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가는 23일 국내 주식도 소수단위로 거래할 수 있게 될 경우 MZ세대를 비롯한 소액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유입이 늘어나며 증권사 수익 증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해외 소수점 거래를 전면 허용한 데 이어 오는 9월부터 국내 주식도 소수점 거래를 시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간 주식시장에서 고가 종목의 경우 기업가치와는 무관하게 '비싸다'는 인식이 형성돼 투자자들의 기피 대상이었다.
특히 이제 막 주식 투자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투자자나 여유자금이 크지 않아서 고가 주식에 선뜻 투자하기가 어려운 20~30대 등이 접근해 볼 만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로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가 시작되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가의 우량주로 향하면서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수요가 일부 줄어들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소수점 거래 도입이 되면 가격에서 접근성은 좋으나 수수료 등 주식 매매보다 거래의 차이가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외 고가 우량주에 대한 개미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졌으나 이에 따른 높은 수수료 등 ‘제한점’이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국내주식 소수단위 거래 서비스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됐다.
소액 투자자들이 기존에는 1주당 100만원인 주식을 살 수 없었다면 앞으로는 소수 단위 거래로 0.1주만 쪼개서 살 수 있다.
이로써 전일(22일) 종가 기준 LG생활건강(100만7000원)과 F&F(80만6000원), 삼성바이오로직스(77만5000원), LG화학(59만원) 등의 황제주도 소수 단위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이러한 고가의 종목들은 거래 활성화를 위해 액면분할이라는 방법을 사용해 왔다. 액면분할은 발행된 주식의 액면가를 분할해 주식수를 늘리는 방법이다.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의 가장 큰 장점은 소액을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액면분할의 효과를 낼 수도 있다.
국내 주식 1주당 50만원이 넘는 종목은 코스피 일평균 거래량에 비해 상당히 저조한 수준의 거래량을 보여 거래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가 도입 시 액면분할 없이도 가격 접근성을 높여주기 때문에 액면분할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소수점 거래란 증권사 거래 시스템을 통해 국내 주식 한 주를 0.1주 또는 0.01주처럼 소수점 단위로 분할해 거래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단위 또는 금액만큼 주식을 사겠다고 주문을 하면 증권사가 취합해 1주를 만들어 한국예탁결제원에 매매 신청한다.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는 25개 증권사가 올해 9월부터 전산구축 및 테스트 일정 등에 따라 순차적으로 서비스 개시에 나설 수 있다.
각 증권사는 일반 국내주식 거래와 소수단위 거래의 차이점에 대해 투자자가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위험고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소수단위 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자기 재산으로 취득하게 되는 주식은 종목별로 5주 이내로 하며 의결권 행사도 금지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소수점 거래때와 마찬가지로 소액투자자들은 그동안 우량주들의 벽이 높았고 증권사는 거래량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이번 서비스 도입이 고가주들의 유동성뿐만 아니라 전체 거래대금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당 서비스는 한국예탁결제원과 교보증권, 대신증권, DB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상상인증권, 신영증권, 신한금융투자, IBK투자증권, SK증권,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카카오페이증권, KB증권, KTB투자증권, 키움증권, 토스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 25곳이 참여한다.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은 투자매매업 인가를 받지 않았지만 특례를 통해 서비스 제공사로 나설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