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인사태풍 (1)]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에 부여된 임무, 인텔·TSMC와의 ‘파운드리 전쟁’서 승리하라

박희중 기자 입력 : 2021.12.10 07:25 ㅣ 수정 : 2021.12.11 21:52

시장 관측 깨고 사장단 전면 교체, '이재용 구상' 결행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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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방문을 마치고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이번 주에 줄줄이 발표된 삼성전자와 주요 계열사의 연말 사장단 및 임원인사는 한마디로 ‘태풍급’ 수준으로 단행됐다. 

 

당초 시장의 관측은 온건한 편이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3년 동안 실적을 개선해온 3명의 대표이사가 모두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사법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단계적인 물갈이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이에 따라 DS(반도체)부문장인 김기남(63) 부회장, IM(모바일)부문장인 고동진(60), CE(가전)부문장인 김현석(60) 사장 등이 모두 유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가 지난 3일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날 사장단 인사는 발표되지 않았다. 그게 이상기류였다.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반전 카드를 던졌다. 3명의 대표이사 전원을 교체하는 사장단 인사가 7일 발표됐다. 글로벌 정치경제 상황의 엄중함에 비춰볼 때 강력한 새피 수혈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구상'이 결행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 기용된 최고경영자(CEO)들은 명확한 과제를 안고 있다. 

 

■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실감한 이재용 부회장, ‘기술 리더십’을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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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의 기둥인 DS부문장으로는 경계현(58) 삼성전기 사장이 임명됐다. 경계현 사장은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1994년 서울대에서 같은 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 사장의 기용은 ‘실적주의’에 입각한 인사라는 해석이다. 2020년 1월 삼성전기 대표이사에 취임, 연말에 영업이익 8293억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11.9% 성장을 이뤄냈다. 올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1조 1286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작년 1월 경 사장의 취임 후 삼성전기는 지난해 매출 8조2087억원, 영업이익 829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6.4%, 11.9% 성장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매출 7조5361억원, 영업이익 1조1286억원을 올려 이미 지난해 영업이익을 넘어서며 창사 후 사상 최대 실적을 확정했다.

 

경 사장이 삼성전자에서 계열사로 갔다가 귀환한 케이스라는 점도 주목된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기술 리더십을 선택했음을 뜻한다. 

 

경 사장은 그만큼 삼성전자 재직시에 탁월한 기술 리더십을 발휘했다. 1997년 세계 최초 다이렉트 램버스 D램 개발, 2013년 세계 최초 3차원 V낸드 개발, 2019년 세계 최초 UFS(Universal Flash Storage) 3.0 및 128단 낸드 탑재 SSD출시(2019년) 등과 같은 반도체기술 진보를 이끌었다. 

 

그의 기술 리더십은 반도체 공룡간의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를 이끌기 위한 장수가 가져야할 최우선 덕목이다. 

 

■ 미·중 패권 전쟁 틈바구니에 끼여있는 삼성전자, TSMC나 인텔보다 투자 동력 약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시장의 냉혹한 현실’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김포공항 귀국장에서 만난 기자들이 출장 심경을 묻자 “투자도 투자지만 이번에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제가 직접 보고 오게 되니까 마음이 무겁다”라고 말했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추론이 어렵지는 않다, 반도체 전쟁은 미중간 패권 다툼으로 비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같은 한국기업은 그 틈바구니에 낀 신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국 기업인 인텔이 파운드리 산업 진출을 결정하도록 유도하고, 천문학적인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인텔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기업 그리고 파운드리 글로벌 1위인 대만기업 TSMC 등에게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미국의 안보를 명분으로 삼아 외국기업의 경제활동까지 통제하려는 분위기이다. 중국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으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해서이다.  

 

시스템 반도체, 특히 파운드리 부문은 이재용 부회장이 글로벌 1위를 목표로 삼고 있는 영역이다. 기존 최강자는 TSMC이다. 삼성과의 격차가 크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은 1위 TSMC 58%. 2위 삼성전자 14%이다. 

 

게다가 바이든을 등에 업은 인텔까지 합류하고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가 확고한 1위를 지켜내고 있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보다 파운드리 성장세가 더 가파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공장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TSMC의 투자계획은 더 크다. 향후 3년간 120조원(1000억 달러)를 파운드리 증설에 투자하겠다고 지난 4월 밝혔다. 파운드리 1위인 TSMC가 2위인 삼성전자보다 더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상황이다. 

 

인텔도 애리조나주 2곳에 200억달러(24조원), 뉴멕시코주에 35억달러를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 이들 공장도 모두 파운드리 생산시설이다. 

 

■ 경계현 사장의 첫 승부처, TSMC에 대한 3나노 공정 기술격차 실현

 

따라서 삼성전자는 미세공정 기술력에서 TSMC에 대한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경계현 사장가 어깨에 걸머진 1차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에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도입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TSMC는 내년 하반기나 돼야 3나노 양산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TSMC에 대해 수 개월간의 기술격차를 실현하는 데 성공한다면 경 사장은 첫 번째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셈이다. 그럴 경우 삼성전자는 인텔의 추격을 따돌리고 TSMC가 지배하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와관련 이재용 부회장이 오늘 23일 재판에 출석한 뒤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ASML은 7나노 이하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생산하고 있는 기업이다. ASML의 EUV는 없어서 못파는 물건이다. 삼성전자, TSMC, 인텔 간의 기술 전쟁에서 EUV 장비의 효과적인 조달도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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