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어 비상(飛上)한다②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수방사는 매년 방패훈련을 한다. 이때 중요시설 방호태세를 점검하며 지하철역과 학교 및 공공시설에서 시범식 교육도 하지만 예비군도 동원되어 최소 동단위 지역별로 방어훈련도 병행했다.
필자는 훈련 시작 1~2개월 전 즈음에 동원참모부와 협조하에 세부 훈련 지침을 작성하여 예하 사단에 하달하고 상급부대에 보고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였다. 전방 사단에서 작전장교 근무시에 늘 유사한 훈련 계획을 작성했던 경험이 있어 예년의 문건을 참고하여 초안을 준비하여 00과장에게 검토를 받았다.
하지만 사진속의 일기 내용같이 상당한 업무지식과 저돌적인 추진력에도 감탄하며 잠시나마 존경했던 00과장의 반응은 필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는 준비해 보고한 훈련계획의 제목부터 시비를 걸었다. 그리고 매 페이지 마다 빨간펜으로 수정하며 수준 미달이라고 혹평을 했다. 게다가 버럭 화를 내면서 보고서를 필자의 얼굴에 집어던지며 다시 작성해오라고 했다.
■ 처음으로 피어보는 담배연기 속에 좌절과 회의 그리고 무기력함을 담아 날려보내...
임관후 최전방 격오지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는 늘 칭찬과 인정만을 받으며 생활했었는데, 육대졸업후 서울로 이사할 때 운전기사가 출세길이 열린다고 덕담을 했던 수방사에서 오히려 이렇게 허무하게도 필자의 무능을 알게 됐다. ([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21)] ‘잦은 부대이동에 따른 웃픈 애환’ 참조)
또한 극심한 좌절과 회의 속에 빠지며 무기력함과 처절하고 비참한 애환도 느꼈다.
사무실에서 나오자 방안에서의 과장이 화를 내며 질타하던 큰소리를 들었던 과원들 모두가 안타까운 듯 필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맥이 풀려 자리에 풀석 주저앉으며 “그래 어디까지 떨어지는지 끝까지 한번 버텨봐...”라고 다짐을 할 때, 옆에 있던 후배 최병로 대위(육사38기 육사교장 역임)가 담배를 한 대 권했다.
태어나서 처음 피워보는 담배였다. 그동안 금연을 하고 살았다며 거부하자 최 후배는 “이럴 때 한 모금 빨면 스트레스가 날아가니 한번 해보세요...”하며 담뱃불을 붙여 주었다.
어쩔 수 없이 피워보는 담배에 목은 칼칼하며 거부 반응이 있었지만 내뿜는 담배연기 속에 좌절과 회의 그리고 무기력함을 담아 날려보내니 시원함도 느낄 수 있었다.(다음편 계속)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