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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女風' 거세다...3월 주총 앞두고 ‘여성 이사’ 모시기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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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3.04 05:00 ㅣ 수정 : 2022.03.04 05:00

기업내 여성 고위 임원 채용 막는 '유리천장(Glass Ceiling)' 뚫려
삼성 계열사, ESG경영 등 핵심사업에 여성 사외이사 적극 영입
LG, 그룹 계열사에 여성 사외의사 발탁...여성 전문인력 능력 발휘 기회 줘
에너지-조선사 등 '남초 분야'도 여성 사외이사 활용해 친환경 경영에 박차
여성 고위임원, 사외이사가 아닌 사내이사 채용은 아직 갈 길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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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1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2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모습 [사진=삼성전자]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기업은 대개 전통적인 피라미드형 조직구조를 갖춰 주요 보직에는 남성들이 차지하는 게 일반적이다. 기업의 전반적인 목표 설정, 업무적·재무적 성과 평가, 이익 배분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임원들로 꾸려진 이사회 역시 남성 중심으로만 구성돼 왔다.

 

과거에는 여성들의 사회활동 자체가 활발하지 않아 이러한 남성 편중이 어느 정도 용인됐다. 그러나 이제는 여성들 상당수가 사회에 적극 진출하고 있지만 보수적인 기업 문화는 여성들의 이사 등용의 걸림돌이 됐다. 

 

이러한 기업의 유리천장(Glass Ceiling)을 깨부수기 위한 개정 자본시장법(이하 자본시장법)이 올해 8월부터 전격 도입된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법인이라면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정한다. 이는 사실상 여성 이사 1인 이상을 둬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성으로 치우친 이사회 환경을 바꾸고 여성 등기임원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이기도 하다.

 

재계는 지난해부터 우수한 여성 사외이사 영입 작업에 본격 돌입했으며 특히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을 목전에 둔 기업들은 그동안 얼마만큼 준비를 마쳤을까. 그리고 과연 올해는 어떤 여성 인재들을 발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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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삼성전자 신임 사외이사 예정자 한화진 박사, 삼성전기 신임 사외이사 예정자 이윤정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사진 =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홈페이지 ]

 

■ 삼성, ‘ESG 경영’ 강화 재원 모신다 

 

삼성은 계열사에 따라 임기가 만료되는 여성 사외이사를 교체하거나 새로운 인물을 들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날 16일 임기 6년이 마무리되는 서울대 의대 교수 안규리 사외이사를 대신할 인물로 한화진 박사를 내정했다.

 

한 박사는 1993년 한국환경연구원(KEI) 창립 구성원으로 약 28년간 기후와 환경분야 연구활동을 활발히 수행했다. 그는 KEI 부원장을 역임했을 만큼 학계에서 인정받는 환경 전문가다. 

 

한 박사는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실 환경비서관으로 근무했으며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실 녹생성장위원회 민간위원으로 몸 담기도 했다. 그는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석좌교수, 글로벌융합대학 객원교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사 등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한 박사는 환경전문가 면모뿐만 아니라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2대 소장으로 취임해 여성과학기술인의 권익증진과 각종 지원사업 활성화에 앞장서는 등 여성 리더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한 박사 영입 배경은 환경 전문가를 통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기후·환경분야 최고 전문가 한 박사가 이사회와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서 활동하며 ESG 측면에서 크게 활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기에서는 이윤정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발탁한다. 이 변호사 역시 환경부 고문 변호사, 한국환경법학회 부회장,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환경 전문가다. 그의 발탁 배경은 한 박사처럼  ESG 경영 강화를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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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LG화학 사외이사 후보 이현주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진 = 카이스트, 연합뉴스]

 

■ LG, 전 계열사 여성 사외이사 발탁 마무리

 

LG는 자본시장법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LG전자, LG유플러스, LG에너지솔루션, LG하우시스(현 LX하우시스), 지투알 등 6개 계열사가 지난해 여성 사외이사를 선출했기 때문이다.

 

LG는 올해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은 계열사들이 인선 마무리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여성 사외이사 후보자들은 법조계 인사들이 두드러진다. 

 

LG화학 사외이사 후보에는 이현주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와 조화순 후보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물망에 올랐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화학 분야 학자인 이 교수는 석유화학 공정과 지속가능성 사업 분야 전반에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바이오매스(친환경에너지)·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친환경 등 다방면을 연구해 향후 LG화학 사업 방향의 현명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교수는 과학기술정책과 미래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 연구 분야의 폭 넒은 지식과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그는 정치·과학기술 관점에서 사업 방향성에 대한 자문과 대외 네트워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LG디스플레이는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환경법학회 부회장,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 비상임위원 등을 지내고 있는 강정혜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LG이노텍은 이희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영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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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SK이노베이션 신임 사외이사 예정자 김태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 한국조선해양 신임 사외이사 예정자 조영희 엘에이비파트너스 변호사 [사진 = 고려대, 엘에이비파트너스]

 

■ 에너지·조선사 등도 여성 이사 영입 ‘박차’

 

SK에서는 에너지 분야 계열사 SK이노베이션에서 올해 김태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임명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둔 하윤경 홍익대학교 공대 교수 빈자리를 대신할 인사로 풀이된다.

 

김 교수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합격 후 서울지법 예비판사와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로 근무했다. 교단에 서게 된 김 교수는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몸담고 있다. 그는 2020년 ‘기업법연구 우수 논문상’을 수상하는 등 입증된 법조계 재원이라는 점이 이번 인사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대표적인 남초(男超) 사업 분야인 조선사들도 여성 전문가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해양환경관리공단 징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하버드대 출신 조영희 엘에이비파트너스 변호사를 새로운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현대중공업은 판사 출신 박현정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현대미포조선은 2010~2015년 한국씨티은행 사외이사직 수행 경험이 김성은 경희대 회계·세무학 교수를 선임할 예정이다.

 

올해 초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텍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 등기임원이 1명 이상인 기업 수가 2년간 51개에서 90개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또한 여성 등기임원 수도 59명에서 102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여성 등기임원 비율은 여전히 낮은 데다가 이들의 90% 이상이 사외이사다. 기업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내이사보다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적은 사외이사로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여성 이사들이 기업 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기업들이 이번 인사를 초석(礎石)으로 삼아 여성 전문인력을 고위임원으로 등용하는 문을 더욱 활짝 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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