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SK이노에 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까지… 석유화학社는 왜 'CCUS'에 목맬까?
'화석연료 기반 산업구조 유지하면서 탄소중립 실현 가능한 유일한 방법' 평가 / 전문가 "기업 비용부담 커지면 발전 더뎌져… 정부 나서 규모의 경제 유도해야"
[뉴스투데이=김태준 기자] 세계적으로 환경 규범이 강화되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탄소배출 감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사용하던 기업들은 탄소 저감기술만으로는 탄소중립(탄소 배출 0)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해 저장 또는 활용하는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CCUS) 기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CCUS는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구조를 유지하면서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평가받는다. 배출되는 탄소를 모두 포집할 경우 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CCUS 기술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다.
CCUS는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CCS와 탄소를 포집해 활용하는 CCU 기술로 나뉜다. CCS 기술은 유전 및 가스전 같은 지층 빈 공간에 탄소를 매립하는 방식이다. CCU 기술은 포집한 탄소를 활용해 산업원료 및 탄화건축자재 같은 제품을 생산한다.
국내에서 먼저 주목받은 기술은 CCS다. 이 분야에서는 SK그룹 석유화학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9월 한국석유공사와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CCS 사업 국책과제 협약을 체결했다. 울산지역 산업시설을 대상으로 탄소를 포집하고 동해가스전으로 이송해 2030년까지 연간 400만톤 이상을 저장한다는 목표다. 향후 저장된 이산화탄소를 반도체, 석유화학 등의 기업에 판매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 현대오일뱅크는 CCU 기술에 있어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미 실증을 거쳐 상용화를 눈앞에 둔 상황이다. 정유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탈황석고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무수석고를 생산했다. 이렇게 생산한 무수석고는 건축자재로 쓰인다. 내년 충남 대산공장에 10만톤의 탄산화제품 생산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최대 60만톤으로 생산량을 늘릴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대산공장에 액체 탄산 생산공장도 짓고 있다. 수소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20만톤을 포집해 액체 탄산으로 만들 예정이다. 액체 탄산은 주로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된다.
롯데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 롯데케미칼도 CCU 설비의 실증을 완료하고 상업화를 위한 설계에 돌입한다. 롯데케미칼은 CCU 설비를 통해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전기차용 배터리의 전해액 유기용매 소재 원료와 반도체 세정액 원료 등으로 생산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CUS를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침체된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술로 평가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곽대종 연구원은 “CCUS는 잠재적인 시장이 분명하지만 결국 비용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이 CCUS를 수행하는 데 있어 비용 부담이 커질수록 기술발전이 더뎌진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 지원이나 규제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유도한다면 기술발전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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