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KDB생명 매각이 늦어지면서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지연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JC파트너스의 KDB생명 인수를 위한 대주주 적격심사 일정이 9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KDB생명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 2020년 12월31일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JC파트너스를 매각 우선 협상자로 선정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해 6월 JC파트너스는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심사를 신청했다.

 

금융위는 적격심사가 접수되면 60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심사기한을 4배 이상 넘긴 지금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금융위의 승인 지연에는 JC파트너스의 경영 능력과 자본조달 역량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지난해 9월 대주주 자격미달 우려가 있다며 JC파트너스에 자료 보완을 요구했다. 그러나 JC파트너스는 추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JC파트너스가 2020년 4월 인수한 MG손해보험이 당초 제출한 자본확충 계획을 이행하지 못하고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점도 자본적정성 문제를 더하고 있다.

 

이 밖에도 KDB생명의 주요 주주인 칸서스자산운용(이하 칸서스)이 지난 1월 법원에 주식매각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심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칸서스는 2010년 산업은행과 공동으로 조성한 6500억원 규모의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 펀드를 통해 KDB생명을 인수했다. 이후 2020년 JC파트너스는 KDB생명 인수를 위해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 등과 SPA를 체결했다. 매각 가격은 총 5500억원으로, KDB생명 구주(92.73%)를 2000억원에 매입하고 35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방식이다.

 

칸서스는 투자금에 비해 매각 가격이 지나치게 낮은 점을 이유로 가처분을 신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가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사항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처분 인용 여부는 오는 18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SPA는 무효가 되고, 매각은 불발된다.

 

■ 노조 "어떤 방향이든 속히 마무리돼야"

 

KDB생명 매각이 지연되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KDB생명지부(이하 노조)는 금융위에 대주주 적격심사를 속히 마무리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영공백이 장기화됨에 따라 경영악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지난 3일 금융위가 위치한 서울 중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위 결정이 미뤄지는 동안 KDB생명 경영상황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면서 "이달 중 승인 여부를 결정하라"고 금융위에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경영을 책임질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주요 의사결정이 적격심사 통과 및 새로운 경영진 취임 이후로 미뤄지고 있다. 또 긴급한 현안에 대해서도 인수 예정자인 JC파트너스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요구하고 있어 영업과 투자, 상품개발 등 모든 경영활동이 중단된 상황이다.

 

KDB생명의 경영악화는 지표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회사의 규모를 나타내는 월납초회보험료는 2020년 232억원에서 지난해 190억원으로 약 42억원 감소했다.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RBC 비율도 위험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KDB생명의 RBC 비율은 전년 대비 16%p 하락한 184%로 전체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열악한 수준이다. 

 

노조는 "자본확충 없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다면 정상적인 경영활동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3~4월 안으로 승인 여부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 금융위를 상대로 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매각이 이뤄지든 불발되든 금융위가 최대한 빨리 결정하길 바라고 있다"면서 "SPA 이후 금융감독원이 금융위에 사안을 올리는데도 이미 상당시간이 소요됐음에도 9개월이 넘도록 결정이 나지 않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매각 성사 여부에 따른 유불리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서도 "경영공백 상태가 끝나야 KDB생명 125만 고객과 900명대의 전속 FC, 630명 직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KDB생명 측은 경영악화 원인이 심사 장기화 때문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KDB생명 관계자는 "경영악화 원인은 대주주 적격심사 장기화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면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영업채널의 실적 감소, 시장경쟁 심화 등 여러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조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존중하나, 경영악화는 통제 가능 수준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금융위의 승인 여부를 기다리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