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이해진이 네이버 바꾼다, 글로벌 M&A와 조직문화혁신에 방점
40세 최수연은 차기 CEO, 43세 김남선은 차기 CFO에 각각 내정/임기는 내년 3월 시작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네이버가 40대 초반 신예들로 차기 수뇌부를 구성했다. 차기 최고경영자(CEO)로는 40세(1981년생)인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차기 최고재무책임자(CFO)로는 43세(1978년생)인 김남선 책임리더(IR실 전무)를 각각 내정했다. 네이버는 17일 오후 이사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현 CEO인 한성숙 사장은 54세(1967년생)이다. 최 내정자는 14살이 더 젊다. 창업자인 이해진(54)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수렴청정체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이다.
하지만 이해진 GIO가 이번 인사를 통해 드러낸 의지는 뚜렷하다. 글로벌 인수합병(M&A)과 조직문화혁신에 향후 경영의 방점을 두겠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네이버는 두 내정자가 '네이버 트랜지션(NAVER Transition) TF'를 가동해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하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 구축과 조직체계 개편에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 지난 5월 개발자 자살사건 사내 ‘소통단절’ 드러내 / 이해진, “새 리더들이 쇄신해야 본질적 해결책”
우선 지난 5월 발생한 개발자 자살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조직문화 혁신의 필요성이 절박한 상황이다. 모 임원의 폭언이 비극을 초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사내 ‘상명하복 문화’와 ‘소통단절’이라는 문제점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는 국내 IT산업을 선도해온 기업이라는 자부심에 먹칠을 해버렸다. 특히 최인혁 전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사내 괴롭힘 실태를 인지하고도 눈감아줬다는 폭로가 터져나오면서 현 경영진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신임 CEO와 CFO는 내년 3월 임명된다. 한성숙 대표의 원래 임기는 2023년 3월까지이므로 문책인사를 당한 것이다.
이해진 GIO는 개발자 자살사건 당시에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서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을 하는 길이 그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50대 경영진은 기존의 폐쇄적 문화를 뒤바꿀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수연 CEO 내정자와 김남선 CFO 내정자는 모두 연령적으로는 40대 초반이면서 서울 공대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최 내정자는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한 2005년에 네이버(당시 NHN)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4년간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조직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퇴사해서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거쳐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2019년 네이버에 재입사해 글로벌 사업지원을 총괄했다.
김 내정자는 서울대 재료공학과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로펌, 글로벌 투자회사에 근무하다 지난해 8월 네이버에 합류했다.
사내 중추인력인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미국식 기업문화에 익숙한 인물인 셈이다.
■ 최 내정자는 율촌에서 M&A 담당, 김 내정자는 다양한 빅딜 주도 /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수합병 추진할 듯
두 사람의 핵심 경력이 인수⋅합병(M&A)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이는 앞으로 네이버가 역점을 두려는 비즈니스 모델(BM)의 방향성을 시사한다.
최 내정자는 미국에서 귀국한 뒤 2019년 네이버에 재합류하기 전에 법무법인 율촌에서 M&A업무를 담당했다.
김 내정자는 유명 사모펀드 맥쿼리 출신의 M&A 전문가다. 2019년 SK텔레콤이 2조9700억원에 ADT캡스를 인수하는 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입사 후에는 CFO 산하 글로벌 인수⋅합병 전담 조직인 ‘성장과 북극점(Growth&Truenorth)’을 이끌며 올 초 북미 웹툰·웹소설 왓패드 인수, 이마트·신세계와 지분 교환 등 빅딜을 주도했다.
지난 2017년 취임한 한성숙 대표는 네이버쇼핑을 국내 1위 커머스 플랫폼으로 키웠다. 국내 최대 검색포털이었던 네이버의 정체성을 진화시킨 셈이다. 하지만 맞수인 카카오와의 실적경쟁에서는 뒤졌다.
지난달 21일 공개된 네이버의 3분기 매출은 1조727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썼지만 보름 뒤 공개된 카카오 3분기 매출은 1조7408억으로 네이버를 넘어섰다. 네이버 전신인 옛 NHN이 2003년 1분기 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을 매출에서 추월한 지 18여년만에 재역전이 됐다.
따라서 네이버는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인수합병함으로써 융복합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나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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