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혁신 이끄는 '야전사령관' 이호철 부총장, "감염병 치료하고 낙후지역 돌보는 공적인 의사 배출해야"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인천대학교(총장 박종태)가 공공의대 설립이라는 정책 화두를 부활시키고 있다. 공공의대 설립은 지난 2020년 8월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공공의료 대응체계 및 의료 낙후 지역에 대한 의료 서비스 강화라는 명분을 동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의료계가 파업 등으로 강력 반대하고 나서면서 무산됐다. 당시 기득권의 반발이 혁신을 좌절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취임한 박종태(64) 인천대 총장이 연초부터 다시 드라이브를 걸었다. 공공의대 설립을 선언한 것이다.
박종태 총장의 논지는 명확하다. “국립대학인 인천대학이 공공의대를 설립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예방과 치료의 선두에 서고. 인천인근 도서지역의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데 앞장 서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의료계 반발과 정부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는 일각의 회의적 시선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박 총장은 뚝심있게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 중이다. 우선 인천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가장 큰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300만 인천시민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서명한 시민이 10만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의대를 졸업한 고수익을 올리는 전문직이라는 게 통념이다.
반면에 공공의대를 졸업한 의사는 낙후지역에서 10년 동안 의무복무하고 감염병 대응의 최첨단에 서게 된다. '영리 의사'가 아니라 '공적인 의사'를 배출하는 교육혁신이 박 총장이 그리는 비전인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인천대에 공공의대가 설립된다면, 중앙정부가 포기한 혁신과제를 국립대학이 주도해 성공시킨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호철 인천대 대외협력부총장(인천대 공공의대 설립 추진단장)은 이 같은 박 총장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일선에서 뛰는 '야전 사령관'이다.
이호철 부총장은 16일 뉴스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공항과 항만이 위치한 인천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인프라의 중심점이다"며 "효과적인 감염병 차단을 위해선 인천이 선제적으로 대응해 대규모 확산까지 이어지지 않게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대형 감염병 시대에 '공공의료' 강화는 필수...한국의 공공병원 병상 수는 OECD 최저수준 / 공공의료기관이 코로나에 몰두하자 낙후지역은 의료공백 사태
사실 인천대의 공공의대 설립 동력은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이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 등을 이어서 또 다른 대형 감염병이 엄습해올 가능성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공공의료 체계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전체 코로나19 입원환자의 68.1%를 공공병원이 담당하고 있다. 감염병 전담병원 87개소 중 71.3%인 공공병원 62개소가 전담기관으로 지정·운영돼 코로나19 진단과 치료 등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인구 1000명 당 공공의료기관 평균 병상 수는 2.8개이다. 한국은 1.2개에 불과하다. 총 병원 병상 수에서 공공병원 병상 수를 차감한 민간병원 병상 수는 11.2개이다. 한국의 의료체계는 민간의료기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형태이다.
오미크론이 확산된 지난해 말부터는 확진자 급증으로 병상이 부족해지자, 정부는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 등 공공병원으로 하여금 코로나19 환자만 전담하도록 했다. 감염병 확산이 거세질수록 공공의료 기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공의료기관이 코로나19 환자를 전담하면서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기존의 일반 환자들이 소외됐기 때문이다. 공공병원은 의료서비스 접근에 어려운 취약계층의 ‘의료 안전망’ 구실을 해왔지만 코로나19 환자에게 의료 인프라와 인력이 집중되자 자연스레 의료 안전망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다음은 이호철 추진단장과의 일문일답.
■ "인천은 감염병 차단의 최전방인데 의료인력은 7대 도시 중 6위" / "인천대는 의과대학이 없는 유일한 국립대학"
Q : 인천은 ‘국가 관문 도시’로 여겨진다. 또 다른 대규모 감염병이 발생했을 경우 인천이 보다 충분한 의료인력을 갖추고 있다면 어떤 특별한 효용이나 의미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A : 우리나라의 모든 감염병은 인천을 통해서 들어온다. 코로나 이전에 메르스와 신종 플루도 같은 사례다. 대규모 확산을 막는 효과적인 감염병 차단을 위해선 인천에서부터 선제적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하자면 인천은 우리나라 감염병 차단의 최전방이다.
이러한 중요도에 비해 현재 인천은 한국의 광역 지자체 중에서 의료인력이 제일 부족한 지역이다. 2020년 기준 인구 1000명 당 의사가 2.5명으로 광역시 7대 도시 중 울산에 이어 의료인력 최하위다.
이와 같은 부족한 의료인력으로 감염병을 막는 것은 힘든 실정이기 때문에 또 다른 감염병 확산은 막기 위한 전문화된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공공의대를 추진하는 이유다.
Q : 인천이 타 광역시 대비 의료인력이 부족한 이유는 뭔가?
A : 인천대는 광역지자체의 국립대 중 의과대학이 없는 유일한 대학이다. 부산과 대구, 광주 등 타 광역지자체는 국립대 병원이 있어 그 지역에 기본적인 공공의료 인프라가 존재한다.
타 광역지자체는 국립대 의과대학으로부터 어느 정도 충분한 의료인력을 확충할 수 있지만, 국립대 의과대학이 없는 인천은 해당 사례에 들지 못한다.
인천대가 국립대학으로 전환된 것은 2013년으로 타 국립대 전환 대학에 비해 최근에 전환됐다. 시기적으로도 국립대로 전환된 지 10년을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의과대학 설립해야 할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 "공공의대는 영리보다 공익 추구하는 의사 배출할 것" / "인천 시민들, 공공의대 설립에 적극적으로 참여 중"
Q :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이 모두 의대에 가지만 성형외과 등 고수익 전공으로 진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공공의대 졸업생은 의료 낙후 지역에서 10년 의무복무를 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는데 이로 인해 의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A : 공공의대 추진은 영리 목적으로 의과대학을 만들고자 하는 게 아니다. 국비로 교육을 받는 공공 의과대학이기 때문에 의사자격증을 따는 날부터 10년간 의무적으로 공공의료에 복무를 해야 된다.
공항이나 항만 등 사람들이 모여드는 인프라의 중심점부터 백령도, 강화도 등 도서 지역까지 의료가 낙후된 지역에 파견돼서 방역 체계를 이루게 된다.
결국 공공의대는 영리추구보다 공익을 추구하는 의사들이 배출될 것이라 예상한다.
Q :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 중인데 인천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A : 인천 시민들이 공공의대 설립 추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학 안에 의과대학이 있으면 인천 시민들이 가장 먼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공항 항만 등 인프라 거점에 대한 철저한 방역이 가능하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 국가 전체의 보건 안전이 인천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시민들의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Q : 공공의대 설립 추진을 위한 남아있는 현안은 무엇인가?
A : 현재 국회에 공공의대 설립 법률안이 상정돼 있는 상태다. 해당 법률안을 통과시고 인천 지역 국회의원 공동 발의안도 통과돼야 한다. 그와 동시에 이제 정부하고 협의도 해야 되고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기재부 등 정부 기관과 협의를 거치면 또 의사협회와 협의를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
결국 지금 가장 중요한 현안은 인천지역 시민들이 서명운동에 참여하면서 적극적으로 여론을 형성하는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