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요즘 침대 광고의 공통점은 침대의 기능과 잠자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던 과거와 달리 잠을 잘 자고 난 후 활기찬 일상의 모습을 통해 수면의 가치와 제대로 된 수면을 가능하게 하는 침대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침대의 기능만이 아니라 잠이 가지는 본원적 가치에 주목한 결과다. 심지어 시몬스는 침대가 아예 나오지 않는 파격적인 침대 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자동차가 나오지 않는 자동차 광고, 치킨이 나오지 않는 치킨 광고만큼이나 파격적이다.
시몬스침대 광고에 침대가 나오지 않았다면 에이스침대 광고에는 침대는 나온다. 그러나 과거처럼 침대에서 편하게 잠을 자는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모델 박보검은 침대 앞에서 춤만 춘다.
“해피”라는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추는 모습은 잠을 잘 자고 난 후 심신의 피로가 풀린 최고의 컨디션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침대 앞에서 춤만 추던 광고가 이제는 침대 앞에서 쌓기(?)만 하는 광고로 바뀌었다.
[제니가 소파에서 강아지와 놀며 “사랑도 쌓고”라는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 장면이 바뀌어 책상에서 공부하는 모습이 보이며 “교양도 쌓고, 실력도 쌓아 야지만, 좋은 잠부터 쌓아야죠”라는 나레이션으로 이어진다. / 마지막은 “좋은 잠이 쌓인다. 좋은 나를 만든다”로 마무리 된다.]
에이스침대는 대한민국 광고/마케팅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브랜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광고캠페인이 그것이다.
이 캠페인의 놀라운 점은 같은 업종인 침대 브랜드들과의 싸움을 넘어, 업종이 다른 가구회사를 대상으로 한 싸움으로, 더 나아가 전국민의 인식과 습관을 바꾸는 전국민 캠페인으로까지 경쟁 범위가 확대 되었다는 점이다.
과거 소비자들은 침대를 살 때 가구점에서 가구를 사고, 그 가구와 어울리는 침대를 샀다. 한마디로 침대는 독립된 품목이 아닌 가구 살 때 같이 함께 사는 곁다리 품목이었던 것이다.
이점에 주목한 에이스침대는 소비자 인식상 침대를 가구에서 분리시켜는 것이 핵심이라 판단했고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광고가 나오던 당시 한 초등학교에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 이란 문제에 많은 학생들이 정답인 냉장고 대신 가구를 골랐다.
새로운 정의를 통해 기존 시장의 판을 바꾸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확고하게 형성된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렇기에 에이스 침대의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캠페인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성공적인 캠페인이다.
“사람들이 이제는 가구점에서 침대를 사지 않는다”라는 사실 만으로 캠페인의 성과는 충분히 설명되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광고역사상 최고의 포지셔닝 광고 중 하나인 허츠 렌터카의 “우리는 2등입니다” 캠페인의 효과를 능가할 정도로 말이다.
◀신재훈 프로필▶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