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무책임한 발언으로 자사의 주가를 흔드는 것에 대해 국내외 금융가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7일(현지시간) 자신 트위터 개정을 통해 “내 테슬라 주식 10%를 매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동의하는가?”고 묻는 설문을 게시했다.
58%가 매도에 찬성하자는 반응을 보이자 머스크는 지난 8일부터 5거래일 연속 69억 달러(8조100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매도했다. 이에 테슬라 주가는 해당 기간 동안 15.4% 하락했다.
이후 머스크는 지난 23일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 93만4091주를 추가로 매도했다.
24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 따르면 테슬라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14% 하락한 1,109.30달러까지 떨어졌다.
‘천슬라’를 넘어 1,229.91달러까지 고점을 높여오던 테슬라 주가가 CEO의 말 한마디에 장 중 900달러까지 추락한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머스크가 발언 직후 지난 8일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도 3065만6280달러(약364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머스크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WSJ)을 비롯한 외신들은 “억만장자세가 통과 될 경우 머스크가 납부해야 하는 세금이 500억 달러(58조원)에 달한다”며 “머크스의 행동은 이를 비꼬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해 보도했다.
억만장자세는 미(美) 의회 민주당이 채권 등 미 실현 자산에 대해 최소 20%의 세율을 징수하는 법안이다.
머스크는 해당 세법을 촉구해 온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에게 “주식을 더 팔아치울까, 버니? 말만하라”며 조롱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머스크의 행동을 두고 국내에서도 CEO가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으로 주주들을 리스크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삼영 한국대체투자연구원장(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은 2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세계적인 경영 가치가 ESG로 옮겨가고 있는데 테슬라의 가장 큰 리스크는 G(Governance : 통치 시스템)에 해당하는 오너 리스크가 문제”라면서 “CEO의 한마디에 주가가 큰 영향을 받는데 기업을 경영하는 오너 입장에서 너무 무책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머스크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테슬라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서학개미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서학개미가 안타까운 건 이해한다”며 “불만을 낼 수 있어도 관할권도 다르기 때문에 마땅히 대응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머스크는 지난 2018년 “테슬라의 상장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트위터에 올리자 테슬라의 주가는 11%까지 급등했다. 이로 인해 머스크는 미(美) 증권거래위언회로부터 증권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까지 당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