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필요 씁쓸한 현실, KB금융 노협 사외이사 선임 “끝까지 간다”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KB금융그룹에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선임될 것인지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책 금융사에서도 ‘노조추천이사제’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금융사가 지속적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외이사 추천을 통해 KB금융 경영에 노조가 과도하게 간섭하는 게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지주사 경영 전문성을 고려할 때 KB금융의 발전보다는 노조가 협상 시 유리한 상황을 가져가 위한 의도로 사외이사를 앞세우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노협)는 지난 9일 KB금융 이사회 사무국을 찾아가 주주제안서와 위임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오는 3월말 열릴 KB금융 주주총회에서 선임 예정일 신임 사외이사에 노조가 추천한 인사를 올리기 위해서다.
정치권 및 노동계는 노조추천이사제를 국책 금융기관에 도입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들은 국책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국가(정부)이기 때문에 경영 부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노조가 경영에 개입해야 한다는 이유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수출입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민간 금융사의 경우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해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국책 금융기관의 사례와 비교하기가 어렵다.
민간 금융사의 경우 지분 70% 이상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으며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이지만 경영 간섭을 최소화하는 기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외이사를 파견하지 않는 게 대체적이다.
해외 경우 유럽 일부 국가들만이 국책 금융기관에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민간 금융사에 노조가 이사를 파견해 직간접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경우 정치권 낙하산 인사들이 국책 금융기관 경영진으로 포진해 방만경영을 일삼는 사례가 늘어나자 이를 모니터링하고 견제하기 위해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필요시 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석 연세대학교 동아시아국제학부장(일본 수출입은행 출신)은 “일본의 국책 금융기관도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으며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으로 거버넌스(조직 체계)가 개선될지 의문이며 민간 금융사로 확대할 수 있는지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OECD 가입 국가들 중 우리나라는 노조의 경영 간섭 비중이 낮은 나라에 속한다. 유럽 국가 중 상당수가 노동법이 단조로운 편이다. ‘취업규칙’도 비치되는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노조의 힘이 커 불공정한 근로 계약을 사전에 차단하고 경영진에 대한 감시 문화가 잘 정착돼 있어 굳이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지주사의 주요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사회는 통상적으로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5명 이상으로 구성된다. 사내이사의 경우 대부분 금융지주사 회장과 핵심계열사 책임자인 은행장이 담당한다.
이사회 구조상 사외이사 선임이 금융지주사 경영의 가장 큰 변수이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같은 이유로 금융지주사 회장은 사외이사를 자신의 측근으로 포진시키는 경우가 대체적이다. 또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 사외이사의 학연·지연을 통해 아군을 확보하는 전략을 쓴다.
이사회는 사회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통해 사외이사를 선임하며 큰 이변이 없는 한 최대 임기 6년을 보장해 준다. 사외이사진은 한번 구성되면 빗장을 걸어 잠그는 성향이 강하다.
KB금융 노조는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사외이사를 추천해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를 시도해왔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류제강 KB금융 노협 의장은 “우리나라 금융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노조가 이사를 추전해 소수의 경영 독점을 예방하고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본다”면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이사 파견과 소액주주 권리 행사에 따른 이사 추천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외이사 제도의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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