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조 황금알 '서울시금고' 잡아라…은행권 입찰 경쟁 시동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50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맡아 운영할 서울시금고 ‘금고지기’ 자리를 따내기 위한 시중은행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현 시금고 은행의 약정기간이 올해 12월 31일 만료됨에 따라 차기 시금고 지정 절차에 나섰다.
시금고 지정은 공개경쟁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달 11일 희망 금융 기관을 대상으로 설명회가 실시, 본격적인 선정작업에 나선다. 시는 이후 다음 달 5일부터 11일까지 시중은행으로부터 제안서를 접수한 뒤 4월 중 심의를 거쳐 5월까지 차기 시금고를 지정한다.
서울시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관리하는 제1금고와 기금을 관리하는 제2금고, 두 개의 복수금고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제1금고는 신한은행, 제2금고는 우리은행이 맡고 있다.
두 금고지기로 각각 선정된 은행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간 시의 현금과 유가증권 출납·보관, 세입금 수납·이체, 세출금 지급 등의 업무를 맡는다.
■ 전국최대 서울시 예산 ‘금고지기’ 선정 시동
서울시금고는 전국 지자체 금고 중 최대 규모다. 제1금고의 경우 44조2000억원, 2금고는 3조5000억원으로 관리자금만 5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무려 44조 규모의 제1금고는 가장 매력적인 카드로 꼽힌다. 예치금을 운용에 따른 상당한 규모의 이자수익은 물론 은행의 브랜드 가치도 크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2금고 또한 1금고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기대 효과 또한 만만치 않아 적극적인 유치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금고지기 경쟁에 대부분의 시중은행 참여가 예상되지만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경쟁 구도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간의 경쟁이다.
서울시금고지기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왔던 곳은 우리은행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신한은행이 우리은행을 제치고 1금고지기로 선정되면서 독점 구도가 깨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유치 경쟁은 금고지기 자리를 지키려는 신한은행과 탈환을 노리는 우리은행 양강 구도가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은행 모두 금고지기 유치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 CEO 올해 첫 성과, 시중은행 유치전 전력 집중
은행 CEO들에게도 이번 서울시금고 유치는 자신의 역량을 입증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올해 연임에 성공한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서울시금고 수성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전산시스템 교체와 같은 비용 문제로 체제 전환보다는 유지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만큼 신한은행의 서울시금고 유치 실패는 진 은행장에게는 뼈아픈 결과가 될 수 있다.
이달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취임하는 이원덕 우리은행장 내정자 또한 이번 유치전이 자신의 첫 성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은행은 시금고 입찰을 앞두고 작년 10월부터 TFT를 운영하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제시한 평가 기준을 갖춤으로써 최대 지방자치 단체의 ‘금고지기’ 자리를 따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은행 외에도 대다수 시중은행이 서울시금고 유치전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이번 유치전을 그냥 외면하긴 어렵다.
올해 초 취임한 이재근 국민은행장으로서도 자신의 입지와 역량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서울시금고’ 유치는 좋은 데뷔전이 될 수 있다.
신임 함영주 금융지주 회장 취임을 앞둔 하나은행 또한 서울시금고 유치는 좋은 도전과제가 될 수 있다.
전국 지자체 시금고 점유율은 1위(56.56%) NH농협은행도 시장에서는 다크호스로 주목하고 있다.
■ 출연금 보단 금리, 녹색금융·ATM 설치 현황 등 변수
이번 유치전은 과거 출연금 경쟁보다는 이자, 인프라 중심의 경쟁 구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8년 금고지기 유치전 당시 은행들이 약정한 출연금 규모를 두고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액수인 3015억원의 출연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고 결국 서울시 금고지기에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금고 지정을 두고 은행 간 과도한 출연금을 둘러싼 과당경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당시 출연금 중 전산시스템 구축비용 1000억원 중 393억원은 금고 운용을 위한 필수 비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신한은행을 과태료 처분 등 징계 처리했다.
이후 정부는 협력사업비 배점을 축소하는 등 출연금 경쟁을 줄이기 위해 평가 기준을 개선하고 금융당국이 과열 경쟁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금리 배점이 확대되면서 유치전에 참여한 은행 간 이자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이번 선정 평가 기준에 정기예금 예치금리, 공금예금 적용금리, 자치단체 대출금리, 정기예금 만기 경과 시 적용금리 등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부문에 전체 100점 중 20점을 배정했다.
또한 서울시가 이번 시금고 지정 평가 항목에 녹색금융 이행실적이나 ATM 설치 현황 등을 추가한 것도 주요 변수다.
서울시는 시민 이용 편의성에 총 18점을 배정하면서 디지털 금융 추세를 반영해 관내 지점 수, 관내 무인 점포 수, 관내 ATM 설치 대수 등을 주요 평가항목으로 지정했다.
세계적인 기후 위기에 따라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탈석탄 등과 관련된 녹색금융 이행실적에도 2점이 부과된다.
이와 함께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25점), 금고업무 관리능력(28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7점) 등 항목을 평가해 서울시 금고지기가 선정된다.
한편, 서울시금고는 금융 및 전산분야 전문가 등 민간전문가, 시의원 등으로 구성되는 ‘금고지정 심의위원회’가 평가해 지정된다. 1금고, 2금고를 분리 평가해, 그 결과 최고 득점한 은행을 차기 시금고 우선 지정대상 은행으로 각각 선정한다.
이병한 서울시 재무국장은 “시금고는 서울시 자금운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시민의 편의를 증대할 수 있는 능력있고 우수한 금융기관들이 많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시금고가 지정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