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청년’ 넘쳐나도 현대백화점엔 MZ세대 ‘명품족’ 몰리는 까닭은?
MZ세대의 명품 소비, 양극화 심화 지표라고?
소득 수준과 무관한 MZ세대의 성향이라는 분석도 제기돼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우리나라의 만 19∼34세 청년 중 40%는 연간 소득이 20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42%가 본인을 빈곤층으로 여기고 있다.
52%가 주식, 채권, 암호화폐 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평균 투자금액은 115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MZ세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품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MZ세대 내의 양극화 심화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MZ세대의 명품 소비가 소득 수준의 차이를 정확하게 반영한다기 보다는 세대 전체의 특징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 청년 10명 중 4명 연간소득 '2천만 원 미만'…49% "불만족“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청년기본법상 청년의 법정 연령인 만 19∼34세 4114명을 대상으로 소득 수준과 주거 형태, 자산보유 현황 등에 대한 설문조사 실시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한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안전망 체계 구축방안 연구Ⅰ' 보고서를 27일 발표했다.
지난해 7월 26일부터 8월 13일까지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 총 연간소득을 묻는 항목에 응답자의 41.4%가 '2000만 원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2000만∼4000만 원 미만'(32.4%), '4000만∼6000만 원 미만'(12.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총 연간소득은 평균 2223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근로 및 사업 소득은 평균 1955만 원, 부모나 친척 등으로부터 받은 연간 소득은 평균 268만 원이었다.
총 연간소득에 대해 응답자의 48.6%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으며,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16.2%에 불과했다. '보통'이라는 응답자 비율은 35.1%였다.
미래 소득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지 묻자 '그렇다'는 응답자 비율이 47.4%로 '그렇지 않다'(20.6%)보다 높게 나타났다.'
■ 자가나 전·월세 등 본인 명의 주택 있는 청년 50% "부모나 친지 도움 받아"
또 응답자의 63.9%가 자가나 전·월세 등 본인 명의 거주 주택을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만 19∼24세의 79.4%, 만 25∼29세의 62.9%, 만 30∼34세의 51.7%가 본인 명의 거주 주택이 없었다.
본인 명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응답자를 유형별로 보면 자가(38.9%), 전세(32.8%), 보증금 있는 월세(26.4%) 등 순이었다. 본인 명의 주택을 보유한 청년의 절반 이상은 부모나 친지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 없는 월세를 제외하고 본인 명의 주택을 소유한 응답자의 46.3%는 전부 본인 스스로 거주 주택 비용을 마련했다고 답했다.
이어 '본인이 대부분 마련하고 부모님(또는 친지) 등이 일부 도움'(26.5%), '부모님(또는 친지) 등이 대부분 마련해주고 본인이 일부 도움'(13.2%), '전부 부모님(또는 친지) 등이 마련'(9.7%) 등의 순이었다.
■ 청년층 52.9% 주식, 채권, 펀드, 암호화폐 등 투자...평균 규모는 1150만원
청년의 상당수는 주식, 채권, 펀드 등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52.9%가 주식이나 채권, 펀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금융 재산 중 주식, 채권, 펀드 규모는 평균 1150만 원으로 집계됐다.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21.7%에 달했다.
주식·암호화폐 등 고위험 상품에 투자한 응답자의 39.6%가 장기적 자금운용을 위해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단기적 수익 실현을 위해'(30.2%), '투자 경험을 쌓기 위해'(18.3%)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청년들이 최근 1년간 보유한 고위험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23.6%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35.5%가 은행이나 제2금융권 등에 부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부채가 생긴 이유는 '주거비 마련'(38.0%), '생활비 마련'(26.1%), '학자금 마련'(19.8%) 등 순이었다.'
■ 청년 10명 중 3명 "한국 사회 청년 빈곤층, 빈곤 탈출 불가능"
'본인의 주관적 빈곤 인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그렇다' 응답이 42.6%로 '그렇지 않다'(19.2%)의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보통'은 38.2%였다.
자신이 빈곤하다고 답변한 응답자의 34.3%는 향후 빈곤 탈출 가능성을 낮게 봤다. 탈출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자는 28.5%에 불과했다.
'한국사회 청년 빈곤층의 빈곤 탈출 가능성'에 대해 묻자 응답자의 30.7%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가능하다는 응답자 비율은 25.6%였다.
청년 빈곤 해소를 위한 정부 정책에 대한 동의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31.5%로, 동의한다(29.2%)는 응답자 비율을 웃돌았다.
한편 연구진은 "청년의 어려움이 고용 측면에 그치지 않고 삶의 전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청년빈곤층의 규모가 증가하고 다른 연령대보다 빈곤 위험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청년의 순자산 빈곤율이 다른 연령집단보다 높으며 그 경향도 최근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순자산 빈곤율은 가구의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 중윗값의 50% 미만인 가구의 비율을 말한다.
2020년 기준 19∼34세 청년 가구주의 순자산 빈곤율은 51.5%로 전체 가구주의 순자산 빈곤율(31.6%)을 크게 웃돌았으며, 가구주 연령집단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또 전체 가구주의 순자산 비율은 2017년 31.3%에서 2020년 31.6%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청년 가구주의 순자산 빈곤율은 같은 기간 47.6%에서 51.5%로 3.9%포인트 증가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부동산 가격 상승과 자산 대물림으로 인한 청년의 집단 내 격차가 커지는 등의 청년 불평등 문제가 악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 ‘더 현대 서울’는 문 연지 1년만에 신기록 수립...MZ세대의 명품 소비 주도 강화될 듯
한편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2월 26일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 서울'이 1년간 매출 8005억원을 올리며 당초 매출 목표(6300억원)를 30% 이상 초과 달성했다고 27일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이날 더현대 서울 개점 1년을 맞아 개점 이후 전날까지 성과를 소개하며 "국내 백화점의 개점 첫해 매출 신기록"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사무실 밀집 지역으로 주말 유동 인구가 줄어드는 여의도 지역에서 더현대 서울이 좋은 실적을 낸 비결로 기존 백화점의 틀을 깨면서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를 백화점으로 돌아오게 한 점을 꼽았다.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용어이다. 소유보다는 공유나 가치있는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성향을 가진 MZ세대가 명품 소비를 주도하는 현상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더현대 서울은 '쇼핑을 통한 힐링'(리테일 테라피) 개념을 내세우며 전체 영업 면적 중 절반을 판매 시설이 아닌 실내 조경이나 고객 휴식 공간 등으로 꾸몄다.
또 무인 매장과 스니커즈 리셀(재판매) 전문 매장, 명품 시계 리셀 매장 등 기존에 백화점에서 보기 힘든 매장들을 입점시켜 MZ세대를 공략했다.
실제 더현대 서울이 개장했을 당시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개점 초반 대규모 인파가 몰려 화제가 됐다.
MZ세대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더현대 서울 매출 중 20∼30대 고객의 비중은 50.3%로, 다른 현대백화점 15개 점포의 20∼30대 매출 비중 24.8%보다 배 이상 높았다.
구매 고객 수 역시 20대와 30대가 각각 19.3%, 38.9%로 30대 이하 고객이 58.2%를 차지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더현대 서울은 차별화된 공간 구성과 콘텐츠를 앞세워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MZ세대를 다시 백화점으로 불러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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