 혁신청)는 테스트와 실증을 목적으로 연간 약 1억크로네(130억원)를 지출하는데, 이 가운데 60∼70%는 실증사업에, 2∼3%는 시설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국가에너지기구(National Energy Body)도 테스트베드 마케팅과 내부투자 촉진 임무를 띤 자금 제공자 중 하나이다.
테스트베드에 대기업과 함께 중소기업을 참여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소 괴리가 있어서 중소기업이 항상 테스트 베드의 대상 그룹에 있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은 종종 자신들의 기술을 테스트하고 혁신을 상업화할 수 있는 자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스웨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처한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비용 부담, 정보 부족, 테스트베드 참여가치에 대한 의심, 자사보유 제품 또는 프로세스의 노출 두려움 등이 중소기업의 테스트베드 참여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잠재적 문제점의 해결방안을 마련하면 중소기업도 테스트베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 공공부문의 테스트베드 참여 늘어나야
‘테스트베드 스웨덴’ 전략 목표 중 하나는 테스트베드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공공부문 기관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왜냐하면 테스트베드는 더 나은 공공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는 도구이며, 공개적으로 운영되는 테스트베드는 여기서 생산된 지식을 보유하고 퍼뜨릴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으로 스웨덴 테스트베드의 약 10% 정도가 공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공부문의 테스트베드 참여를 저지하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는데, 공공부문이 갖고 있는 변화에 대한 저항, 각종 법률·규정, 한정된 자원 등을 꼽을 수 있다.
공공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공공 인프라(도로, 토지, 병원, 학교, 수자원 등)는 그 자체가 훌륭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중앙 및 지방 정부 등 공공부문이 보유한 인프라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하여 산업경쟁력 확보, 기술혁신, 창업 활성화 등의 가속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