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39)] 수방사령관의  기질과 풍수지리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2.02.14 17:00 ㅣ 수정 : 2022.02.15 17:09

장군이 권위보다 전투 위주의 야전화 생활을 솔선수범한다는 차원에서 신선한 충격, 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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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1990년 3월 즈음에 수방사는 숨겨진 권력의 핵심 중심지로 오랜 전통은 있었으나 낡고 왜소해 보였던 남산골 필동 시대를 마감하고, 현대식 건물에 넓은 운동장과 훈련장을 갖춘 남태령 시대를 시작했다.

 

전임 사령관 구창회 장군이 풍수지리로 유명한 지관을 모셔와 사령부 및 직할대 위치까지 선정한 탓인지 남태령 시대가 열리자 모든 장병들이 ‘자·즐·보(자랑, 즐거움, 보람)’이라는 구호처럼 활기차게 움직이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임무를 다했다.

 

특히 종전의 좁은 아파트에서 20평이 넘는 실용 면적의 숙소를 제공받았고 좋은 시설의 복지회관까지 신축 운용되어 간부들의 사기는 충천했으며 관악산 및 사당동의 생활환경은 군인가족들 조차도 대만족이었다.

 

게다가 카키색의 수방사 근무복장을 얼룩무늬 전투복으로 변경하며 ‘아스팔트 군인물 빼기’로 수방사의 야전부대화를 강조했던 김진선 수방사령관은 출퇴근시 참모들의 도열을 없애고 승용차와 사무실문도 본인이 열고 닫으며 불필요한 의식과 행정을 간소화시키는 데 노력했다. 

 

특히 일과 후에는 운전병을 숙소로 보내고 본인이 직접 운전하는 모습을 보여 야전부대화 된 전투 위주의 생활을 몸소 실천했다.

 

훗날 이러한 사령관의 모습은 자신의 부적절한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장된 행동이었다는 일부의 이야기도 있었지만, 당시 수방사 장병들에게는 현역 장군이 권위보다는 전투 위주의 야전화 생활을 솔선수범한다는 차원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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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수방사령관 김진선 장군과 사령부 본청 모습 (사진=김희철) 

 

사령관이 불명열과 통증으로 출근을 못할 정도로 아프자 유명한 지관을 다시  불러...

 

필자가 이전 초기에 갖은 시련과 애환 속에 완성되었고 30년이 지난 오늘도 작은 보람으로 다가온 고가초소, 담벽, 화단 및 가각진지 등의 각 경계진지는 전투측면에도 효율적이었지만 미관상 시각적으로도 잘 어울렸다.

 

그러나 각 진지의 경계 속에 보호되던 사령부 본청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부대 이전후 얼마되지 않아 사령관이 불명열과 통증으로 출근을 못할 정도로 아프다는 소식이었다. 참모장과 부속실 요원들은 의무대 군의관까지 동원해 치료했으나 차도가 없었다.

 

결국 부대 이전 설계시에 사령부의 본청 및 직할대 위치까지 선정했던 그 유명한 지관을 다시 불렀다.

 

수맥측정 도구인 엘로이드를 활용해 사령관실을 탐지한 그 지관은 “사령관 좌석 밑으로 수맥이 흐르고 있어 사령관이 아픈 것이다”라며 집무실 책상 위치를 옮기고 사령관 자리에 동판을 깔라고 말했다.

 

참모장과 공병부장이 앞장서서 사령관 집무실 책상 위치를 바꾸고 그 밑에 두꺼운 동판을 부리나케 깔았다. 

 

그후 요상하게도 사령관의 통증은 없어지고 정상적인 근무를 하게 되어 부대 이전 후 요란한 첫 소동이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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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19기의 졸업기념 조형물 '승화대'와 이준 국방부장관, 윤용남 합참의장, 서완수 기무사령관, 이병호 국장원장 모습(사진=육사/연합뉴스)

 

특별한 기수로 대표되는 육사 19기는 역사의 파동 속에서 각자의 맡은 바 역할을 다해 

 

당시의 김진선 수방사령관은 12.12 사건시 수경사 상황실장(중령)으로 애매한 태도를 보여 9사단의 출동을 지원했으며, 노태우 직계 9.9 인맥으로 노태우 정권에서 승승장구하여 대장으로 진급해 제2야전군사령관을 역임했으나 김영삼 정권에서 숙청당했다. 

 

그의 동기인 육사 19기의 면모를 살펴보면 생도시절 가장 우수한 졸업생도로 인정하는 대표화랑으로 선정됐던 이준 국방부장관과 윤용남 합참의장 등이 떠오른다.

 

이준 대장은 하나회의 견제를 받아 한직을 멤돌았으나 김영삼이 하나회를 싸그리 숙청하자 전격 발탁되어 제1군야전군사령관을 했고 김대중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도 역임했다.

 

기동전의 전문가로 알려진 윤용남 대장은 제3군사령관과 육군참모총장, 합참의장을 역임했다. 따라서 육사 19기 대장 3명이 각군 사령관을 모두 맡았다.  

 

특전사령관에 이어 기무사령관을 역임한 서완수 중장은 경력에서 보이듯 19기 하나회 대표 주자로 김영삼의 전격적인 하나회 대숙청 작업 시작시 김진영 참모총장과 함께 경질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장을 역임한 이병호 대령도 육사 19기로 1988년 안기부 국제국장을 거쳐 국정원 제2차장으로 퇴직 후 울산대 교수를 지냈다. 특히 그의 친형이자 필자의 생도시절 은사이며 육사 및 영남대 교수였던 이병주(육사 15기, 대령)와 함께 형제가 육사동문에 대학교수를 함께 지낸 특이한 경력을 공유했다.

 

이밖에 양상태 소장은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을 서정화 중령은 4선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이처럼 육사 19기는 역사의 파동 속에서 각자의 맡은 바 역할을 다하며 특별한 기수로 대표된다. 

 

특히 김진선 수방사령관에 대해서는 호불호(好不好)가 명확히 양분된다. 3군 사관학교 체육대회시 특전복 차림으로 운동장에 뛰어들어 편파 판정을 한 심판을 이단 옆차기로 차버릴 정도로 승부 근성이 강한 군인으로 남자다운 호탕한 성격과 영웅적인 기질로 많은 일화를 남겼다.

 

게다가 재임시절 꺼리김 없이 매사를 자신있게 처리했는데, 부대가 남태령으로 이전하자 필자가 근무하던 작전처에 수방사 여성특공대를 편성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마치 영웅호색(英雄好色)이라는 사자성어처럼....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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