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징했던 종신고용 폐기 움직임에 젊은 직장인들 분노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에서의 직장생활은 종신고용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30년 가까이 제자리를 맴도는 경제상황으로 한국에게마저 추월당한 평균임금과 노동생산성 지표들은 기업은 물론 일본 정부에게도 위기감을 안기기에 충분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종신고용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종신고용이 폐해라는 주장에 앞장선 곳은 의외로 민간기업이 아닌 일본 정부였다. 후생노동성이 2018년 6월에 올린 ‘우리나라의 구조문제와 고용관행 등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 첫 직장에서 계속 근무 중인 직장인의 비율은 대졸자가 50%, 고졸자가 30% 정도로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일본 종신고용의 특성상 근무연수가 오래 될수록 연봉은 눈에 띄게 오르는데 반해 생산성은 그에 비례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때문에 유능하지만 젊다는 이유만으로 낮은 급여를 받는 것에 불만을 느끼는 직장인들은 더 나은 조건을 위해 이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능력이 부족한 직원들을 종신고용으로 품게 되면서 기업경쟁력과 생산성 모두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후생노동성 보고서는 넌지시 던지고 있다.
이러한 내용에 일찌감치 동조의 목소리를 낸 곳은 다름 아닌 세계적인 자동차기업 도요타였다. 도요타 아키오(豊田 章男) 사장은 2019년 5월에 열린 일본 자동차공업회 회견장에서 ‘(정부가) 고용계속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면 종신고용을 지키는 것은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작심발언으로 세간을 놀라게 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의 오너가 종신고용을 위협하는 발언을 하면서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당시 도요타 자동차는 해명 기자회견까지 열며 사태를 진정시켰는데 올해 9월에는 산토리 홀딩스의 니이나미 타케시(新浪 剛史) 사장이 온라인 세미나에서 무려 45세 정년제를 제안하면서 다시 한 번 일본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민관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종신고용을 끝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가장 크게 반발하는 것은 단연 2,30대 젊은 직장인들이다.
중장년 세대들은 상대적으로 취업도 쉽게 하고 종신고용으로 안정된 사회생활과 높은 연봉까지 누렸음에도 젊은이들에게는 불합리한 혁신을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는 불만이 점차 커져가면서 이제는 세대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일본 기업들이 다시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종신고용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에는 대다수가 동의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관련해서는 세대 간에 의견이 엇갈리면서 일본사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