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상장 앞두고 '물적분할' 안팎 시끌...해법은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최근 LG에너지솔루션(LG엔솔)과 포스코 등 대기업의 특정 사업부를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불씨는 모회사가 특정 사업 부분을 떼어낸 후 새로운 회사의 지분을 소유하는 형태인 물적분할이지만, 분할한 자회사를 상장시킬 때 모회사 지분을 소유한 개인투자자들(개미)의 불만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모회사가 분할한 자회사의 지분을 일정 부분 갖고는 있겠지만 나머지 지분들의 경우는 모두 다 주주들한테 나눠 파는 거고, (모회사)개인 주주 입장에선 알짜배기 사업 부분이 모두 사라지면서 모회사의 기업가치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점도 물적분할의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따라서 물적분할 시 기존 소액 주주들의 투자보호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모회사의 고민이 함께 따라와 줘야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도 사그라들 수 있다는 게 13일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하튼 상장사가 회사를 분할하는 이유는 지주회사를 만들거나 특정 사업부를 독립시켜 경쟁력을 높이는 등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그러나 신설된 회사의 주식을 모회사가 전부 소유하는 물적분할은 주식시장에서는 악재로 판단한다.
반면 신설 회사의 주식을 기존 회사 주주들이 나눠 갖는 인적분할은 호재로 인식한다.
다만, 물적분할이더라도 소액주주동의제(MOM)를 통해 통제할 수 있다거나, 상장해도 보호예수기간 및 의무보유기간 등을 조건으로 분할한 신규상장을 거래소가 받아준다면 개인 투자자들이라도 물적분할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또 물적분할에 따른 신규상장 시 기존 개인 주주에게도 주식 매수 권리(3자배정)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적분할의 장점은 회사의 영업적 한 측면에서 리스크가 가해지면 해당 부분만 버리면 돼 투자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다”며 “따라서 물적분할만 놓고는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고, 다만 이런 장치를 악용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대기업은 물적분할을 통해 주가를 희석하려는 의도로 해석되며 분할을 결정하려면 주주총회에서 지분율에 따라 결정되다 보니 소액주주들은 앉아서 그냥 당하고 만다”며 “이러한 이유로 기업 가치에 크게 영향이 간다거나 회사의 존폐위기와 같은 큰 결정 시 MOM 등을 통해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서는 기업 분할시 이사회 결의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해당 법인에 자신의 소유 주식을 매수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지만, 자본시장법 시행령 176조의7에 따라 물적분할은 주식매수청구권 인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물적분할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모회사에 피해가 갈 수 있어서 이해하고 가야 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복수 상장이 관행이 돼서 문제가 되는 물적분할 논란은 이른 시간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할 경우 구조적으로 이해 상충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모회사 주주들에겐 자회사 상장 시 공모주를 준다거나 하는 식의 단기적인 차원은 가능하겠지만, 장기적으론 복수 상장의 문제점들을 다시 보고 왜 미국·영국은 복수 상장을 하지 않는지, 일본도 그렇게 가는 데 우리나라는 복수 상장을 당연하게 보는 관행을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어로 꼽히는 LG엔솔의 상장이 다가오자 기존 LG화학 주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배터리 사업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핵심을 빼 자회사로 별도 상장하면서 지주사 할인 영향에 손실을 볼 수 있어서다.
LG화학은 지난해 전지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세운 LG엔솔이 오는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LG화학의 주가 추이를 보면 2020년 9월 15일 72만6000원이던 주가는 전지사업 부문 분할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5.27% 하락했고, 이사회에서 분할을 결정한 17일에는 6.11% 떨어졌다.
분할 승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일(2020년 10월 30일, 61만1000원) 종가는 분할 소식이 알려지기 전과 비교해 15.84% 하락했다.
LG화학 주가는 이후 배터리 부문의 실적 향상 기대감 등으로 회복했으나 지난해 1월 13일 종가 기준 처음 100만 원을 터치하며 '황제주'에 등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2차전지주 부진 등에다 LG엔솔의 상장이 임박하자 지난해 말 다시 60만 원대로 추락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모자회사 쪼개기 상장과 소액주주 보호’ 세미나에서 법 개정보다 거래소 상장 규정 개선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 측은 인적·물적분할에 대한 금지보다는 그 과정에서 모든 주주를 똑같이 대우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물적 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신설 자회사 기업공개 시 공모 과정에서 주식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 주주에게 보유주식 수에 비례해 우선 배정하는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해당 방안이 실제로 성사될 경우 핵심 비상장 자회사를 보유한 지주회사(사업회사) 중심으로 재평가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한편 포스코는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어 철강 사업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의결했다.
물적분할은 현재 사업 구조와 별다른 차이가 없고, 주식 관점에서도 기존 포스코가 포스코홀딩스로 이름이 변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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