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금융당국이 외화보험의 환차손 등 위험요소로부터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자 보험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 속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외화보험 상품과 관련해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하고 제도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지 1년여 만이다.
23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일 외화보험 설계‧판매 시 보험회사의 판매책임을 제고하는 판매절차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외화보험은 일반보험과 동일하게 위험을 보장하면서 보험료 지급 및 보험금 수취가 외화로 이뤄지는 상품이다. 다만 실제 판매는 환전특약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원화로 진행되기 때문에 외화보유자나 외화수요자뿐 아니라 누구나 원화로 가입할 수 있다.
최근 외화자산 운용수익에 대한 기대와 보험사의 신규 수익원 창출 유인 등으로 외화보험 판매는 증가추세에 있다.
외화보험 판매규모는 지난 2017년 3046억원에서 2018년 6772억원, 2019년 9689억원, 지난해 1조4256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1~9월에는 974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외화보험을 ‘환차익을 볼 수 있는 재테크 수단’으로 소개하기도 해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 우려가 제기돼 왔다.
소비자가 납입한 보험료를 해외채권 중심으로 운용하고 만기 시 자국통화로 환전해 보험금을 받기 때문에 환율변화에 따라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외화보험 판매 시 환위험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불완전판매 건수 및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전체 불완전판매 가운데 외화보험의 비율은 2018년 0.7%에서 2019년 1.9%, 지난해 3.2%로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설계사 교육자료, 상품설명서 등을 점검한 결과 환율변동에 따른 보험료‧보험금 변동에 대한 설명이 부실하거나 환율방향성 단정 등 소비자 오인유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환차익을 지나치게 강조해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도 다수 발생했다.
환율이 상승하면서 보험료 부담이 증가하거나 보험금 수령 시점에 환율이 하락해 지급되는 보험금이 감소하는 등 소비자 금전손실 위험도 있다.
또 보험사의 건전성‧유동성 위험이 증가할 수도 있다. 보험사가 외화보험 판매 시 모집수수료, 유지관리비 등 비용은 원화로 지출하고 보험료 등 수입은 장기간 외화로 발생하기 때문에 환율변동에 따라 환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적합성‧적정성원칙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적합성원칙이란 소비자의 재산상황, 금융상품 취득‧처분 경험 등에 비춰 부적합한 금융상품 계약체결의 권유를 금지하는 것이다. 적정성원칙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구매하려는 금융상품이 소비자의 재산 등에 비춰 부적정할 경우 이를 고지‧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아울러 실수요자 중심 판매 유도를 위해 적합성 조사 시 실수요 여부를 충실히 확인하도록 하고, 소비자에게 환위험을 상세히 설명해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판매책임 제고를 위해서는 CEO 책임 아래 불완전판매 예방대책을 마련한 후 판매하도록 하고, 고령자가 외화보험에 가입할 경우 가족 등 지정인에게 손실위험 등 중요사항을 안내하도록 한다.
이 밖에 금융당국은 모집수수료를 개선하고, 보험사가 해지율 급증 등 유동성 리스크 요인을 선제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외화유동성리스크 관리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외화보험 가입자를 외화 소득자 등 실수요자로 제한하는 방안과 환헤지 등으로 보험사가 고객의 환차손을 보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생명보험 업계는 환차손 보상 비용의 예측이 어렵고, 실수요자로 가입자를 제한하는 것은 상품을 판매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번 개선방안 발표에 생보업계는 안도하는 상황이다. 가장 우려했던 환차손 보상 부분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융당국이 전문가와 업계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생보업계는 금융당국의 외화보험 제도 개선 방침에 따라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다른 생보업계 관계자는 "세부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방향을 검토하는 중"이라며 "실수요자 중심 판매 유도를 위한 적합성원칙 관련 부분은 적용 이후 판매 영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