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최태원의 ‘기회론’ 뒷받침 할 ‘반도체 특별법’, 1월 임시국회 통과하나

박희중 기자 입력 : 2022.01.01 05:50 ㅣ 수정 : 2022.01.01 05:50

문 대통령이 공언한 ‘반도체 특별법’ 연내 국회 통과 무산 /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 속 ‘기회’잡으려면 1월 임시국회서 ‘반도체 특별법’ 처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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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2월 2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출입기자단 송년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2월 31일 ‘신년사’에서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강조하면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을 조속한 제정을 다짐했다. 문 장관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기술·산업 전쟁과 관련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투자·인력양성·규제특례 등 패키지 지원에 착수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특별법으로 불리우는 이 법안은 미국과 중국 간의 반도체 패권 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같은 한국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정책지원이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첨단산업 분야의 투자,세제, 인프라 등을 지원하는 게 핵심골자이다.

 

■ 문승욱 산자부 장관의 신년사는 '희망사', 칼자루는 기획재정부가 잡고 있어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 장관의 신년사는 아직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칼자루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잡고 있다. 반도체 특별법은 지난 3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특별법의 연내 처리를 선언했으나 내각과 여당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특별법 내용 중에 ‘첨단산업 지원’과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조항을 두고 기재부가 딴지를 걸었다. 기재부는 “첨단산업 특화 단지에 국가가 비용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20조에 대해 ‘지원할 수 있다’로 수정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예타 면제’와 관련된 27조에 대해서도 탐탐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이미 국가재정법 38조가 예타 면제의 경우를 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특별법에 유사조항을 둘 경우 ‘예타 제도의 무력화’가 우려된다는 반박이다. 

 

하지만 기재부의 이 같은 입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같은 대기업에 대해 정부가 특별지원을 하는 데 대한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부처의 행정행위’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비화됐던 경험이 부작용으로 나타났다는 해석도 있다.  

 

특별법 입법이 지연되면서 당장 국내 반도체 투자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정부는 지난 5월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하면서 K-반도체 벨트 조성을 강조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다.  

 

K-반도체 벨트의 핵심으로 꼽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기반 인프라 1조7000억원, 산업설비 120조원 등 총 122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및 연구시설이 들어서는 산업단지다. 산단 내 4개 공장을 짓는 SK하이닉스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 등이 입주하는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인허가, 주민 토지 보상 등이 해결되지 않은 탓이라고 한다. 

 

이 같은 난제들을 풀어나가는 데 특별법 제정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의 '칩스 포 어메리카'는 수백억 달러 지원정책, 한국은 '예타 면제' 조항도 합의 못해

 

더욱이 정부가 반도체와 같은 핵심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글로벌 추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해에 520억 달러(약 61조5천100억원) 규모의 '칩스 포 어메리카(CHIPS for America Act. 반도체 제조 인센티브 법안)' 입법화를 추진했다. 미국 내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40%의 세액 공제 및 보조금 지급 등이 그 골자이다. 이 법안은 지난 6월 상원을 통과했으나 하원에서 이견을 조율하지 못해 진통을 겪고 있는 상태이다. 

 

한·미양국에서 모두 반도체 특별법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차이점이 있다. 미국 하원은 수백억 달러의 지원 규모 등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반면에 한국 국회는 ‘예타 면제’, ‘지원 방침’ 등과 같은 원칙에 관한 문제로 정부여당이 갈등을 빚고 있다.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예산 규모를 두고 여야 정당과 기재부가 논쟁을 벌였다는 소식은 전해진 바가 없다. 

 

이는 한국 정부의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이 추상적이고 간접적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간접적인 지원책마저도 신속하게 추진되고 있지 못한 것이다.   

 

■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의 '반도체 기회론' 살리려면 정부와 기업이 '한팀' 돼야 해 

 

이와 관련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2월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배터리 등 국내 주요 산업의 위기 해결을 위해 기업과 국가가 ‘원팀’을 형성해야 한다고 호소한 것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반도체 특별법의 국회 통과 진통 등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나아가 최 회장은 “과거에는 전 세계가 (글로벌 공급망을) 다 같이 썼는데, 이제는 진영별로 쪼개질 수 밖에 없다”면서 “공급망 재편이 되니까 반도체 업계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험으로 작용하는 것도 있다”고 전망했다. 각국 정부와 기업이 ‘한팀’이 돼서 총력 대응할 때,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승자가 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해 1월 11일 추경예산 편성 등을 위한 국회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여야가 1월 임시국회에서 코로나 예산편성 뿐만 아니라 반도체 특별법 처리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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