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은행 공약’ 실효성 있을까…"현실화 가능성 낮다"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은행 관련 공약을 놓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윤 후보가 내놓은 공약이 은행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
윤 후보가 내 놓은 은행 관련 공약은 △시중은행 예대금리차 공개 △청년층 LTV 80% 적용 △은행 이전 및 설립을 통한 지역 균형 발전 등으로 압축된다.
■ 은행 예대금리차 공개, 금융공공성 VS 경영간섭
9일 금융권에서는 윤석열 후보의 금융 관련 공약은 개미 투자자들 보호 및 혜택으로 치우쳐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해 증시와 가상자산 투자 열풍을 이용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게 주요 원인은로 꼽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후보가 가장 역점에 둔 은행 관련 공약은 대출 문제에 대한 해결이다.
지난해 9월부터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규제 강화로 시중은행의 여신사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
윤 후보는 시중은행이 예대금리차를 공개하고 금융당국이 관리한다면 대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대금리차 공개는 윤 후보의 은행 관련 공약 중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뉜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예대금리차 공개로 수신금리는 높아지고 대출이자는 낮아지는 현상으로 큰 혜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예대금리차를 이용한 이자수익이 은행의 실적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를 공개할 경우 큰 타격을 맞게 된다.
이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예대금리차를 공개한다는 것은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경영 간섭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은행의 예대금리차 공개는 예컨대 편의점에서 한 병에 2000원에 거래되는 음료수의 제조원가를 공개하고 가격 책정을 정부에 의해 통제 받아야 한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시중은행은 금융지주사의 주요 수익원이기 때문에 예대금리차를 공개하고 금융당국의 조정을 받게 되면 실적이 현저하게 줄어들 게 된다.
만약 윤 후보의 예대금리차 공개 관련 공약이 실현된다면 배당 수익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나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금융권에 가져올 부정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 청년층 ‘내 집 마련’ 금융 지원 수요자 명확하지 않아
윤석열 후보는 청년층에 한해 주택담보대출 시 LTV(담보인정 비율)를 80%까지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청년층이 주택을 구입할 때 집값의 20%를 지불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되면 은행이 남은 80%는 빌려주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청년층과 지역·가격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청년층의 소득 기준을 제시하지도 않았으며 강남과 서울 변두리에도 LTV 80%를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지도 윤 후보는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상태다.
윤 후보는 청년층에게 LTV를 80%로 완화할 경우 부실채권 가능성에 대해 일부 언급하기는 했지만 명확한 답변은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집값 시세를 고려하면 청년층이 서울 내 아파트 구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외곽 지역의 작은 빌라를 알아봐야 하는데 시세가 2억원 내외로 형성돼 있어 주택담보대출 시 LTV를 80%까지 인정받게 된다면 4000만원은 자기 자금이 필요하며 남은 1억6000만원은 은행에서 빌려야 한다.
문제는 1억6000만원을 원리금균등상환(장기)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면 월별 상환액에 대한 청년층의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더욱이 몇 년 후 아파트 청약을 넣게 된다면 주택보유자이기 때문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김종근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어디까지 청년층으로 할 것인지, 청년층 중에서도 주택 구입 시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요자가 누구인지 윤석열 후보는 명확한 가이드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윤 후보가 생각하는 청년층이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대표 격이 있는지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 은행 이전·설립 국토 균형 발전 도모, 디지털 금융 가속화 실효성 유무
지역의 균형 발전과 부산을 금융 도시로 만들기 위해 산업은행을 이전하겠다고 윤석열 후보는 확언하는 모습을 보였다.
산업은행만 부산으로 이전해도 부·울·경이 발전할 것이라는 게 윤 후보의 생각이다. 이 같은 맥락으로 이전 정권들이 국책 금융기관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의 경우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했다. 상당수의 업무가 서울 지사로 집중돼 있으며 경영진들도 부산에서 근무하고 있지 않는 게 현실이다.
금융 및 산업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이들 모두가 부·울·경으로 이전하지 않은 이상 산업은행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빈껍데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윤 후보는 자신을 ‘충청의 아들’로 자처하며 지방은행 활성화를 위해 충청권에 대표 은행을 만들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의 충청지역 은행 설립에 대해 취지는 공감하지만, 최근 지방은행들의 지주회장 권력 집중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점포를 통폐합하고 있는 상황이라 지방은행을 하나 더 설립할 경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충청 지역의 특성상 은행의 디지털 서비스보다는 전통 은행의 필요성은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은행을 설립하고 자리 잡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지만, 충청권 내 은행이 설립되더라도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석 연세대학교 환경금융대학원 교수는 “대선 때마다 국책은행을 이전해 국토를 균형 발전시키겠다는 공약은 늘 있어왔으나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디지털 금융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에 금융기관을 설립 또는 이전하는 게 사회·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김종근 교수는 “윤석열 후보의 은행 관련 공약은 참모(정치인)들에 의해 설계되는 것”이라면서 “공약 설계 기저에는 각 정치인들의 지지기반에 대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현실화 될 경우 금융 산업과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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