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현대중공업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 "...'신의칙' 적용 제한한 기아차 판례 유지돼

박희중 기자 입력 : 2021.12.16 17:02 ㅣ 수정 : 2021.12.16 17:02

9년 끌어온 소송전서 노조 승소/ 사측은 노동자 3만8000명에게 총 63000억원을 소급 지급해야/추가 임금지급시 회사 경영 어려워지면 안된다는 ‘신의칙’ 배제한 판결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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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 측이 16일 대법원 앞에서 통상임금 판결에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법은 이날 노조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대법원이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현대중공업 노조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 소급분에 포함해 지급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현대중공업 노사가 9년 동안 벌인 소송전이 노동자들의 승소로 끝났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6일 현대중공업 노동자 10명이 전체 노동자 3만여명을 대표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원고 승소 취지로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소송은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법정수당과 퇴직금 등의 차액을 청구하면서 개시됐다.

 

대법원은 “기업이 일시적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했다면 그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신의칙은 민법 제2조에 명시된 일반원칙으로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해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혹은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이다. 

 

사측이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신의칙’을 명분으로 삼아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거부해서는 안된다는 게 이번 대법원 판결의 요지이다. 대법원은 지난 해 8월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신의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현대중공업 소송에서 기아차 판례가 유지된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상여금은 2개월마다 100%씩 총 600%에 연말 100%, 설·추석 명절 50%씩을 더해 모두 800%였다. 회사는 이 '800% 상여금'을 전 종업원과 퇴직자에게 일할 계산해 지급했지만 명절 상여금(100%)은 재직자에게만 지급했다.

 

노동자들은 정기상여 800%가 모두 통상임금에 해당되므로 이에 상응하는 소급분을 회사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저수익성, 원화 강세, 중국 조선소 등 경쟁 회사 출현 등의 이유로 회사의 경영사정이 악화했지만 이를 신의칙 위반 인정 사유로 삼아 근로자들의 불이익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800%를 통상임금으로 판정했다. 

 

반면에 2심은 명절 상여금이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노동자'에게만 지급돼 통상임금의 요건 중 고정성을 인정할 수 없고, 조선업 경기 악화 등 조건을 따져볼 때 소급분을 지급하면 회사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어서 신의칙에 어긋난다”고 판단, 명절 상여금을 뺀 700%는 통상임금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회사가 소급분을 지급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이 정기 상여금 전체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함에 따라 사측은 근로자 3만 8000명에게 총 6300억원의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해야 한다. 이는 2009년 12월말부터 2014년 5월말까지 기간을 합산한 액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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