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1위 오비맥주의 中企 죽이기… "악의적으로 '라온 맥주' 상표권 무력화 시켰다"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오비맥주(대표 배하준)로 인해 시장 진입이 다 막혔습니다. 전시회에 방문한 손님이 ‘어디서 살 수 있느냐’고 묻지만, 판매처가 없어져 다음에 방문해달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소 수제맥주 업체 코리아에프앤티(이하 에프엔티) 이원준 대표는 23일 뉴스투데이에 하소연을 쏟아냈다. 그만큼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에 맺힌 게 많았다는 얘기다.
에프엔티와 오비맥주간 악연(?)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6개월여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프엔티는 지난 5월18일 ‘라온맥주’라는 상표를 출원하고 특허청에 상표권 32류(맥주)로 출원 등록했다. 이후 7월 22일 출원 공고를 받았다. 관련법에 따라 오는 9월21일까지 이의신청이 없으면, 에프엔티는 ‘라온 맥주’를 상표로 등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상표 등록을 5일 앞둔 지난 9월16일, 천청벽력같은 소식이 들려 왔다. 오비맥주가 이의신청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오비맥주가 이의를 신청한 이유는 7월15일 자회사 수제맥주 브랜드 한트앤몰트를 통해 '라온 위트 에일'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에프엔티 이원준 대표는 “오비맥주는 상표 등록을 5일 앞둔 시점에서 이의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이의신청을 제기하면 특허청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 기간이 8~10개월정도 소요된다. 오비맥주는 그 맹점을 노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비맥주는 특허청에 이의신청을 내면서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9호, 제12호 및 제13호의 규정에 의해 그 등록은 거절돼야 한다”고만 밝혔지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이유에 대해서는 “추후 제출하겠다”고만 했다.
에프엔티가 '대기업이 악의적으로 상표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이의신청을 낸 것'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다.
이에 에프엔티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오비맥주를 제소했다.
애초 에프엔티는 오비맥주보다 먼저 ‘라온 맥주’를 출시해 편의점 등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비맥주에서 ‘라온 위트 에일’을 내놓은 뒤 '짝퉁' 취급을 받으면서 오비맥주에 밀려 판매처가 사라졌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이마트, 홈플러스, GS25 등 판매처 MD(상품기획자)에게 ‘이미테이션(모방) 제품을 팔면 안 됩니다’라는 소리도 들었다”면서 “MD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면 알겠다고는 하지만 큰손인 오비맥주에 밀려 판매처가 사라진 상황이다. 국내 판매라인은 봉쇄됐다. 사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세법 때문에 비대면 판매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국내 판매처가 없기 때문에 제품을 생산해서 유럽 등 해외에 수출할 수밖에 없다. 불행 중 다행인건 해외 쪽 반응이 좋아 거래하고 싶다는 곳이 있는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코엑스, 킨텍스 등 박람회가 아니면 판매처가 없기에 편의점과 대형마트에 납품할 때보다 매출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에프엔티는 오비맥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특허청 판단에 소요되는 시간동안 오비맥주는 최대한 ‘라온 위트 에일’을 판매한 후 시장에서 철수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횡포”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뉴스투데이는 오비맥주 측 입장을 듣고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