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해외시장 격전지 ‘캄보디아’…사업 성과는 물음표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시중은행들이 국내 은행 산업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캄보디아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원래 국내 은행들은 신남방 전략으로 싱가포르나 인도네시아로의 진출을 원했지만 글로벌 금융사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은행들은 시장 개방을 늦게 시작한 캄보디아와 베트남, 미얀마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이들 국가로 진출해 당장 은행업을 영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 국가마다 은행 산업에 대한 보호와 문호 개방에 대한 폐쇄성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본력을 앞세운 일본과 중국 같은 경우 신남방 국가에 SOC를 건설하고 은행 산업이 들어가는 친화 정책을 쓴다”며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이 순방을 통해 외교 전략을 펼치는데 경제 발전의 경험과 금융 산업의 선진화 등을 공유하는 부드러운 접근이 통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들이 캄보디아 시장에 유독 많이 진출하는 것은 사전에 금융을 통한 외교적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30년 전 수출입은행이 캄보디아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유상 원조사업 일환으로 SOC 건설을 지원했다.
일본·중국과 같이 우리나라도 SOC 건설을 통한 친화 전략을 캄보디아에 쓰고 있었던 셈이다.
또 캄보디아의 경우 타 신남방 국가와 다르게 선진 은행산업을 받아드리려는 금융 문화가 조성이 돼 있는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타 신남방 국가들은 자국 은행 산업을 보호하려는 정책 때문에 우리가(우리은행) 진출하기에는 버거운 편”이라면서 “캄보디아의 경우 은행업 진출에 있어 우리에게 협조적이며 같이 사업을 해보려는 성향을 띄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2014년 캄보디아의 한 소액 여신금융사를 인수한 후 저축은행까지 사드린 후 합병했다. 지난 11월 캄보디아 금융당국으로부터 상업은행 본인가를 획득해 내년 1월 영업 시작을 앞두고 있다.
캄보디아의 금융당국이 우리나라 은행들에 유한 편이기는 하나 여하튼 사업 영유가 쉬운 편은 아니다.
국내 은행들이 신남방국가로 진출할 경우 △법인을 설립해 이름을 알린 후 현지 은행을 인수해 몸집을 불리는 방식 △현지 은행을 인수한 후 자사의 영업력을 전수하는 방식 등 크게 두 가지 전력을 쓴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2007년에 캄보디아에 법인을 설립한 후 현지 은행을 인수해 몸집을 불렸지만 아직까지 지점이 12개 정도에 불과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국내 신한은행 지점이 6000개가 넘는데 캄보디아 12개 지점은 정말 미미한 수준이며 시장 진출한지 13년이 됐지만 큰 성과를 못보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해외 사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의 경우도 2009년에 760만달러에 캄보디아 ‘크메르유니온은행’을 인수한 후 KB캄보디아뱅크를 설립했다. 2009년에 낸 결과지만 수년 전 진출해 인수 은행 물색부터 현지화 전략 수립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프라삭은행’ 인수로 많은 지점을 확보했지만 이른바 ‘KB DNA’를 심어 제대로 된 영업을 진행하기 까지는 많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대출 받으러 지점에 와서 알아보고 심사를 통해 진행하는데 캄보디아는 작은 사무실에 영업점을 두고 은행원들이 각 집마다 방문 영업을 하는 형태기 때문에 선진화된 은행업의 형태를 갖추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의 캄보디아 진출이 붐을 일으키면서 부작용도 낳고 있다.
지난 6일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임직원 4명이 공모해 캄보디아 특수은행 상업 인가 취득을 위해 현지 공무원에게 350만달러(한화 41억원)를 상납한 혐의로 대구지방 검찰청에 불구속 기소됐다.
대구은행은 지난 9월 캄보디아에 ‘DGB 뱅크’를 출범시켰다. 첫 출범이지만 직원 580명에 9개 지점을 운영하는 것으로 꽤 큰 규모다. 더욱이 대구은행 지난 2018년 캄보디아의 ‘캠캐피탈’을 인수한 후 상업은행으로 인가 받았기 때문에 매우 빠른 사업 성과다.
국내 대형 은행의 경우도 캄보디아에서 2금융권 금유사를 사드린 후 인수합병을 통해 상업은행 인가를 받고 지점을 늘리는데 10년이 넘게 걸리는데 대구은행은 3년만에 이루어낸 것이다.
이를 두고 한 신남방 시장 금융전문가는 “문호를 늦게 개방한 신남방 국가들의 공무원의 경우 월급은 적지만 소위 뒷돈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면서 “이 같은 현지 공무원들의 생리를 이용했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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