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반도체 보릿고개' 넘었지만 새 전기차 받으려면 최소 1년 기다려야
[뉴스투데이=김태준 기자] 전세계 완성차 업계를 공황에 빠트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차츰 완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신형 전기자동차를 받으려면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수급난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부터 생산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도체 출고적체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계약 후 출고 대기기간은 늘어나는 모습이다.
서강현 현대자동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달말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증대 효과로 올해 2분기부터 수급 상황이 점차 개선되기 시작해 3분기부터 수급 정상화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 모터스(GM)과 포드는 최근 외신을 통해 ‘올해 2분기부터 반도체 수급난이 회복돼 3분기에는 예전 수준의 생산량을 회복할 것’이라며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반도체 생산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주문량이 이미 올해 생산량을 크게 뛰어 넘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계는 주문량이 너무 많아 생산량이 이에 따라가지 못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은 내년 초반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차량 구매 계약 후 실제로 인도받는 기간도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수급난에도 인기차종이 줄지어 출시해 수요가 쌓이는 출고적체 현상 때문이다. 특히 인기 차종 가운데 하나인 기아 레저용차량(RV) 카니발은 2월에 계약하면 10개월, 스포츠유틸리티아량(SUV) 쏘렌토 디젤 모델은 1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특히 전기차 출고대기 기간은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길다.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전기차 GV60과 현대 아이오닉 5는 12개월 이상, 기아 EV6는 1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결국 2월에 국산 전기차를 계약해도 올해 안에 출고가 어려워 차량 구매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친환경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차량 주문이 폭주하고 있는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나머지 완성차 업체는 상황이 비교적 나은 편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심각했던 지난해보다 출고 대기기간이 짧아졌다. 인기차종이 현대차·기아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한국GM은 이번 주부터 경기도 부평1공장, 부평2공장, 경남 창원공장 등 3개 공장을 100% 가동을 시작했다. 부평1공장이 정상 가동에 나선 것은 지난해 8월말 이후 5개월 만이다. 한국GM은 지난달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 생산 설비 공사가 마무리되고 차량용 반도체 재고도 확보해 한국GM 3개 공장이 모두 가동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지만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면서 “반도체 수급은 올해 말부터 예전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변수가 많아 쉽게 단정 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