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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33)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어 비상(飛上)한다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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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1.11.24 18:10 ㅣ 수정 : 2021.11.24 18:10

군에서 은근히 사기를 올리는 ‘무두일(無頭日)’ 시작의 찝찝하고 씁쓸한 뒷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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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뼈아픈 우여곡절(迂餘曲折)과 파란만장(波瀾萬丈)했던 방패 및 지상협동훈련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간부들의 휴가가 시작되었다.

 

사령관은 각 참모부에 처장 및 과장부터 먼저 휴가를 출발해야 밑에 실무자들도 갈 수 있으니 솔선수범을 보이라고 특별히 강조하여 부대원 전체의 사기를 올려주었다.

 

군에서는 은근히 사기를 올리는 ‘무두일(無頭日)’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해당 부대 및 처부의 리더(두목)가 없는 날이라는 의미이다.

 

항상 긴장과 짜증에 시달리던 사무실에도 00과장이 휴가로 자리를 비우는 ‘무두일(無頭日)’이 도래해 모처럼의 여유를 찾는 시간을 기대하게 되었다.

 

드디어 00과장이 휴가를 출발하는 날 승용차를 현관 앞에 대기시켜놓고 과원들은 도열하고 있었다. 과장이 사무실에서 나오자 선임장교는 자동차키를 전하면서 트렁크를 열며 한마디를 건넸다.

 

“과장님, 수송부에 이야기하여 자동차를 완벽하게 점검 및 정비를 했고 혹시 운행중에 기름이 부족하실 것 같아서 이렇게 큰 통 몇 개에 휴발유를 채워 트렁크에 준비했습니다”라며 읍소를 했다.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과장은 사령관 지시로 본인이 먼저 휴가를 출발한다며 부재중에 선임장교가 잘 통제해 사령관님을 각별히 보좌하라고 당부하며 급하게 떠났다.

 

출발하는 승용차 뒷모습을 향해 부동자세로 경례는 하고 있었지만 모두들 즐거운 마음에 들떠 있었다. 앞으로 며칠간은 ‘무두일(無頭日)’로 스트레스를 날려보내며 모처럼의 여유와 행복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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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 입소한 예비군들이 입소신고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사무실에 ‘무두일(無頭日)’이 도래해 긴장과 짜증 등 스트레스를 날려보내... 

 

공(公)과 사(私)가 명확해진 현재의 군대에서는 감히 엄두도 못낼 행태였지만, 당시 그의 괴팍한 취향과 불같은 성질 때문에 모두들 그냥 조용하게 넘어가자는 마음이 만든 잘못이었다.

 

선임장교와 담당 부사관이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과에 배정된 공용 승용차를 정비하고 트렁크에 휴발유로 채워진 통을 싣고 게다가 선물까지 추가하여 기분 좋게 과장을 휴가 출발시켰는데 그렇게 행동한 그들의 솔직한 심정이 어땠는지는 알 수 없었다.

 

충동적인 안하무인(眼下無人)식으로 약해보이는 동료들과 부하들을 불신하면서도 상급자 및 잘나가는 사람에게는 공손한 약육강식(弱肉强食)과 말로는 청렴결백한 척하면서도 사무실용 승용차에 부대 휴발유까지 트렁크에 싣고 떠나는 표리부동(表裏不同)한 갑질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에 긴장과 짜증에 시달리게 했고 공사(公私) 구별도 못하는 행태에도 불구하고 만족하며 기분이 좋게 출발한 과장의 휴가로 ‘무두일(無頭日)’이 도래하자 사무실 실무자들 모두도 즐겁고 행복하며 여유있는 마음에 들떠 있었다. 

 

그러나 평소 떳떳하고 청렴결백함을 강조했던 00과장의 휴가 출발 모습에서 찝찝하고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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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공무술 시범을 보이는 수방사 특공대대 요원들 (사진=연합뉴스)

 

■  훈련 강평시 우수 부대의 참모는 떨어지고, 타산지석(他山之石)의 표상인 과장이 진급...

 

타산지석(他山之石)의 표상이 된 과장이 휴가를 복귀한 뒤, 늦가을이 되자 대령 진급 심사 결과가 발표됐고 아쉽게도 방패 및 지상협동훈련 강평시에 우수하다고 칭찬받은 부대의 참모는 비선됐다.

 

그러나 그의 동기이자 경쟁 상대였고 타산지석(他山之石)의 표상인 00과장이 1차로 진급했다. 과장은 당시 직속상관인 수방사령관 구창회(육사18기)장군의 진주고등학교 후배이어서 결정적인 영향력에 의한 혜택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이 됐다.

 

00과장은 진급 예정자로 사령부 종합상황실장(작전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기고 후임으로 사관학교시절 명성을 날리던 럭비선수 출신인 차철이(육사32기)중령이 보직되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영화에서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났지만 필자는 인내하며 그 날개 때문에 다시 비상(飛上)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티었고, 결국 00과장보다 더 오래 자리를 유지하며 신임과장을 만나 정상적으로 능력 발휘를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다. 

 

하지만 과 사무실에서만 보였던 00과장의 기행은 종합상황실장(작전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 사령부 전체로 퍼져나갔고,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영화처럼 끝없이 추락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만 갔다. (다음편 계속)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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