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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의 위기관리

에디오피아와 에리트레아의 종전선언과 미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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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1.11.25 16:24 ㅣ 수정 : 2021.11.25 16:24

6.25남침전쟁 참전국 에티오피아, 국경분쟁을 지속하던 에리트레아와 2018년에 종전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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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과 미국 정부의 한국전쟁 종전선언 문안 작성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허나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종전선언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3일 관련당국 등에 따르면 한미간 종전선언 문안 작성 협의가 굉장히 많이 조율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문안에는 '군사적 긴장 해소 및 한반도 평화를 위해 종전을 선언한다'는 내용이 적시될 것이라고 했다. 향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발판으로 종전에 나선다는 목적이 기록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미국의 한 언론매체는 유엔군사령부 해체 등 종전선언이 현 정전협정 체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도 보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자”고 제안했다. 따라서 종전선언의 주체가 남북과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까지 포함해 4자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최근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종전선언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에리트레아와 국경분쟁을 지속하던 에티오피아의 아비(AbiyAhmedAli) 총리는 2000년에 체결하였던 평화협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2018년 7월에 발표하면서 지속되었던 분쟁상황이 전환되었다.

 

이후 7월9일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는 정상회담을 개최하였고, 전쟁상태 종식의 내용을 담은 “평화우호공동선언(Joint Declarationof Peaceand Friendship)”에 서명함으로써 오랜 국경 분쟁을 매듭지었다. 

 

또 7월14일에 후속 정상회담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9월18일에는 외교 및 무역관계가 재개되는 등 양국 간 평화 프로세스가 단계적으로, 하지만 신속히 진전되었다.

 

2019년 10월11일, 종전선언으로 에리트레아와의 분쟁 종식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에티오피아의 아비 총리는 2019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는 2018년 아비 총리가 보인 노력이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결정적이고 진취적인 결단”이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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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티오피아의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의 호소에 꽃다운 청춘들은 6.25남침전쟁에 참전했고, 에티오피아의 강뉴부대는 253전 253승의 신화를 남긴 모습[사진=보훈처/동영상캡쳐]

 

■  6.25남침전쟁에서 전설이 된 에티오피아 ‘강뉴부대’의 아픔

 

이미 종전선언을 했던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대륙의 한 빈국(貧國)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6.25남침전쟁 당시 에티오피아는 오늘날과 달리 1950년대에 우리의 국민소득이 100달러 미만일 때 이미 3000달러 수준의 부국(富國)이었다. 

 

한창 전쟁 중이었던 1951년,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하여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지상군 6000명의 최정예 용사들을’ 파병해준 나라이기도 했다.

 

에티오피아는 전설 속 솔로몬과 시바 여왕의 후예들이 삼천 년을 이어온 나라였지만 1935년 이탈리아의 침공으로 국민 27만명이 희생되고 황제였던 하일레 셀라시에 1세는 영국으로 망명했었다.

 

그 후에도 투쟁은 계속됐고, 1941년 영국군의 도움으로 이탈리아군을 몰아냈다. 다시 집권한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는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을 겪는 나라가 없도록 집단안보를 주창하는 평화주의자였다.

 

6.25남침전쟁이 발발하여 유엔의 파병 요청을 받자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라는 전혀 알지도 못했던 나라의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에티오피아 제국 최정예 용사인 황실근위대로 ‘강뉴부대’를 편성해 파병하였다.

 

대한민국으로 파병온 그들의 이름인 ‘강뉴(Kagnew)’는 암하라어로 ‘평정(平定)’과 ‘초전박살(初戰撲殺)’이라는 뜻이다.

 

1951년 7월 한국으로 온 ‘강뉴부대’는 미군 7사단에 배치되어 그해 9월에 벌어진 ‘적근산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 이후 한국전쟁의 가장 치열한 전투 가운데 하나였던 ‘철의 삼각지 전투’에 투입되어 ‘강뉴’ 이름의 의미처럼 단 한 번도 고지를 적에게 넘겨준 적이 없을 정도의 실력을 뽐내며 파병 동안 무려 253전 253승이라는 무패의 신화를 이루었다.

 

‘강뉴부대’ 용사의 활약은 전쟁터에서 그치지 않았다. 1953년 이후 그들은 우리의 재건을 위하여 월급을 모아서 서울 동두천에 ‘보화 고아원’을 설립하여 전쟁고아들을 1956년까지 보살피며 그야말로 진정한 영웅의 상(像)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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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남침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의 강뉴부대와 전쟁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일마 벨라처 씨가 강뉴부대 2진 소대장으로 참전했던 자신과 동료들의 이야기를 남긴 책과 힘들게 수집한 자료들을 전쟁기념사업회에 기증하는 모습[사진=동영상캡쳐/국방부]

 

■  현재 ‘강뉴부대’는 최빈곤층으로 전락, 공산독재정권이 물러난 지금도 어려운 삶 영위

 

하지만 에티오피아에 7년간의 극심한 가뭄이 들자 1974년 쿠테타가 일어나 공산독재정권이 들어섰다.

 

공산주의 쿠데타 주동자 ‘멩기스투’는 하일레 셀라시에 1세 황제를 폐위시켰고, 이 고마운 ‘강뉴부대’ 용사들은 공산주의와 싸웠다는 이유로 사회의 최빈곤층으로 전락하여 지금까지도 어려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반면에 6.25남침전쟁에서 공산주의자들로부터 우리를 지켜준 혈맹의 황제와 용사들이 17년간 지속된 멩기스투 공산독재정권에 의하여 허망하게 사라지는 동안 우리는 부끄럽게도 너무나도 긴 세월을 그들에 대해서 잊고 살아왔다.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의 에티오피아 방문과 함께 최정예 황실근위대였던 ‘강뉴부대’의 6.25남침전쟁에 참전에 대한 기억이 다시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많은 NGO 및 보훈단체들이 모금활동을 통해 지원을 했으며, 최근에는 코로나의 위기 속에 마스크를 보내주기도 했다

 

한편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던 1990년 소련의 지원이 중단되자 사회주의 멩기스투 공산독재정권은 붕괴의 위기에 처했다. 이에 시장경제제도를 도입하는 등 과감한 개혁정책을 단행함과 동시에 1990년3월 에티오피아노동당을 에티오피아민주통일당(EDUP)으로 고치고, 비(非)마르크스주의자도 당원이 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였다. 

 

허나 1991년 2월 정부군과 반군세력 사이의 평화협상이 결렬되고 무력충돌이 격화되어 4월에는 에티오피아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이 주요도시를 장악하였으며, 5월 멩기스투가 국외로 탈출한 가운데 반군 세력이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점령하였다.

 

이로써 1974년 군사쿠데타 이후 17년간 지속된 사회주의 공산독재정권이 붕괴되고 다당제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신정권이 수립되었다. 1991년 7월 반군세력은 국민평의회를 구성하고, EPRDF의 지도자 멜레스 제나위(MelesZenawi)를 과도정부의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다. 

 

하지만 각 지역에 할거하고 있는 반군세력들간의 갈등과 인종간의 대립으로 신정권의 권력기반은 취약한 편이다. 특히 미완의 종전선언에 따른 에리트레아의 잔존한 항쟁 및 오로모 지역 반군세력과 정부군의 무력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다음편 계속)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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