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1.14 08:17 ㅣ 수정 : 2022.01.14 08:17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조만간 주요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우리은행장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까지 기류로 봤을 땐 지난해 준수한 실적과 조직 안정화 등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경영 성과가 높이 평가돼 재연임에 성공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새롭게 구성될 우리금융 이사진과 완전 민영화 후 방향성 등은 변수로 떠오른다.
◆ 우리금융 자추위 가동···권 행장 연임 시험대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께 자회사 대표이사추천위원회(자추위)를 구성하고 우리은행을 비롯한 8개 자회사 CEO 후보를 논의한다.
통상 자추위가 꾸려지면 3월 주주총회로부터 한 달 전 후보를 선정한다. 이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검증 등을 거쳐 최종 후보가 확정,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는 방식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우리금융 핵심 자회사인 우리은행 수장은 누가 될 거냐다. 2020년 취임한 권 행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으나 임기가 1년으로 정해졌다.
은행권이 2~3년 임기로 행장을 정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차기 우리은행장을 결정해야 한다.
앞으로 조직을 이끌어갈 인물을 선정하는 만큼 자추위는 경영 능력과 리더십, 비전 등에 대한 종합적 검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년 만에 연임 시험대에 오른 권 행장 역시 이 부분을 내세울 것으로 점쳐진다.
◆ ‘소방수’ 특명 받은 권 행장, 1년차부터 조직 안정화 주도
권 행장은 취임 초기부터 우리은행을 둘러싼 각종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며 조직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그룹에서 그를 행장으로 처음 임명할 당시 ‘소방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엔 우리은행 당면 과제인 파생결합상품(DLF)·사모펀드 사태 진화에 주력했다. 조직이 어수선할 때 이사회 설득으로 피해 보상에 나서며 고객 신뢰 추락을 방어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권 행장의 이런 움직임을 소비자 보호 노력으로 인정했다.
또 거점 점포 1곳과 인근 영업점 4~8개를 하나로 묶는 밸류그룹(VG) 안착에도 나섰다. VG는 그룹화를 통한 협업 체계 구축으로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효율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직원들의 영업 환경을 개선하겠단 목적이다.
권 행장은 금융권 최대 화두인 디지털 전환(DT)에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첫 취임 후 곧바로 ‘DT 추진단’을 꾸리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사업 모델 발굴, 디지털 전환 전략 수립 등에 나섰다. 이 조직은 지난해 5월 ‘디지털그룹’으로 격상됐다.
실제 지난해 권 행장 연임 당시 자추위는 그가 1년 동안 조직 안정과 경영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 후한 평가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도 신속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 성장성·건전성 다지기 주력···실적으로 증명
권 행장이 내세울 또 하나의 무기는 우리은행 성장성이다. 그가 행장을 맡은 동안 우리은행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986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1.4% 증가했다. 같은기간 증가율로 봤을 때 신한(20.7%)·하나(17.6%)·국민(16.9%) 등 경쟁 은행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0.68%로 전년동기 대비 0.25%포인트(p) 올랐다. 자기가본이익률(ROE) 전년동기 대비 4.35%p 상승한 11.14%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ROA, ROE 비율 역시 신한·하나·국민은행과 비교해 가장 높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21%로 낮아졌다. 이는 총 여신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비율인데, 낮을수록 은행의 건전성이 좋다는 뜻이다.
우리은행의 성장은 신용평가 개선으로 이어졌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우리은행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피치(Fitch)는 A-에서 A로 각각 상향조정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 “지난해 여러 요인으로 대부분 은행의 실적이 상승한 게 사실이지만 우리은행의 경우 권 행장 체재에서 각종 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된 걸로 보인다”며 “연임 평가 때 이 같은 성과는 중요한 포트폴리오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 혁신과 조직 역량·문화 강화 등을 경영 전략으로 제시했다. 자추위는 지난해 권 행장의 경영 성과와 실행 능력 평가를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 새롭게 꾸려질 이사진은 변수···사외이사 목소리 커질까
물론 권 행장 연임이 기정사실화된 건 아니다. 자추위가 권 행장 성과 및 비전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예단하기 힘든 데다 이번에 새로 구성될 이사진은 주요 변수로 꼽힌다.
예금보험공사가 잔여 지분을 매각하며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금융은 오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2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한다.
우리금융 지분 4%를 보유하게 된 유진프라이빗에퀴티와 현 과점주주인 푸본생명이 각각 추천한 이 사외이사들은 모두 자추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자추위 내부에서 사외이사 중심의 의사결정이 더 강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 이후 처음 열리는 주주총회인 만큼 권 행장 연속 경영 필요성이나 그룹 방향성 등에 대한 현미경 검증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올해 자추위는 임시 주주총회 끝나고 구성될 예정”이라며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