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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고조에 반도체 시장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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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2.16 06:00 ㅣ 수정 : 2022.02.16 06:00

네온과 팔라듐 등 반도체 생산 주원재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
국내 반도체업체도 러시아-우크라 수출 차질보다는 원료 공급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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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자료사진 [사진 = 픽사베이]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으로 근심을 떨칠 수 없었던 반도체 시장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또 다른 악재가 등장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임박 가능성에 언제 총성이 울릴지 모르는 일촉즉발 상황에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간 갈등이 전쟁으로 번지면 반도체 산업 핵심원료로 꼽히는 네온과 팔라듐 공급이 어려워지고 이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반도체 업계는 자칫 수익성 악화라는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얘기다.

 

■ 반도체 시장, ‘露-우크라’에 흔들리는 까닭은

 

로이터통신 등 해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최근 미국 백악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반도체 산업 원료 공급망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업계에 주문했다. 

 

리서치업체 테크세트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당수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네온, 팔라듐 등 반도체 생산의 주요 원재료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다. 네온은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레이저의 필수 원자재이며 팔라듐은 센서와 메모리반도체를 만드는데 사용한다. 

 

미국은 반도체용 네온 공급의 90% 이상이 우크라이나산(産)이며 팔라듐 공급의 35%는 러시아에서 이뤄진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면 미국은 반도체 원재료 수입길이 끊길 수 있다. 

 

게다가 미국 등 서구 진영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 중 하나로 반도체 수출 금지를 검토하고 있어 러시아가  원재료 수출 중단으로 맞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관계자는 지난 1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이례적이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침공 가능성이 있어 그 중대성을 엄중하게 전달해왔다”며 “NSC 등 미국 정부당국은 모든 옵션을 열어두고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SIA는 회원사에게 잠재적으로 광범위한 수출 통제 가능성을 언급하고 세계 공급망에 미칠 파급 효과에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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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진=뉴스투데이DB]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韓 반도체 기업은 괜찮을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러시아-우크라이나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러시아 반도체 판매 비중은 1%도 못 미칠 정도로 크지 않다. 문제는 전쟁 발발에 따른 러시아 수출 타격이 아닌 원자잿값 급등으로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네온의 출처는 중국 66.6%에 이어 우크라이나가 23%로 2위를 차지했다. 이보다 앞선 2020년에는 우크라이나 수입 비중이 66.6%로 1위였다.

 

팔라듐은 러시아가 세계 1위이지만 우리나라의 러시아 의존도는 큰 편은 아니다. 국내 기업들이 러시아로부터 직접 수입하는 팔라듐이 불과 3.4%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능성으로 원자재값 가격 급등이 예상된다. 실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문제가 점점 깊어지면서 지난해 반도체 공급부족 영향으로 감소했던 팔라듐 가격은 올해 상승세를 보이며 상승폭이 두 자릿수 대로 치솟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한국, 대만 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반도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 중이다. 이는 이들 국가들이 국제적 공조를 통해 반도체 소재 공급부족 사태에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 등 3개국의 국제 협력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쟁에 따른 원자재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낸드플래시 세계 1, 2위 기업이기 때문에 낸드플래시에 사용되는 소재가 공급부족이라는 악재에 부딪혀 경쟁사들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자체적으로 수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면 전쟁에 따른 후폭풍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몇년간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대응해 공급망 다변화 등 리스크 최소화 전략을 펼친 바 있다.

 

일본은 2019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류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경제 보복 조치를 내렸고 이에 한국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을 선언했다. 이후 한국은 소재 국산화가 아직 100%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리스크 안정화에 주력해 온 경험이 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위기관리 능력을 갖췄다는 기대감도 크다.

 

사실 반도체 생산 못지 않게 우려되는 것은 반도체 활용 비중이 높은 현지 전자·가전제품 생산 공장이다. 현재 러시아에서 가동되고 있는 삼성전자 TV·모니터 공장, LG전자 TV·모니터·생활가전 공장에 대한 반도체 조달도 전쟁이 일어나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현지 주재 국내업체의 대응책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외교부 여행금지 발령 조치에 따라 현지 법인 임직원 철수를 조치했다”며 “직원 대부분이 이미 현지를 떠난 상태”라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은 장기전이 예상돼 당분간 반도체 시장과 관련해 업계 근심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남은 임기와 관계없이 대외경제 안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내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불확실성을 감소시켜야 한다. 수출 기업과 현지 진출 기업을 전방위로 지원하고 에너지, 원자재, 곡물 등 수급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경제와 안보에는 임기가 없다"며 "경제팀과 안보팀이 힘을 합쳐 빠르게 변하는 대외경제 안보 환경에 빈틈없이 대응하고 우리 경제의 흔들림 없는 도약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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