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특허괴물 ‘NPE', 삼성전자 등 韓 대기업에 군침 흘리는 이유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2.22 07:22 ㅣ 수정 : 2022.02.22 15:13

NPE, 특허권 무기로 공격 대상 기업 제품 판매 금지 유도
삼성전자 등 세계 1위 가전-IT업체 겨냥해 NPE '현미경식 조사' 일삼아
NPE, 승소 배상액 매출액 기준...글로벌 기업일수록 더 많은 이득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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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성공에는 시기와 질투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이를 '왕관의 무게'라고 여기며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여기지만 공든 탑을 무너뜨리기 위한 목적이 뚜렷한 저격에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삼성전자 심정이 딱 이렇다. 미국에서 이른바 ‘특허괴물(Patent Troll)’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 Non-Practicing Entities)의 총구가 최근 몇년 간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시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사업 범위를 넓히고 매출 규모도 커져 자칫 NPE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NPE의 '삼성 괴롭히기'는 도를 지나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NPE가 비단 삼성전자에만 군침을 흘리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기업을 먹잇감으로 삼는 NPE 소송이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 주요기업이 특허전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한국기업 사냥 나선 특허괴물 ‘NPE’

 

한국 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게 만드는 NPE는 어떤 회사일까. NPE는 특허를 수익창출 수단으로 삼는  ‘비제조 특허 전문’ 기업이다. 이는 기술 개발이나 생산, 판매 활동은 하지 않고 오로지 특허권만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갖춘 업체라는 뜻이다. 결국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 모델인 셈이다.

 

NPE 수식어 '특허괴물'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데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보통의 특허 심판은 경쟁 회사가 서로 보유한 특허를 검토한 후 기술을 교환하는 ‘크로스라이선스’ 협정으로 마무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상대 기업이 보다 더 고도화된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인정되면 그만큼 비용을 추가로 내고 합의하는 방식이다.

 

그 이유는 오로지 자사만 보유한 특허만을 이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을 제조할 때 삼성전자에는 애플 기술이, 애플에는 삼성전자 기술이 탑재된다. 

 

하지만 NPE는 특허권만을 가지고 싸우다 보니 협상 없이 곧바로 소송을 제기해 공격 대상 기업이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소송을 당한 기업은 판매 중단이라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과도학 금액을 요구한 NPE에 응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 특히 삼성전자는 NPE가 노리는 '1등 먹잇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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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지식재산보호원]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등에 따르면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NPE 소송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9년 90건, 2020년 111건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1월부터 9월까지만 총 130건에 이르기 때문이다.

 

NPE가 올해 2월 15일 미국 법원에 국내 기업을 상대로 제기해 진행 중인 특허 소송 건수만 해도 202건이다.  또 최근 NPE 상위 10곳이 미국 법원에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특허 소송은 84%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5년간 미국에서 300건이 넘은 NPE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으며 올해만 벌써 8건이나 피소된 상태다.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이처럼 NPE의 가장 좋은 먹잇감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제품에 들어가는 수 십 가지 기술 중 단 1개만 불명확해도 언제든지 소송 대상에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스마트폰, TV, 스마트워치, 생활가전 등 최신 기술로 똘똘 뭉친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는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은 NPE 레이더망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특허 소송에서 NPE가 승소하면 배상액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상대 기업이 크면 클수록 더 많은 이득을 챙길 수 있다. 

 

해외 NPE뿐만 아니라 국내 관계자들까지도 한국 대기업을 눈여겨보고 있어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안승호 전(前) 삼성전자 부사장이 설립한 NPE ‘시너지IP’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무선 오디오 제어 기술 등 10건의 특허권 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내 구설수에 올랐다.

 

특허청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한국에서는 주로 삼성과 LG가 소송 대상에 포함돼 있다. 사실 이들뿐만 아니라 구글, 아마존 등 큰 기업은 모두 NPE 타깃”이라며 “NPE 소송이라는 게 손해배상 등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 관계자는 “떨어지는 과일이 많은 곳이 타깃이 되는 것”이라며 “소위 ‘사과나무 털기’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사과가 많이 열리는 나무를 타깃으로 해야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지 않나. 그런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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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투데이DB]

 

■ 특허 강국, 지식재산 지키려면

 

한국은 '특허 강국'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지난해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국제특허 출원은 전년 대비 3.2% 늘었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의 국제특허 출원은 2년 연속 세계 4위를 달성했다. 한국 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도 중국과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상위 5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국제특허 출원 증가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만 해도 2021년 3분기까지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6418건, 6032건의 특허를 획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전세계적으로 총 21만1160건의 특허를 보유하게 됐다.

 

이처럼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갈수록 비중과 그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그리고 NPE의 무분별한 공격으로 우리 기업의 소중한 지식재산을 지켜내기 위한 정부와 기업도 각고의 노력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질적·양적 측면에서 특허출원과 등록 수를 늘리고 특허 전문인력을 확충해 특허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보유 특허 가운데 절반 수준인 8만2437건의 특허를 미국에서 취득했다. 주로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특허 소송에 효율적인 대응하기 위한 취지다.

 

관련 전문인력도 늘렸다. 삼성전자는 2020년 신입 변리사 공개 채용을 실시했다. 법무실 외에도 각 주요 부문 개발 부서에도 변리사를 투입해 제품 개발 과정에서부터 지식재산권 소송 등에 철저히 대비하려는 취지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이 지난달 컨퍼런스콜을 통해  NPE 대응 강화를 공식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본사를 두고 있는 NPE ‘솔라스OLED’로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특허침해소송을 당했다. 이 소송에서 삼성전자는 승소했지만 솔라스OLED가 추가 소송에 나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속앓이를 해야 했다.

 

최권영 부사장은 “정당한 기술 사용과 그 가치를 보호하는 일은 고객사와 소비자들에 대한 삼성전자의 의무와 책임”이라며 “전체 임직원 노력으로 일궈낸 지적재산권을 정당하게 인정받고 보상받을 수 있도록 다각적이고 심도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등을 통해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재정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지식재산권 보호를 사업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0년 말 ‘지재권 분쟁 대응센터’를 구축하고 분쟁 정보 모니터링과 맞춤형 분쟁 대응 전략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특허 소송 대응 연간 지원 한도도 2021년 1억원에서 올해 2억원까지 늘렸다.

 

NPE의 무분별한 원천봉쇄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 보니 현재로서는 소송대응과 협상 전략을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치열한 특허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응체계가 단단하게 구축돼 우수한 우리 지식재산을 억울하게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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