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산업, 아바타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다!
인공지능과 ICT(정보통신기술)의 발달,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확산 등에 따라 최근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의 역사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산업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해 경영 프로세스와 비즈니스 방식을 혁신해왔다. 앞으로 메타버스에 의해 산업과 경영의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 메타버스 관련 국내외 최신 동향과 기업들의 다양한 활용사례를 통해 산업과 경영의 미래를 그려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노재범 디지털경영연구원 대표] 2009년 개봉해 지금까지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가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SF영화 ‘아바타(Avarta)’가 그 주인공이다. 흥행수입만 무려 28억 4천만 달러에 달하고, 국내에서도 1360만 명 이상이 관람한 블록버스터였다.
이 영화에서 아바타는 인간과 외계행성 원주민(나비족(Na’vi))의 유전자를 결합해, 외모는 나비족이지만 사람이 원격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생명체였다.
최첨단 3D 영상기술로 화려한 가상공간과 아바타를 구현해 메타버스를 설명할 때마다 인용되는 대표적인 영화다.
아바타의 어원은 ‘인간 세계로 내려 온 신의 육체적 형태’를 뜻하는 산스크리트語 ‘아바타라’이며,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사용자의 분신을 의미한다.
아바타는 아이콘, 그래픽, 3차원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 최근 국내외 방송에서 아바타를 이용한 새로운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 중국의 아바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디멘션 노바’
2020년 말 중국에서는 ‘디멘션 노바(Dimension Nova, 跨次元新星)’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었다. 10부작으로 구성한 이 프로그램은 중국판 넷플릭스 아이치이(IQIYI)를 통해 방영됐고, 3.9억 명 이상이 시청했다.
디멘션 노바는 애니메이션 형태의 아바타가 참가자로 출연해 심사위원과 관객들 앞에서 다양한 장르의 퍼포먼스를 경쟁하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150명이 넘는 후보 중 1차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31명의 본선 진출 아바타들이 최종 우승자를 가리기 위해 매주 치열한 경쟁을 하며 화제를 모았다.
현실 세계와 가상 현실을 융합해, 이전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던 참신한 콘텐츠를 제공했다는 호평이 많았지만, 잦은 방송 실수, 어색한 아바타 표현 등으로 아바타 아이돌은 시기상조라는 네티즌들의 부정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 미국의 아바타 노래 경연 ‘얼터 에고’
美 폭스TV는 2021년 9월부터 아바타가 출연하는 노래 경연 프로그램 ‘얼터 에고(Alter Ego)’를 방영했다.
11부작으로 구성한 이 방송은 최첨단 모션캡처기술로 제작된 아바타가 관객과 심사위원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탈락한 아바타의 실제 출연자가 정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나라의 복면가왕과 비슷한 형식으로, 총 20명의 아티스트와 그의 아바타가 출연했다.
14대의 트레킹 카메라가 무대 뒤에서 공연하는 아티스트의 움직임을 빠짐없이 촬영하여,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관객과 심사위원들 앞에 3차원 아바타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무대 뒤에서 공연하는 아티스트가 울면 아바타도 울음을 터뜨리고, 춤을 추거나 머리를 만지면 아바타가 그대로 움직인다. 관객들은 인간처럼 행동하는 아바타와 자연스럽게 교감하며 공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 예능 프로그램은 기대만큼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현실 세상의 관객 앞에서 정교하게 움직이는 디지털 아바타의 공연 장면은 상상 이상의 신선함을 주었다.
• SM엔터테인먼트의 아바타 걸그룹 아이-에스파
앞의 두 사례와는 성격이 좀 다르지만, 2020년 말 우리나라의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 중 하나인 SM은 아바타와 함께 활동하는 다국적 4인조 걸그룹 에스파(aespa)를 선보였다.
에스파는 현실 세계의 멤버들과 가상 세계의 아바타들이 공존한다는 독특한 세계관을 내세우며 데뷔 1년 만에 각종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에스파의 멤버는 4명이지만 때로는 그들의 아바타와 함께 8명이 공연한다. 각 아바타의 이름은 멤버 개개인의 이름 앞에 ‘아이(æ)’를 붙이고, 아바타들로만 구성된 걸그룹은 아이-에스파(æ-aespa)로 부른다.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아이-에스파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현실 세계의 에스파가 활동하지 못하는 영역에서도 활동 가능하다는 콘셉트이다.
기성 세대에게는 낯선 설정이지만, 메타버스 시대에 대응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새로운 시도임에 분명하다.
• 아바타, 엔터업계의 뉴비즈니스 창출에 기여
최근 MZ세대에서 ‘부캐(부 캐릭터)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부캐는 ‘본 캐릭터’와는 다른 자신의 두 번째 캐릭터를 의미한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친구들과도 소통하는 것은 부캐 문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향후 아바타 마켓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아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NEWSIJIE(新思界)는 2023년 중국의 가상 아이돌 시장을 15억 위안(약 2800억원)으로 전망한다. 이는 5년 전과 비교해 15배 성장한 규모다.
따라서, 아바타를 활용해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장을 열고자 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다양한 시도는 MZ세대의 문화를 반영한 콘텐츠의 신선함에 더해 뉴비즈니스 창출이라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