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바뀐 맥주시장⑴] 카스·테라·클라우드 '전통 강자' 지고 곰표·진라거·구미호 '신흥 강자' 뜨고
수제 맥주 강타에 오비맥주·하이트진로·롯데칠성 '깜놀' / "가격 장벽 낮추고 소비자 접근성 높인 것 긍정적" 평가 / 전체 맥주 시장 내 점유율, '19년 1%→ '21년 3% '껑충'
지난해는 그야말로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 수제 맥주)가 국내 맥주 시장을 휩쓸었다. 곰표 밀맥주, 말표 흑맥주, 진라거, 구미호 맥주, 불닭망고에일, 마릴린먼로 맥주, 캬 맥주, 굿 맥주, 와 맥주 등 새로운 수제 맥주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서도 곰표 밀맥주가 단연 돋보였다. 곰표 밀맥주는 오비맥주(대표 배하준)의 카스, 하이트진로(대표 김인규)의 하이트·테라, 롯데칠성음료(대표 박윤기, 이하 롯데칠성)의 클라우드 등 '전통 강자'들을 제치고 편의점 매출 1위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해도 이같은 수제 맥주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이종 업종간 콜라보(협업)를 통해 선보이는 수제 맥주인 '콜라보 맥주'와 프리미엄 맥주도 높은 인기를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투데이가 지난해 맥주 시장을 정산하고, 올해 국내 맥주 시장의 트렌드를 미리 살펴봤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지난 2002년 주세법이 개정된 이래 국내 수제 맥주는 지난해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다. 수제 맥주 출시가 봇물을 이루면서 더 이상 수제 맥주 파는 곳을 찾기 위해 헤매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수제 맥주 업체가 국내 주식시장에 처음으로 입성하는 가 하면 오비맥주의 카스, 하이트진로의 하이트·테라, 롯데칠성의 클라우드 등 맥주 시장 '전통 강자'를 누르고 없어서 못파는 수제 맥주 브랜드가 탄생하기도 했다.
제주맥주(대표 문혁기)는 지난해 5월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코스닥 시장 신규 상장 기념식을 가졌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제주맥주는 수제 맥주 '제주 위트 에일' 출시 후 2020년 총 매출 335억원을 달성했다. 연평균 148%의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또, 곰표 밀맥주가 출시 이후 점점 입소문을 타면서 품절대란까지 일으켰다. 곰표 밀맥주는 BGF리테일(대표 이건준)이 운영하는 편의점 CU가 지난 2020년 5월 MZ세대(1980년~2000년대 출생)를 겨냥해 대한제분(대표 박선정), 세븐브로이맥주(대표 김강삼)와 콜라보(협업)해 선보인 수제 맥주다.
지난해 6월 기준 누적 판매량이 500만개를 돌파하면서 편의점 역사상 처음으로 수제 맥주가 국내외 맥주 판매량 1위를 꿰차기도 했다.
이후 곰표 밀맥주의 성공을 눈앞에서 목격한 여타 업체들이 하나둘 수제 맥주 제품을 내놓으며 흥행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2월 출시된 유동골뱅이 맥주는 코리아세븐(대표 최경호)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판매된 수제 맥주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6월에는 BYC(대표 김대환)의 백양 맥주, 노르디스크 맥주 등이 출시되기도 했다. 특히 노르디스크 맥주는 출시 2일만에 초도물량 60만개가 모두 동나 발주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이마트24(대표이사 김장욱)가 SSG랜더스 라거, 슈퍼스타즈 페일에일 등 수제 맥주 2종을 출시했다. 지난해 9월에는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대표 김태경)가 오뚜기(대표 황성만)와 손잡고 진라면과 콜라보 한 진라거를 선보였고, 11월에는 수제 맥주 스타트업 더쎄를라잇브루잉(대표 전동근)이 삼양식품(대표 김정수)과 손잡고 '불닭망고에일'을 내놨다.
이외에도 지난해에만 30여개 수제 맥주 브랜드가 소비자와 만났다. 그 결과 국내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 점유율은 2019년 1%대에서 지난해 3%까지 3배 가까이 뛰었다.
이종 업종간 콜라보를 통한 프리미엄 맥주도 등장했다.
GS리테일(대표 허연수)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지난해 11월 제주맥주, 미국계 스페셜티 브랜드 블루보틀과 손잡고 한정판 '제주맥주 배럴 시리즈 : 블루보틀커피 에디션'을 선보였다.
이 에디션은 버번 위스키를 담았던 오크통에서 6개월 이상 숙성시킨 임페리얼 스타우트 맥주에 블루보틀의 대표 블렌딩 '벨라도노반'을 드라이호핑(발효 후 홉을 첨가)하는 공정을 추가해 섬세한 맛과 아로마를 극대화한 프리미엄 수제 맥주다.
출시 이후 GS25가 사전 예약 판매를 진행하자 6시간만에 준비된 수량 3000개가 완판된 데 이어 1만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위니아딤채 (대표 김혁표)도 지난해 11월 수제 맥주 업체 카브루(대표 박정진)와 한정판 배럴 에이지드 맥주를 내놨다.
이 제품은 와인 배럴에 오랜 시간 맥주를 담아 숙성하는 배럴 에이징 양조 기법을 적용했다. 한국 전통 음료인 배숙을 모티브로 배, 생각 등 재료로 만든 와일드 에일을 실버오크 배럴에서 6개월 이상 숙성 시켜 오크향을 입혔다.
당시 위니아딤채 관계자는 “이번 컬래버는 MZ세대와의 소통과 새로운 고객 경험의 확대를 위한 이색 프로젝트”라며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발맞춰 새롭게 변화하는 딤채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는 취지에서 한정판 배럴 에이지드 맥주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색 콜라보와 프리미엄 맥주 출시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류 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인증 사진을 올리거나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의 선택을 받기 위해 올해도 이색 콜라보를 시도할 예정"이라며 "콜라보를 하면 브랜드 홍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두 기업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어서 여러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비어소물리에협회 권경민 상임 고문은 "주류업계가 소비자들이 다양한 스타일의 수제맥주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하면서 소비를 증진시키고 있다"면서 "대형 시설에서 생산해 가격 장벽을 낮추고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인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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