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대만 TSMC와 초미세화 공정에서 진검 승부(下)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미‧중 기술패권의 첫 전장이 반도체임을 선언하였다. 이어 미국 상무부는 9.23 세계 주요 반도체기업들에게 민감한 기업 정보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다. 미·일 반도체 협정 이후 메모리 반도체 패권은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의 차지가 되었다. 그러나 파운드리 분야에서 대만 TSMC는 조용히 준독점적 지위에 올랐다. TSMC의 대만, 그리고 자국 내 반도체 관련 투자 유치를 통해 권토중래하려는 일본 및 반도체 굴기를 포기하지 않는 중국 등 동북아 반도체전쟁 상황을 점검해 보고 우리의 향후 전략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퀄컴은 TSMC에 고가용 AP(Application Processor)를, 삼성전자에 중저가용 AP 위탁생산을 맡기면서 두 기업과의 공동 고객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퀄컴의 4나노 AP를 전략 위탁생산하게 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중순 IBM의 5나노 CPU 물량을 수주한 데 이어 양사는 신규 반도체 디자인도 공동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8년 7나노 공정을 통한 CPU ‘파워 10’을 생산해서 지난해 초 IBM 서버에 탑재시킨 바 있다.
또한 인텔의 CPU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AMD는 올해 양산 예정인 크롬 북 CPU 생산을 삼성전자 4나노 공정에 위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10월 구글은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설계한 스마트폰 AP의 생산을 맡긴 바 있다.
• 삼성전자, 2008년 초미세 공정에서 TSMC에 충격 가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약 44%를 점하고 있는 절대 강자 삼성전자는 그러나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대만 TSMC 점유율 대비 약 3분의 1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종합 반도체 업체(IDM)인 삼성과 파운드리에만 전념하고 있는 TSMC를 단순 수평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가 총액을 기준으로 지난해 말 현재 TSMC가 690조원으로 약 518조원인 삼성전자보다 33%나 높다.
메모리건 파운드리건 차세대 반도체 패권을 가름할 경쟁력은 결국 초미세 공정의 선점과 단기간 최적 수율 확보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TSMC가 초미세공정에 천문학적 투자를 하도록 만든 것은 삼성전자였다. 2008년 무렵 삼성전자가 애플 아이폰에 AP를 납품하게 되자 애플의 주고객인 TSMC는 충격에 빠졌던 것이다.
• 삼성전자, 초미세공정에서 자체 기술 GAA-FET로 승부수
현재까지 초미세공정에서 앞서가고 있는 TSMC는 기존 기술인 Fin-FET로 7나노 이하까지 진행하고 4나노 이하부터 GAA-FET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7나노급을 기존 Fin-FET로 생산하면서도 4나노급 이하의 GAA-FET 기술도 동시에 개발했는데 특히 5나노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자체 특허의 나노시트를 2017년 공개한 바 있다(MBCFET: Multi Bridge Channel FET). 그리고 이를 적용한 3나노 GAA-FET 양산을 올해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이렇듯 양사의 전략이 갈리게 된 배경에는 회로패턴을 그리는 장비인 노광장비의 도입 시점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TSMC는 2019년부터 2021년 초까지 네덜란드 ASML의 EUV장비를 대량 도입한 반면, 삼성전자는 ASML의 차세대 노광장비를 거의 독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3나노 2세대 GAA-FET 적용 시점은 2023년 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TSMC는 기존 공정으로 3나노 1세대와 2세대를 생산하다가 2025년에야 2나노를 GAA-FET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차세대 첨단공정인 GAA-FET에서는 TSMC보다 일정상으로는 앞서게 된다.
결국 올해 상반기에 삼성전자의 3나노 GAA-FET가 수율 면에서나 누설전류 면에서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 K-반도체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한 K-반도체 얼라이언스
한편 정부는 지난해 5월 종합 반도체 강국 실현을 위한 「K-반도체 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향후 2030년까지 510조원 이상 민간투자를 유인하여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를 유지하고, 경기도 용인, 판교, 화성 및 충북 괴산을 잇는 K자 형태의 반도체 벨트를 구축하여 세계 최대‧최첨단 반도체 서플라이 체인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제, 금융 및 인프라 등 전방위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고 향후 10년 동안 총 3만 6천명에 달하는 반도체 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국내외 자동차 및 통신 등 관련 업체의 글로벌 K-반도체 얼라이언스 구축이 필요하다. 앞서 일본의 Preferred Networks사 사례를 통해 도요타 등의 자국 내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사례를 살펴본 바 있다.
그러나 메모리와 파운드리는 AI 등 4차 산업혁명시대에 수요가 같이 급증할 것이다. 엄청난 물량의 빅 데이터 처리에는 저장장치인 메모리 용량의 백업이 중요하며 동시에 새로운 CPU, GPU 및 AP의 수요 역시 막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도체 분야에서 제품/서비스의 확장성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는 국내 자동차 및 통신업체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문기업과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 선점에 필수적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