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구매대행 사업 무재고? OK, 무자본? NO 사업이다
[뉴스투데이=구명길 칼럼니스트] 코로나 펜데믹 이후로 비대면, 온라인 분야의 급성장으로 관련 분야 창업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많은 분들이 유튜브 등의 매체를 통해 해외구매대행 사업은 무재고, 무자본으로 쉽게 할 수 있다는 식의 정제되지 않은 콘텐츠를 접한다. 이로 인해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창업에 뛰어드는 것 같아서 관련 내용을 한번 다뤄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해외구매대행 사업은 원래 무재고로 해야 하는 사업이지만 무자본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사업이다.
먼저 해외구매대행 사업을 원래부터 무재고로 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셀러가 해외에서 구매대행이 가능한 상품을 이미지와 상세페이지 등을 통해 고객에게 먼저 소개하고, 고객으로부터 해당 상품에 대한 구매 요청을 받으면 그 때 현지에서 상품을 대신 구매해서 고객에게 배송까지 대행을 해 주고 이에 대한 댓가로 받는 수수료를 매출로 인식하는 ‘서비스업’이기 때문이다.
수입하는 상품의 화주는 구매대행사업자가 아닌 구매대행을 의뢰한 개인 고객이며, 자가 사용을 한다는 전제하에 면세점(미국 $200, 기타 국가 $150) 이하의 상품에 대한 관부가세 면세와 KC인증 면제(일부 상품 제외) 혜택을 받는다.
이렇게 개인 고객에게 주는 혜택 때문에 구매대행 사업은 상품을 매입해서 재고를 가지고 판매하면 안되고, 이를 어길 시에는 관세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되므로 싫으나 좋으나 해외구매대행 사업은 무재고로 해야 한다.
반면 소량, 소액이라도 상품을 수입해서 재고를 보유하고 판매하는 수입업자, 유통사업자라면 반드시 통관시 인증이 필요한 상품은 인증을 받아야 하고 관부가세를 부담한 후 수입, 판매해야 한다.
다음은 왜 무자본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사업인지를 살펴보자.
만약 구매대행사업 창업 후 좋은 상품을 소싱해서 주 단위로 약 1천만원의 상품을 꾸준히 판매(거래액)하고 그 마진율이 20%라고 가정하면, 위 표에서 보듯이 첫 주에 판매된 1천만원의 상품 원가에 해당하는 8백만원의 비용을 집행해서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
다음 주에 또 1천만원을 판매하게 된다면, 전주에 구매한 8백만원의 상품이 배송 중인 상태에서, 또 다시 8백만원을 투입해서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러면 아직 회수된 자금이 없는 상태에서 총 16백만원의 구매 대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신용이 좋은 개인이나 신규 법인의 신용카드 한도가 보통 1천만원 정도이니 자본금이 전혀 없이 사업을 시작했다면 벌써 자금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다.
통상 해외구매대행 상품 배송 소요기간을 2주 전후로 본다면 3주차 초에, 1주차에 구매해서 배송 중이던 상품들이 무사히 한국에 도착해서 고객에게 배송이 완료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배송이 완료 되었다고 판매대금을 바로 정산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 대부분의 쇼핑몰들은 배송완료 후 고객이 상품을 제대로 받았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구매확정’이라는 프로세스가 있다. ‘구매확정’을 고객이 상품 수령 후 바로 해주면 좋은데 아직도 많은 고객들이 구매확정을 바로 안하는 경우가 많아서 1주일 정도 경과되면 시스템에서 자동 구매확정을 하게 된다. 이렇게 구매확정 프로세스를 거친 후 1~2일이 지나야 사업자의 통장으로 플랫폼 이용 수수료를 제외한 판매 대금을 정산 받을 수 있는데 거의 꼬박 3주 이상이 소요된다.
그런데 셋째 주에도 1천만원의 상품 판매가 된다면 현지 구매를 위해서 또 다시 8백만원의 구매대금을 추가 투입해야 하므로 순수하게 상품 구매 대금으로만 총 24백만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이렇게 투입된 자금은 3주차 말이나 그 다음주 초가 되어야 첫 주 판매 대금(1천만원) 중 플랫폼 수수료 제외하고 약 900만원 정도가 정산, 입금이 되지만 이런 추세라면 정산 받은 대금은 다시 상품 구매에 투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나마 요즘에는 소상공인을 위한 빠른 정산을 해 주는 플랫폼들도 있지만 앞선 칼럼에서 이야기했던 소셜커머스 플랫폼들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정산 주기가 훨씬 늦기도 하는 점까지 감안되어야 한다.
어떤 분은 이렇게 자금 압박이 생기면 대금을 회수할 때까지 상품을 일시적으로 판매중지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쇼핑몰 사업에서 잘 팔리는 상품을 중간에 판매 중지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일시적인 매출만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어렵게 쌓아 온 상위 노출의 기회까지 날아가버린다는 더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판매가 계속 되는데 자금 부족으로 제때 구매해서 배송을 하지 못하면 일단 고객 CS, 중도 취소 등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다.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재정적인 손해가 커지게 될 뿐만 아니라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스마트스토어를 포함한 대형 쇼핑 플랫폼들의 패널티 제도에 의해 판매자는 패널티를 받게 되고, 패널티 해결을 하지 못하면 상품 노출/판매 중지, 더 나아가서는 쇼핑몰 아이디 자체가 강제 폐쇄를 당할 수도 있다.
물론 상기 설명은 이해를 돕기 위해서 좀 극단적인 예를 들긴 했지만 왜 해외구매대행 사업을 무자본으로 할 수 없는지는 충분히 이해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래액을 미리 예측해서 최소 자본금은 어느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위에 설명 드린 내용을 감안해서 반드시 적절한 자본 조달 계획을 세우고 구매대행사업을 시작하기 바란다. 혹시라도 구매대행사업 관련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를 얻을 때 ‘해외구매대행 사업 무자본으로 가능하다’ 라고 말하는 채널이 있다면 그 채널은 과감하게 그만 보기를 권하고 싶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로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준비하거나, 기존 국내 상품만으로 한계를 느끼거나, 오프라인 사업을 하다가 온라인으로 전환하려는 분들 중에 유독 해외구매대행 사업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은 듯 하다. 무재고, 무자본에 대한 위 설명을 꼭 확인하고 준비해서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이기를 바란다.
◀구명길 프로필▶ (현) ㈜더블루나인 대표 / 원스탑 해외구매대행 셀러지원 플랫폼 셀프(SellF)의 아카데미 대표 강사 / 해외구매대행 창업 유튜브 ‘셀킥’ 및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 해.완.뽀 운영 / 글로벌 청년 창업가 재단(GEF) 지원사업 ‘해외구매대행 창업 실무’ 강사 / (전) KG이니시스, 11번가, KT커머스, 삼일PWC 등에서 e-커머스 및 IT 컨설팅 업무 경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