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정부 출범 초읽기···은행권은 ‘총량 규제 완화’ 기대감

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3.10 08:18 ㅣ 수정 : 2022.03.1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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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제20대 대선이 끝나고 본격적인 신(新) 정부 출범 초읽기에 들어가서면서 은행권 내부에선 규제 완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차기 정부 구성 후 그간 적용된 일률적 규제에 대한 재검토 후 필요 시 손질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계대출 총량 규제 완화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차기 정부가 금융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총량 규제를 완화해줄 경우 은행권은 공격적인 영업 확대로 이익 증대를 노릴 수 있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일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최종 당선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은 총량 규제 기조 완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불어난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시행 중이다.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의 전년 대비 증가율을 4~5% 수준으로 관리하라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5~6%)보다 더 강화된 조치다.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는 1년 전보다 110조원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증가율 범위가 줄어들며 최대 97조원까지만 늘릴 수 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에 내줄 수 있는 돈이 1년 만에 13조원가량 줄었다는 의미다. 

 

가계부채를 잡겠다는 취지지만 총량 규제에 따른 부작용도 속출했다. 총량 관리에 나선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며 이른바 ‘대출 난민’ 사태가 벌어졌고, 대출금리 상승으로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증대됐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 뿐 아니라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도 적용 중이다. 이는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면 원금과 이자액 합이 연봉의 40%로 제한되는 것이다. 오는 7월부턴 총 대출액 기준이 1억원으로 조여지는 DSR 3단계가 적용된다. 

 

은행권은 차기 정부가 꾸려지는 오는 5월 이후 대출 관련 규제에 변화가 찾아올지 주목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은 물론 주요 부처 장관 등 내각이 교체되면서 금융 정책 기조 자체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리 예단할 순 없지만 새 정부가 구성되면 은행권에 방향을 제시해 주지 않겠냐”라며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급격한 변화는 없었지만, 금융 정책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은행권 공동으로 세부 방안을 마련하는 등 준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자의 경우 후보 시절부터 현 정부의 대출 총량제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그는 집권 시 가계대출 총량 규제 등 금융 정책 방향을 전면 재검토하겠단 입장을 고수했다. 대출 문턱이 높아져 서민들의 대출 기회가 원천봉쇄되는 걸 막겠단 의도다. 

 

윤 후보 캠프에서 금융 정책을 맡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난달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금융은 적당히 조이고 풀고 해야지, 안 그러면 후유증이 생긴다. 지금은 너무 조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아직 규제 완화 가능성이나 범위 등을 점치긴 힘들지만, 실현된다면 은행권의 영업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가계대출 총량의 경우 규제가 풀리면 지금보다 공격적인 여신 확대가 가능하다. 대출을 늘림으로써 이자 수익을 물론 다양한 고객층 확보까지 노릴 수도 있다. 

 

B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도 총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리는 걸 제한하는 거지, 줄이라는 건 아니기 때문에 당장 이익이 줄어들까 걱정하진 않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정부가 실수요자 보호 명목으로 총량 규제를 완화해 준다면 자연스럽게 은행 대출 여력도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 1월과 2월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시장에선 정부 규제에 더해 증시 부진, 부동산 거래 감소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다만 차기 정부의 금융 정책과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 이사철이 맞물릴 경우 다시 대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출 수요가 몰릴 경우 은행들은 총량 규제를 맞추기 위해 다시 대출 문턱 높이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도 가계대출 총량 규제 등 금융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주도하는 일률적 규제보다는, 시장에 맡기는 정책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 제도 자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자유 시장 경제 체제에서 본인의 소득 범위 내에서 알아서 대출도 받고 상환하며 시장 경제를 이끌어 가는 거지, 정부가 나서 규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금융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전략은 수요 억제를 통해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었지만, 차기 정부는 가계대출 총량 제한을 많이 풀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높이는 등 시장 경제에 맡기는 뱡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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