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62)] 획득업무 전반 관장하는 국방부 제2차관 직책 신설 검토해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2.01.20 14:41 ㅣ 수정 : 2022.01.28 10:41

현행 방사청 중심의 획득시스템 한계 많아…기술 혁신 주도할 조직 보완과 제도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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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제도개선 효과와 함께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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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국방 전력증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한경 기자]

 

현행 방식으론 제대로 된 군사력 건설과 방위산업 육성·발전 어려워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은 지난해 11월 12일 ‘새 정부에 제언하는 국가안보전략과 과제’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여·야 대선캠프에 제공됐으며, KRINS는 지난 2012년 박근혜 정부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에 즈음해서도 같은 주제로 국가안보전략의 발전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날 발표된 국방전략 방안 중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국방역량 증강’ 부분에서 “혁신업무조직을 현행 업무조직과 분리해 운영하고, 국방부 제2차관 직책을 신설하여 미래 및 혁신업무를 총괄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목할 만한 정책 제안이 나왔다. 또 장관 직속의 소규모 ‘총괄평가’ 조직도 신설해 혁신의 지속성·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포함됐다.

 

지난 11일 국회에서는 ‘국방 전력증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당시  발제한 김선호 국방개혁전략포럼대표(전 합참전력기획부장)는 현 전력증강시스템에서 국방정책기획체계와 합동기획체계 및 국방획득체계의 유기적 연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미래 새로운 도전에 대비하기 위해 국방부가 소요에서 획득까지 관여할 수 있는 권한과 조직 보강이 필요하다”며 제2차관 직책 신설을 제안했다. 

 

KRINS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선도하는 미래 및 혁신 업무를 총괄하기 위한 목적에서, 김선호 대표는 획득업무 전반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것에 주안을 두고 제2차관 직책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제안이 계속 나오는 이면에는 현행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중심의 획득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많아 군사력 건설이 제대로 되기 어렵고 결국 방위산업 육성·발전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선진국, 국방부 중심의 신속획득 대세…방사청, 신속시범획득에 머물러

 

오늘날 방산 선진국들은 국방부가 중심이 돼 획득업무 전반을 이끌고 있고 신기술을 신속히 받아들일 수 있는 조직 및 제도도 계속 만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17년 국방수권법을 통해 획득업무를 총괄하던 국방부 획득기술·군수차관(USD AT&L)을 연구·공학차관과 획득·운영유지차관으로 분리한데다, 연구·공학차관을 획득·운영유지차관보다 선임 차관으로 임명해 국방부내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민간의 상용기술을 국방에 연결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상용기술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별도의 획득 절차도 도입했다. 이후 미국은 전통적인 무기획득시스템이 신속획득시스템으로 발 빠르게 대체되는 추세다. 이를 입증하듯 2015년 7.6억 달러에 불과했던 신속획득 예산이 2020년 162억 달러로 무려 2300%나 급증했다. 또 미 국방 연구개발 예산 중 신속연구개발의 비중도 2015년 3%에서 2020년 33%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우리는 2년 전에 처음으로 신속시범획득제도를 만들었다. 신속시범획득 사업은 그동안 26개 과제가 선정됐고, 이 가운데 시범운용이 종료된 과제는 6개이며, 지난해 9월 이후 현재까지 3개 과제가 소요결정이 이뤄졌다. 예산도 연간 300억원 내외여서 아직 제도의 실효성 여부는 검증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시범운용 종료 후 소요 반영이 쉽지 않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방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선진국처럼 국방부가 정책과 제도를 주관하고 방사청은 사업관리 전담조직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또 “하드웨어 기반의 무기체계를 다루는 방사청은 소프트웨어 중심인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민간과 국방의 경계가 모호하고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로 구분하기 어려운 신기술을 수용하려면 국방부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방사청 중심 방식 깊이 있는 논의 필요…새 정권 인수위에서 검토 기대

 

이와 같이 여러 전문가들이 다양한 얘기를 쏟아내고 있지만 누구도 완전한 해답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공통된 의견은 “방사청 중심의 현행 획득업무 방식으로 과연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지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나 빠른 시대에 우리에게 효율적인 획득방식이 무엇인지 정확히 찾고 이에 따른 제도 개선과 조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마침 정권이 바뀌는 시기가 도래했고 다양한 국정과제들이 검토되는 분위기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무기체계 획득업무 전반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하고 특히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신속획득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돈은 많이 들고 시간은 오래 걸리며 성능은 시대에 뒤떨어진 무기체계를 획득하는 현행 방식이 더 이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 가장 정통한 전문가로 알려진 정홍용 전 국방과학연구소장(예비역 육군중장)은 “시대적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조직 정비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논의의 진행은 현 획득체계의 문제점 진단, 관련기관들의 임무와 기능 적절성 검토, 시대 변화에 맞춰 개선·보완할 업무 등을 식별하여 우리 능력과 시스템에 적합한 획득업무 흐름을 만든 후에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획득체계는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으로 왜곡된 부분과 잘못된 정책이 많아서 단편적인 의견을 모아 조직을 정비하거나 외국 제도를 단순 모방해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이런 논의를 이끌어갈 전문가 조직부터 제대로 구성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실행이 새로운 정권의 인수위 과정에서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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