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공공의대 화두 던진 인천대 (3)끝] 박종태 총장의 '교육개혁'이 건너야 할 강은 '공유지의 비극'
공공의대 설립은 시장주의가 득세한 한국 대학현실에서 주목할 교육개혁
공공의사는 값비싼 학비 전액을 지원받고 10년간 공공의료 복무
반대론자들은 '공공의료 황폐화' 가능성 제기하며 공공의대 반대해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인천대학교 박종태 총장이 추진하는 공공의대 설립은 시장주의가 득세하는 한국 대학 현실에서 주목할만한 교육개혁으로 볼 수 있다. 의사는 대표적인 고수익 전문직업인이다. 영리를 극대화하는 선택을 하는 게 시대적 풍토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박 총장의 공공의대 비전은 '공공 의사'를 기본개념으로 삼는다. 정부가 학비를 전액 지원하는 대신에 의사가 된 뒤 10년 동안 공공의료 복무를 해야하는 것이다. 의료낙후 지역이나 감염병 대응과 같은 공공의료 체계에 근무하는 의사는 공적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 공유목초지는 황폐화되듯이, 공공의사들은 열악한 서비스를 제공? vs. 검사나 공무원처럼 공공성 추구하는 공공의사라는 직업도 가능?
이러한 공공의대 모델에 대한 사회적 반박은 시장경제론에 입각한 현실론이다. 공공의대 출신 의사들이 담당하는 의료낙후 지역 및 공공의료 체계는 열악한 재화만 공급하게 될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미국의 생물학자 개릿 하딘이 1960대년에 제기했던 이론인 '공유지의 비극'을 연상시킨다. 하딘에 따르면, 한 마을의 공유 목초지는 순식간에 황폐화된다. 주민들이 서로 양보하면서 양떼를 먹여야 공유지가 지속될 수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경쟁적으로 양떼를 풀어놓아 키움으로써 목초지는 결국 황무지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공 의사들도 10년 동안 낙후지역 근무를 하면서 최선을 다하지 않고 방임으로 일관한다는 게 반대론의 요지이다. 결국 공공의료서비스는 황폐화된다는 이야기이다.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에는 공공의대를 둘러싼 논쟁이 종종 벌어진다. 그 논쟁에서 공공의대를 반대하는 측의 핵심 논거는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월 2일 약사 A씨는 '공공의대가 정말 좋은 정책일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난 인간이란 본디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서 "신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20살 애들 뽑아서 의무로 지방 근무 시키면 얘네들 중에 이타적인 사람이 얼마나 나올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사고만 안 치면 안 짤리고, 열심히 한다고 돈 더주는 것도 아니다"면서 "10년만 버티면 다시 서울로 올라갈 수 있으니 솔직히 나 같으면 시간만 떼우다가 10년 뒤에 서울 갈 거 같은데" 라고 주장했다.
공공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낙후지역에 내려가면 제대로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 것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수익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열등재만 공급하는 의료황폐화 현상이 지속된다는 이야기이다.
A의 주장에 다수가 공감을 표했다. 의사 B씨는 "와 간만에 진짜 요점 잘 파악해서 정리한 글이라 공감 200퍼"라고 환호했다. KT직원 C씨도 "의대 그냥 유지하고 의료수가를 올려줘야 맞는 것 같아"라고 대한의협 주장에 동조했고, SK하이닉스 직원 D씨는 "공공의대 졸업지역에서 의무로 20년 정도 일하게 하는 게 아니면 안되지"라고 주장했다.
물론 공공의대 지지자도 있었다. 한글과컴퓨터 직원 E씨는 "검사는 공공이라서 제대로 일 안함?"이라며 "행정부 사법부 다 공공으로 돌아가는데 그 부처에 속한 엘리트들이 다 의사보다 못해보여?"라고 반박했다. 검사나 공무원처럼 공공의사들도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아도 공공성을 추구할 것이라는 논리인 셈이다.
인천광역시교육청 직원 F씨는 지난 1월 22일 '의료체계 붕괴우려?' 라는 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및 방역패스의 실시 주 이유는 의사인력과 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감염자가 폭증하는 의료체계 붕괴"라면서 "지방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서라도 공공의대 설립은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고객인 일반시민들이 대한의협의 공공의대 설립 반대에 동조하는 게 놀라웠다"면서 "공공의대를 설립했으면 다음 감염병 발생시에는 의료체계 붕괴를 크게 우려 안해도 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글코리아 직원 G씨는 "공공의대? 장비 하나도 없이 의사만 갖다 놓으면 막 병이 낫고 그래? 개발자 시골 보내고 컴퓨터 안주면서 개발하라고 하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의사 H씨는 "지금도 고사직전의 지방의료원들은 제대로 된 의사 구하지도 못하고 뜨내기 의사들이 잠시 파트타임으로 일하다 좋은 자리나면 도망가는 게 일상"이라면서 "서울 월급이 3분의 1이 되더라도 지방에는 안 가겠지"라고 주장했다.
■ 지난해 5월 취임한 박종태 인천대 총장, 8월부터 공공의대 설립 위해 가열찬 행보 / 공공의대는 지역의 문제 넘어서는 국가적 어젠다, 성공시키려면 국민적 지지여론 필요해
공공의대 설립은 인천대가 오랜 기간 시도해온 목표다. 2008년 인천의료원을 인천대 부속 병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2017년 의과대학, 2018년 치·의대 설립을 추진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박종태 총장은 공공의대 설립이라는 인천대의 숙원사업을 위해 가열찬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지 3개월 뒤인 8월에 의과대학 설립 추진단 1차 회의를 열고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법안 발의를 준비했다. 박 총장은 회의에서 “인천대 의과대학 설립은 인천지역의 의료체계 개선과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추진단은 이호철 대외협력부총장을 단장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교흥(인천서구갑), 박찬대(인천연수구갑) 등 지역구 국회의원과 관련 인사들로 구성돼 ‘국립대학법인 인천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발의를 추진했다.
김교흥 의원은 1차 회의를 연 다음 달 해당 개정안을 정기국회에서 대표 발의하고 공공의대 추진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코로나19 이후 여러 감염병에 조기 대처할 수 있는 의료 인력 양성의 필요성이 그 이유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공의대에 진학한 학생들은 일반 4년제 대학 학비보다 40% 가까이 비싼 의대 학비를 전액 지원받고 대신에 의료 낙후 지역에 10년 의무 복무를 해야한다.
이후 지난해 12월 인천대는 인천시교육청과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지난달에는 인천시 연수구와 ‘인천 제2의료원·인천대학교 공공의대 설립 업무협약’을 맺어 공공의대 설립에 필요한 행정적 배경을 마련했다.
박 총장은 개정안 입법화를 위해서 100만인 서명운동과 홍보 캠페인에 집중하고 있다. 여론의 공감대 확보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가 2020년 공공의대를 추진했으나 의료계의 반발로 무산된 사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박 총장은 김교흥 의원이 국회에서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다음 달 ‘공공의대 설립 100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했고 이후 지난 2월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 추진 홍보 캠페인’을 추진했다.
지난 17일에는 ‘공공의대 설립 추진을 위한 내부 토론회’를 개최해 공공의대 설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총장은 이날 “우리가 차분하게 준비하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공공의대 설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라며 “오늘 토론회가 공공의대 설립에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총장의 비전은 한국의 공공의료 현실에 비춰볼 때 반드시 실현돼야 할 개혁과제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들의 인구 1000명 당 총 병원 병상 수는 4.4개다. 한국의 총 병원 병상 수는 12.4개로 평균치를 훨씬 넘어선다. 그러나 공공병원의 병상 수는 한국 1.2개, OECD 평균 2.8개로 평균치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러나 대한의협을 주축으로 한 의료계는 의료수가 인상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공공의대를 설립해봐야 낙후지역 의료서비스의 황폐화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료수가를 인상해주면 우수한 의사들이 지방에 내려가서 개업을 하는 선택이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지방에서 개업을 해도 돈벌이가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게 공공의료 서비스를 개혁하는 길이라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따라서 공공의사들이 영리의사들 못지 않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게 최대 과제로 꼽힌다.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은 단순한 지역사회의 문제를 넘어선 국가적 어젠다이다. 그 성패가 지역여론에만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없다. 국민적 여론의 지지를 받아야 의료계의 반발을 극복하고 성공궤도에 오를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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