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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복합소재 활용한 ‘항공기 브레이크 디스크’ 개발 적극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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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2.02.15 10:29 ㅣ 수정 : 2022.02.15 10:29

(주)데크카본, F-16/T-50 브레이크 디스크 개발했지만 국산 전투기 개발 과정에 적용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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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데크카본이 개발한 ‘KF-16 브레이크 디스크’(왼쪽)와 ‘T-50 브레이크 디스크’(오른쪽). [사진=(주)데크카본]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 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9회 방위산업발전협의회’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서욱 국방부장관과 함께 회의를 주재하면서 “국가안보가 타국에 의해 종속되지 않도록 무기체계의 핵심 소재, 부품, 장비를 국산화하여 방산 생태계 조성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부처 장관들부터 나서서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외치고 방위사업청 또한 부품 국산화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면서 방산 중소기업의 부품 개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방산 중소기업들이 처한 현실을 뒷받침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사실을 다음 한 중소기업의 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국내 유일의 초고온 탄소복합소재 부품 전문기업인 (주)데크카본은 1998년 항공기용 부품인 ‘F-16 브레이크 디스크’를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공동 개발한 후, 2001년 ‘KF-16 브레이크 디스크’를 추가로 개발 완료했다. 당시 공군의 협조로 비행시험 평가를 통과해 군사용 적합 판정을 받은 이 부품들은 탄소복합소재를 활용한 회사의 대표적 제품 중 하나이다.

 

(주)데크카본의 ‘F-16/KF-16 브레이크 디스크’는 2001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공군이 운용해온 F-16 40대와 KF-16 140대에 20년간 적용돼 평가받으면서 그 성능과 우수성을 입증했다. 그 결과 같은 기종의 항공기를 운용하는 인도네시아, 태국, 칠레 등 몇몇 나라의 공군에 수출까지 이어졌다.

 

2000년초 이 회사는 국산 고등훈련기인 T-50의 브레이크 디스크 개발에 도전했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T-50 체계개발 당시 브레이크 시스템을 해외업체와 계약해 일괄 도입함으로써 구성품 내의 단위부품인 브레이크 디스크를 별도로 개발할 수 없었다. KAI도 체계개발 사업기간에 구성품이 아닌 단위부품의 국산화 적용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회사는 T-50 체계개발이 완료된 후 공군에 부품국산화 소요제기를 요청해 독자적으로 개발을 추진했다. 3년여에 걸친 개발과 비행시험 평가를 통과한 ‘T-50 브레이크 디스크’는 2007년 군사용 적합 판정을 받았고, 현재 후속군수지원 물량을 공군에 납품하고 있다. 또한  T-50 계열 항공기가 수출된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이라크 공군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후속군수지원 물량이란 양산된 T-50에 탑재된 해외업체의 브레이크 시스템에서 브레이크 디스크를 교체할 시기가 됐을 때 갈아 끼울 물량으로서 이 때 비로소 국산 부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브레이크 디스크는 사용 중 마모되면 교체하는 소모성 부품이어서 국산화가 되면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며 양산 단계부터 적용될 경우 국산화 효과가 더욱 커진다. 

 

하지만 2015년부터 추진한 국산 전투기 KF-21의 체계개발 또한 KAI가 브레이크 시스템을 해외업체와 계약해 회사는 이번에도 개발 초기에 참여하지 못했다. KF-21은 아직 체계개발이 완료되지 않아 구성품이 아닌 단위부품들은 국산화 소요제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T-50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브레이크 디스크 개발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T-50 사례처럼 체계개발 완료 후 단위부품 개발이 시작되면 KF-21도 1, 2차 양산이 모두 끝난 시점에 개발이 완료돼 후속 군수지원 물량만 공급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단위부품의 국산화 소요제기가 이뤄지면 적어도 2차 양산부터는 해외 브레이크 시스템에 국내업체가 개발한 국산 브레이크 디스크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검증된 제조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주)데크카본 같은 단위부품 제조업체가 이러한 사업 기회를 얻기 어려운 방향으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나서서 해외업체까지 국산부품 사용을 권장하는 분위기임에도 정작 국내 체계업체가 개발하는 무기체계에 기술력이 충분히 검증된 국산부품의 개발이 적절한 시기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국내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이 회사는 지난해 터키 차세대 고등훈련기 사업에 브레이크 디스크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그동안 수차례 해외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브레이크 디스크 제품 홍보에 주력한 결과이다. 현재 해외 브레이크 시스템 업체와 협력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이루지 못한 결실을 해외에서 최초로 얻어낸 것이다. 

 

한편, 이 회사는 2010년부터 189.2억원(회사 출연 45.8억, 국토부·ADD 지원 143.4억)을 투자해 4년간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F-15K 브레이크 디스크’도 개발했다. 하지만 F-15K 도입 당시 체결된 기술지원협정(TAA) 위반을 이유로 공군이 비행시험 평가를 허락하지 않았고, 그 사이에 F-15K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성능이 업그레이드 된 신형으로 교체 중이다.

 

이처럼 F-15K 브레이크 디스크 개발에는 상당한 회사 돈과 정부 예산이 들어갔지만 TAA 때문에 결국 군사용 적합 판정을 받지 못하면서 사업 기회는 이미 상실된 상태이다. 하지만 KF-21의 경우에는 1차 양산이 24∼28년이고, 2차 양산도 26∼32년으로 계획돼 있어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개발 무기체계는 개발 초기부터 체계개발 업체와 기술을 보유한 제조업체가 연구개발에 참여해 국산화율을 높여야 하나, 국내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구성품이 아닌 단위부품 제조업체여서 개발 초기부터 국산화 적용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체계개발이 완료된 이후 운영 단계에서 비로소 부품 개발이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회사가 당면한 KF-21 브레이크 디스크의 국산화 소요제기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궁극적으로는 검증된 기술을 보유한 국내업체의 제품일 경우 부품국산화 대상으로 사전 지정해 무기체계 개발 초기부터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향후 방위사업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터키처럼 사업이 추진되는 모습을 국내에서 보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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