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폰은 포기해도 무선 이어폰 고집하는 속사정은...
무선 이어폰 ‘블루오션’ 사업으로 등장...2024년까지 12억대로 성장
LG전자 '반값 이어폰 승부수’ 통할 지 지켜봐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이어폰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가 사용하는 일상생활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유선 이어폰 시절만 하더라도 스마트폰 구매 때 구성품으로 포함된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거추장스러운 줄을 뗀 ‘무선 이어폰’(TWS, True Wireless Stereo)의 등장은 이어폰 시장의 게임체인저(Game Changer: 시장 판도를 뒤엎는 사건이나 사물)가 됐다. 미국 정보기술(IT)업체 애플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LG전자는 무선 이어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를 통해 새롭게 출시하는 스마트폰 모델에서 이어폰 단자를 없애고 기본 구성품에서 유선 이어폰을 포함시키지 않으며 무선 이어폰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뤄졌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어폰이 기능에 따라 보급형부터 프리미엄 제품으로 나눠져 소비자들은 더 다양한 선택지를 거머쥐게 됐다. 이에 따라 무선 이어폰은 스마트폰 기업의 주력 상품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LG전자는 그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을 끝으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사업을 공식적으로 접었다. 이어폰의 '영혼 동반자'인 스마트폰 등 모바일 사업을 철수했으니 새로운 이어폰 출시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LG전자는 지금까지 무선 이어폰 출시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도 10만원대 가성비 무선 이어폰을 선보였다. 그러나 다른 기업들의 화려한 마케팅과는 다르게 별다른 소식 없이 조용하게 데뷔전을 치른 탓인지 아직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전자가 굳이 이어폰 사업을 끌고 가는 이유는 왜일까.
■ 가성비로 돌아온 LG전자 ‘톤프리’
삼성전자에 갤럭시버즈(Galaxy Buds), 애플에 에어팟(AirPods)이 있다면 LG전자에는 톤프리(TONE Free)가 있다.
톤프리는 LG전자가 2020년 7월에 처음 선보인 무선 이어폰으로 영국 오디오 음향기기 전문 제조회사 메리디안(Meridian)과 협업해 개발했다.
이보다 앞서 출시한 톤플러스(TONE+) 외관이 목에 거는 넥밴드형으로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다면 톤프리는 무선 이어폰 시장 포문을 연 에어팟을 착안한 듯 최근 무선 이어폰 시장에 어울리는 트렌디한 디자인을 갖췄다.
톤프리 1세대는 위아래 마이크 두개 위치 차이를 통해 구현한 빔포밍(전파 유도) 기술 덕에 목소리 방향을 파악하고 목소리를 잡아내 깨끗한 통화 음질을 제공한다. 마이크는 유닛마다 탑재됐으며 한쪽 마이크는 소음 판단 기능을 한다. 유닛 측면에는 터치 센서를 넣어 음악 재생·정지·곡 넘기기 등을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고속충전 기능 덕에 5분 충전만으로 1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후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ctive Noise Cancellation, 이하 ANC), 3D 사운드 스테이지 이퀄라이저(Sound Stage EQ)와 더불어 자외선(UV) 나노 살균, 메리디안 사운드 EQ, 플러그&와이어리스(Plug&Wireless) 등 LG전자만의 특화된 기능을 추가해 업그레이드한 톤프리 신제품을 내놨다.
지난 8일에는 음향, 휴대성, 통화 등 무선이어폰 기본에 집중한 보급형 모델을 새롭게 출시했다. ANC, 자외선 나노 살균, 메리디안 사운드 EQ, 고속 충전 등 톤프리 프리미엄 모델에 탑재된 LG 무선 이어폰만의 시그니처 기능은 일부 빠졌지만 11만9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수를 뒀다. 타사 무선 이어폰 일부가 20만∼30만원대 가격에 판매되는 점을 고려하면 반값 수준에 불과하다.
■ 부진한 성적에도 TWS 포기 못하는 이유
현재 톤프리는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글로벌 무선 이어폰 시장 점유율은 1위 애플 24.6%, 2위 삼성전자 12%, 3위 샤오미 6.8% 4위 보트·에드파이어 3.8% 순이다.
삼성전자·애플이 우위를 점하는 동안 LG전자가 선두에 오르지 못한 배경으로는 모바일 사업 철수가 핵심적인 이유다. 이 밖에 기술력·품질 등에서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장점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애플의 에어팟 프로를 사용하고 있는 박모씨는 “톤프리 성능이 우수하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다른 제품들과 견줘도 부족함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 구매해 사용해 봐야 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며 “보통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용자는 갤럭시 버즈를, 아이폰 사용자는 에어팟을 쓰게 되는 듯하다. LG전자가 더 이상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갤럭시 버즈·에어팟 사용자를 유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 1세대를 사용 중인 최모씨는 “이어폰을 별도로 구매하기도 하지만 스마트폰을 바꿀 때 무선 이어폰을 저렴한 가격에 함께 구매할 수 있는 행사들이 있어 다른 회사 제품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상당수 사람들이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고 있고 노이즈 캔슬링 등 고기능 대한 경험이 쌓인 상황이다. 값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구태여 저사양 제품을 구매할지 모르겠다”며 “이번 톤프리 신제품의 저렴한 가격은 그만의 장점이 되긴 힘들어 보인다”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LG전자가 무선 이어폰 사업을 접지 못하는 이유는 무선 이어폰 시장의 무서운 성장세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6년 100만대 규모에 불과했던 무선 이어폰 시장은 2019년 1억700만대로 3년새 100배 이상 폭증했다. 2020년에는 3억대를 기록했으며 지난해는 전년 대비 76.67% 증가한 5억3000만대로 예측됐다. 오는 2024년에는 12억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 무선 이어폰 시장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등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고 음악·유튜브·팟캐스트·오디오 북·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중심 콘텐츠 변화는 무선 이어폰 욕구를 더욱 높이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선 이어폰 성능이 상향평준화되고 주요 소비층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가심비(가격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중시하는 소비 패턴을 보여 이제는 단순히 특별한 기능이나 가격만으로 치열한 무선 이어폰 전장에서 경쟁력이 될 수 없다.
무선 이어폰 시장의 절대 강자 애플과 이를 뒤쫓는 삼성전자와 샤오미, 이 밖에 비츠·자브라·보스·JBL·QCY 등 숱한 경쟁상대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LG전자만의 생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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