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이달 중 대형가맹점과 수수료율 협상…난항 예상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카드업계가 이달 중 대형마트, 자동차업계 등 대형가맹점을 상대로 수수료율 협상에 나선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각 카드사들은 이달 연 매출액 3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가맹점을 상대로 수수료을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은 3년 주기로 이뤄진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23일 연매출 3~5억원의 경우 수수료율을 1.3%에서 1.1%로, 연매출 5~10억원의 경우 1.4%에서 1.25%로, 연매출 10~30억원의 경우 1.6%에서 1.5%로 인하했다. 전체 카드 가맹점 약 96%에 대해 카드 수수료율이 인하되는 것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영세·중소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하면서 "적격비용 산정 결과 2018년 이후 우대수수료율 적용대상 확대 등을 통해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이미 경감한 금액 2200억원을 감안하면 수수료율 조정을 통한 경감금액은 약 4700억원"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결정되는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영세‧중소 가맹점 카드수수료율과 달리 연매출 30억원 초과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은 업계 간 자율 협의로 정한다. 다만 법정 수수료율 상한선이 2.3%로 정해져 있다.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에서 수수료율 인상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카드가맹점의 96%를 차지하는 영세‧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인하되면서 신용판매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계약기간을 고려하면 현대차 등 자동차업계를 시작으로 항공업계와 통신업계, 대형 유통업계 등과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형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1.8~2% 수준이다. 카드업계는 이를 2% 내외 수준으로 인상하는 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대형가맹점은 수수료율 인상폭에서 카드업계와 이견을 보이거나 동결 혹은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수료율 협상에서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의 갈등이 심화할 경우 소비자가 불편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지난 2019년 현대자동차는 카드사와의 수수료율 협상 과정에서 신한‧삼성‧롯데카드와 마찰을 빚으며 각 카드사의 결제를 거부하기도 했다. 당시 카드사들은 수수료율 0.1%p 인상을 요구했으나 현대차의 결제 거부에 결국 0.05%p 인상으로 합의했다.
현대차나 대형 유통사 등 결제규모가 큰 가맹점은 카드사보다 높은 협상력을 가진다. 때문에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율 협상에서 부딪히게 된다면 2019년 현대차의 사례처럼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형가맹점의 경우 적격비용에 따라 수수료를 받아야 하는데, 협상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만큼 신용판매 적자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사례를 보면 수수료율 협상이 빠르게 이뤄지지는 않았다"면서 "소비자 불편을 고려하면 빠른시간 내에 협상이 이뤄지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고 카드론이 DSR 규제에 포함되면서 수익 악화가 예상되는 카드업계는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율 협상을 앞두고 긴장하는 모양새다.
이 관계자는 "카드론 등 금융부분에서 수익다각화를 통해 신용판매 적자를 만회하던 상황"이라며 "조달금리 상승, DSR 규제, 수수료율 인하 등 카드사 운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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