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간호법’ 제정 놓고 현장 외면한 ‘탁상법안’ 비판 커져
간호법 개정되면 간호조무사 최대 피해자 논란
법안 개정으로 간호사가 대표자로 병원 개원할 수 있어 의사 반발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의료 관련 단체들이 ‘간호법’ 제정 여부를 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간호법이 의료 단체 각계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간호사만을 위한 법안이 아니냐는 강도 높은 비판이 의료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간호사협회(이하 간호사협회)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향해 간호법의 조속한 입법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법 입법을 요구하는 간호사협회에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간호법은 지난해 3월 김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보건복지위원장)이 국회에서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1951년에 제정된 ‘국민의료법’이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 중심으로 돼 있어 고도로 발전된 현대 의료시스템을 따라가지 못하고 전문화된 간호사 영역에 발맞춰 숙련된 간호사 등 전문인력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제정된 법안이다.
이 같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간호법은 간호사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만 간호 업무를 할 수 있게 규정해 놓았다. 또한 간호사가 아니면 같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특히 간호사는 전국적으로 조직을 두는 ‘간호사회’를 설립하고 가입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간호조무사에 대한 업무지도를 간호사가 할 수 있는 규정도 포함시켰다.
이 같은 내용의 간호법이 개정되면 가장 피해를 보는 직군이 간호조무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의료계 현실상 의원 단위 의료시설에서 간호조무사가 사실상 간호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 간호조무사들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 업무를 수행할 수 없으며 간호사 지도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간호법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볼 수 없는데 간호조무사에 대한 처우를 무시한 법안이기 때문에 문제”라며 “의료 현장에서 간호조무사는 간호사 보조 업무보다는 대체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를 못하게 법으로 막으면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간호사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간호사회’ 지위를 간호법이 높여놓고 있지만 간호조무사를 대변하는 단체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간호조무사회 관계자는 “간호조무사들은 노동 강도보다 임금이 낮으며 의원 단위 의료기관에서 근무해 이직률이 높고 고용불안에 호소하는 직군"이라며 "그러나 이들을 대변하는 단체를 국가가 인정해주지 못해 정책과 법안에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간호법에 대한 의사들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의료계 안팎으로는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대표자로 병원을 개원할 수 있어 의사들이 반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게 들리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목소리와 다르게 의사들은 환자들이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
간호와 관련된 모든 의료행위는 간호사만이 할 수 있어 의사는 손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 간호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가 있는데 의사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면 과연 온당한 의료 행위인지에 대한 지적이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본지와 통화에서 “의사는 단순히 처방만 내려주는 사람이 아닐뿐더러 의료 서비스는 팀플레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수액 주사를 투약하더라도 알레르기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이상 반응 때 의사의 즉각적인 의료 조치가 수반되는데 간호사에게 모든 걸 맡기면 의료 서비스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간호법 제정에 찬성하는 대한간호사협의는 기존 의료 관련 법안들로 간호사들이 업무를 수행하는데 장애가 되기 때문에 조속히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의료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제고되면서 다양한 분야에 간호사들이 진출해 있다. 그러나 관련 의료법들이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간단한 의료 행위에 대해서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한간호사협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간호사가 학교에 보건선생님으로 재직 중인 상황이며 대규모 사업장은 보건관리사(간호사) 에상주하고 요양원도 간호사가 일한다”며 “동주민센터에도 간호사가 상주하며 간단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데 의료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약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간호법이 제정돼야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간호사의 의료 행위들이 허용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에게 질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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