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산업·경영의 미래 (8)] 자동차산업, '가상·증강현실' 기술로 혁신 엔진 장착!(상)
[기사요약]
메타버스는 자동차산업의 가치사슬 전반을 혁신
2026년 자동차 가상증강현실 시장은 수천억달러
가상 프로토타이핑, 원격 협업 설계 등으로 신차 개발비용·시간 획기적 단축
인공지능과 ICT(정보통신기술)의 발달,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확산 등에 따라 최근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역사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산업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해 경영 프로세스와 비즈니스 방식을 혁신해왔다. 앞으로 메타버스에 의해 산업과 경영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메타버스 관련 국내외 최신 동향과 기업들의 다양한 활용사례를 통해 산업과 경영의 미래를 그려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노재범 성균관대 학부대학 초빙교수] 지난 1월,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렸던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전시회 CES 2022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전 세계적으로 오미크론이 확산돼 참가기업 수가 예년과 비교해 절반에 불과했지만, 미래 혁신기술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다.
이 행사에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세계 최대 가전업체는 물론, GM,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글로벌 자동차기업들도 참가했는데, 그중 ‘메타모빌리티’를 메시지로 한 우리나라 현대차의 혁신이 전 세계 관람객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메타모빌리티’는 로보틱스와 메타버스를 결합해 이동 경험의 영역을 가상현실까지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 현대차의 미래 변화 핵심 키워드다.
앞으로 자동차는 가상세계에 접속하는 스마트 액세스(Smart Access) 플랫폼이 되어 사용자들이 이동 중에도 3차원 가상세계 안에서 회의, 쇼핑, 게임 등 경제, 사회,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 메타버스는 자동차산업 전반의 혁신 기회를 제공
메타버스를 활용한 자동차기업의 혁신은 제품 자체뿐만 아니라, 경영 프로세스 전반에도 기회가 많다.
액센추어(2017)에 따르면, 자동차산업은 연구개발, 디자인, 생산, 마케팅, 고객서비스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가상·증강현실(VR-AR)기술을 통해 혁신을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가상현실 기술은 가상 원격개발 및 프로토타입핑, 주행테스트, 가상 공장, 가상원격 생산 제어, 자동차 가상 테스트/훈련, 가상 쇼룸 등 생산 및 마케팅 활동을 혁신한다.
또한, 증강현실 기술은 베타 프로토타입 테스트, 스마트 안경 기반 SCM 및 생산, 품질관리, 생산라인 제어 강화, 가상 기술 매뉴얼 등에 적용돼 생산성과 효율성을 크게 증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자동차산업의 가상·증강현실 시장도 큰 폭으로 성장
자동차산업에서 가상·증강현실 기술의 활용이 확대됨에 따라 관련 시장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Reports and Data)에 따르면, 자동차산업의 가상·증강현실 시장은 2018년 3억9천만달러에서 연평균 120% 성장해 2026년 218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기관(Allied Market Research)은 2025년의 자동차 가상·증강현실 시장을 6736억달러까지 예측하기도 한다.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자동차산업 관련 메타버스 시장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은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어떤 혁신을 이루고 있을까?
• 가상 프로토타입핑(Virtual Prototyping)으로 신차 개발비 절감
디자인은 신차 개발 시 시간과 비용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단계 중 하나다. 새로 출시할 차량의 콘셉트를 확정하기까지 디자이너들은 보통 수 천장을 스케치한다.
또한, 최종 디자인을 결정하기 위한 프로토타입의 제작, 검토, 수정 과정에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수반된다.
과거, 실물 자동차 모형 1대의 제작비용은 대략 25만달러에서 100만달러에 이르고,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려면 50~70개의 중간 프로토타입이 필요했다. 이는 대형 자동차회사조차 부담이 되는 큰 비용이다.
그러나 최근 자동차 메이커들은 VR을 기반으로 한 가상 프로토타입으로 실물 모형을 대체하고 있다. VR 프로토타입을 사용하면 디테일한 부분의 검토는 물론, 다양한 변형도 신속하게 테스트할 수 있다. 또한, 실물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개발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로, 파리 근교에 위치한 르노자동차의 테크노센터는 CAVE(Cave Automatic Virtual Environment)라 불리는 신차 설계 및 개발을 위한 특별한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CAVE는 고해상도 프로젝터와 고성능 컴퓨터, 그리고 3D 시각화 시스템을 갖춘 신차 연구개발을 위한 시뮬레이터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은 이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신차의 외양은 물론, 각종 인터페이스 및 소재, 신기술 등을 가상현실로 구현하고, 실물 모형(mock up)의 제작 없이도 디자인과 성능이 뛰어난 신차를 설계한다.
르노는 과거 신차 개발 시 최소 4단계의 프로토타입 차량을 제작했지만, 이 가상 시뮬레이터를 활용함으로써 최종 프로토타입만 필요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연간 200만유로를 절감하고 있다.
• 원격 협업 설계 검토(Remote Collaborative Design Review)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신차 개발 시, 초기 단계부터 디자이너, 마케팅 전문가, 엔지니어, 연구개발자들이 정기·비정기적으로 모여 설계안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이 가까운 곳에 있다면 다행이지만, 보통의 경우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출장을 와야 한다.
포드자동차는 이러한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바로, 전 세계의 자동차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실시간으로 설계 과정에 참여·협업할 수 있는 가상실험실, FIVE(Ford's Immersive Vehicle Environment)다.
이 가상실험실에는 실험자의 몸에 부착할 센서와 모션 캡쳐 장치, 그리고 고해상도의 가상현실 장비들이 준비되어 있다.
포드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연구진들은 프로토타입 제작 전, 이 실험실에서 새로 설계한 신차의 개념을 함께 공유하며 인체공학적 측면뿐 아니라, 외양, 색상, 재료 등에 대해 초기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전 세계 주요 거점에 근무하는 디자인팀들도 실시간으로 신차의 개념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가상·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기업들의 설계·개발 혁신은 이제 더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국내의 현대기아차 역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이미 구축해 신차 개발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자동차산업의 생산 운영 혁신 사례에 대해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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