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 대출 받은 오스템임플란트, 시중은행 ‘기업 신용평가 시스템’ 개선해야

최정호 기자 입력 : 2022.01.06 08:55 ㅣ 수정 : 2022.01.0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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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강서경찰서는 회삿돈 188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 모(45) 씨를 5일 검거했다. 사진은 이 모 씨가 6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로 들어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오스템임플란트 재무담당 팀장 이모씨(45)의 사상 최대 횡령 사건 여파가 은행권 대출 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시중은행 및 국책은행을 통해 총 3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기업이 대출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각 은행별 신용평가를 거치는데 단 한 곳도 오스템임플란트의 회계 상 오류를 적발해 내지 못했다. 

 

회계 관련 전문가들은 중견기업 재무당당 팀장 직급에서 1880억원의 자금을 단발성으로 횡령했을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대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수차례 횡령이 이루어졌을 것이란 얘기다. 

 

만일 1880억원을 한 번에 횡령했을 경우 공시 상에 오스템임플란트의 유동자산 3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볼 때 적발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횡령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고위 경영진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의 누적 대출은 총 3000억원 규모로 △우리은행 1073억원(지난해 3분기 기준) △산업은행 804억원 △수출입은행 250억원 △신한은행 212억원 △기업은행 193억원 △국민은행 46억원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동산 담보 대출로 이루어졌다. 가장 많은 대출이 이루어진 우리은행의 경우 오스템임플란트의 신축 건물 공사와 관련 돼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해 전 이루어진 대출이며 시설 담보기 때문에 부지 및 공사 진행 상황 등을 고려했다”면서 “오스템임플란트가 지난해 말 절반가량을 상환했고 만기 시 채무 변재가 안될 경우 담보를 회수하면 되기 때문에 당행 입장에선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이모 씨가 횡령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9월에 250억원 대출을 승인했다. 수출입은행이 조성한 ‘수출 성장 자금’을 통해 발생한 대출이다. 수출입은행은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신용평가를 실시한 후 대출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시중은행이 기업 대출을 실시할 경우 신용평가를 실시하는데 주로 차주 기업이 지정한 외부감사기관(회계법인)이 제출한 기업 보고서를 통해 현금 흐름 및 오너 리스크까지도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오스템임플란트가 코스닥 상장사 20위권 기업이며 업계(글로벌) 4위라는 이유를 높이 평가해 파산 우려가 적다고 판단했다. 외부 감사기관이 제출한 기업보고서에만 의지해 신용도를 파악한 게 전부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은 2014년 배임 및 횡령 등의 이유로 실형을 선고 받은 전적이 있다. 이 사건으로 오스템임플란트는 주식거래가 일시 중단되고 상장적격성실짐사까지 받는 등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았다. 또 2019년에는 서울지방세무소가 탈세 등의 혐의를 물어 약 410억원의 세금 추징을 실시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은행은 기업에 대한 대출을 단행할 때 외부 감사가 이루어진 재무제표(기업보고서) 의존하는데 부동산 담보가 있을 경우에는 변재 능력을 상실해도 채권 회수가 용의하기 때문에 사실상 신용 평가라는 게 무용지물”이라면서 “특히 재무제표에 의거해 자금이 실질적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추적이나 확인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시중은행을 통해 주택담보·신용 대출을 받으려면 절차도 복잡하고 대출적격심사가 까다롭게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신용도가 낮게 나온 차주들은 은행에 통사정을 하는 등의 수모를 겪는 게 부지기수다. 

 

이에 비하면 오스템임플란트가 시중은행 및 국책은행을 통해 총 3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기에는 너무도 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민형배(더불어민주당·정무위원회) 의원실 관계자는 “가계에 비해 기업대출은 담보 가치가 높기 때문에 한도가 크며 신용평가를 하려면 은행의 여건상 외부 회계보고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채무 변재 불이행이 발생도 가계보다는 기업이 높은데 심사를 깐깐히 하고 규제를 하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금융 불안을 호소하니 문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000억원 규모의 기업 대출을 시중은행이 독자적으로 진행하기에는 부담도 따른다. 차주 기업의 파산 가능성을 고려해 위험 요소를 낮추기 위해서 복수의 은행들로 구성해 대출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국회 김한정(더불어민주당·정무위원회)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하기 전에는 기업이 ‘을’이라 대출 받는 게 매우 어려웠으나 지금은 은행들이 우량 차주 기업을 모셔올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면서 “오스템임플란트 같은 중견기업은 이름값이 있어 대출 받기 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 기금을 이용해 오스템임플란트에 무담보 대출을 승인한 수출입은행의 경우 채무 변재 불이행 가능성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오스템임플란트의 신용도를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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